
◇춘천을 대표하는 붉은 철판 위의 추억
춘천닭갈비의 시작은 1960년대 중후반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과 명동 일대였다. 당시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닭고기를 활용한 대체 요리가 등장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춘천닭갈비로 이어졌다. 인근 대학가와 공단 노동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값싸고 푸짐한 식사로 인기를 얻었다. 철판에서 여러 명이 함께 볶아 먹는 방식은 회식 자리에도 잘 어울렸다. 그렇게 춘천 전역으로 퍼졌고, 지금의 ‘닭갈비골목’이라는 관광 콘텐츠로까지 발전했다.
닭갈비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다. 춘천 시민들의 회식 자리이자, 경춘선을 타고 오가던 청춘들의 추억이며, 관광객들의 기억 속에 남은 특별한 경험이다. 과거에는 신문과 TV를 통해, 지금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며 ‘춘천에 가면 닭갈비’는 여전히 변치 않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철판에서 들려오는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와 매콤한 양념의 향은 이제 춘천을 상징하는 소리이자 향으로 기억된다.
흥미로운 점은 ‘춘천닭갈비’가 외래 브랜드 없이도 스스로 지역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미국 CNN이 뽑은 ‘한국의 대표 음식 40선’ 중 유일하게 지명이 붙은 음식이 바로 춘천닭갈비다. 전주비빔밥이나 평양냉면보다 지역성과 독창성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춘천에서 만들어졌고, 춘천의 조리법으로 발전해온 ‘순수 지역 발명 음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닭갈비로 하나되고, 추억한다…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

특히 올해는 기존의 야시장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의 맛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춘천시는 외식업중앙회와 함께 실제 매장을 운영 중인 닭갈비·막국수 전문점들이 축제 부스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젊은 층을 위한 팝업스토어와 SNS 숏폼 공모전도 열리고, 고속철도역과 터미널, 시청 청사 등지에서도 다채로운 홍보가 진행된다.
춘천은 이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음식으로 기억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2024년 춘천을 찾은 관광객은 88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0만 명이나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40% 이상 늘며 K-푸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 반영됐다.
지역 상인들의 태도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축제나 할인 행사에 소극적이던 업주들이 이제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는 올해 축제에 참여하는 닭갈비 매장을 대상으로 최대 3천원의 할인을 지원해 소비자 만족도는 물론, 상권 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