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며 소멸 위기에 처한 경북 영양군이 ‘인구 증대’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난민 수용’ 카드를 꺼내드는 한편 교통 편의 개선 등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7일 영양군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영양군 인구는 1만5271명으로, 섬 지자체인 울릉군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방자치단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명인 데 반해 사망자는 300여 명에 이르면서 올해 안에 1만5000명 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 일고 있다.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영양군의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군은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미얀마 난민 유치 사업을 계획 중이다. 지난 1월 9일 신년간담회에서 오도창 영양군수가 가족구성원 4인 이상의 미얀마 난민 10가구(40여 명)를 대상으로 ‘난민 재정착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난민 유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착 추진 대상은 미얀마 내 소수 민족인 카렌족으로, 오랜 기간 정부군과 소수 민족 반군 간의 교전을 피해 태국 국경지대에서 피신생활을 하고 있다. 불교, 유교권 등 우리나라와 문화적 동질성이 많은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난민 유치 사업이 공론화된 후 영양군청 자유게시판에는 미얀마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게시글이 수십 건 게재됐다. ‘난민 수용에 따른 사회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미지 악화로 영양군 이주가 더욱 꺼려질 것이다’, ‘난민의 서울 이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난민 유치 사업과 관련해 구체화된 것은 없다”면서 “군 차원에서 난민 유치에 관심을 표명하고 법무부와 몇 차례 회의를 진행했을 뿐 정주 여건 마련이나 시기 등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알고 있다”며 “주민뿐만 아니라 군 자체적으로도 협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소멸 해결책은 교통 인프라 개선”

군은 인구감소 해결의 열쇠를 ‘교통망 확충’으로 보고 있다.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인구 유출, 공기관 유출, 경기 침체, 의료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2차선 도로만 있을 정도로 교통 오지에 해당한다. 경북에서 유일하게 철도역이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군은 남북 9축 고속도로(영천~강원)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남북 9축 고속도로는 남북 10축과 동서 10축 등으로 구성된 국가간선도로망 중 하나로 강원 양구부터 경북 영천까지 10개 시군을 지나는 도로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국가도로망 계획에 포함돼 있다.
군은 이 도로의 조기 건설을 위해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는 한편 영양IC(가칭) 신설을 추진해 경북 동북부 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군은 2023년 7월 경북·강원지역 10개 시군과 함께 ‘남북9축 고속도로 추진협의회’를 창립하고, 국토교통부에 해당 고속도로의 조기 건설과 영양IC(가칭) 신설을 요구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군민 1만여 명이 참여한 총결의대회를 열고 국민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범군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군은 ‘안동~영양~영덕 철도 노선’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할 것을 건의하고, 경북도와 협력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이 철도망이 구축되면 군은 대구, 포항, 서울 등 주요 도시와 철도로 연결된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영양군이 국가 도로망과 철도망에 연결되지 않으면 지역 소멸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경북도와 협력해 반드시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출산 지원금 확대 등 안간힘…“장기적 관점의 인구유치 정책 펼쳐야”
군청 관계자들은 가족과 친지들의 주소를 영양군으로 옮기도록 권유하는 한편 결혼지원금이나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며 인구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군은 올해부터 결혼비용 지원금을 부부 한 쌍당 300만원에서 1명당 300만원으로 늘려 총 600만원을 지급한다. ‘청년부부만들기 사업’은 결혼장려금을 기존 1회 500만원에서 3년간 500만원씩 총 1500만원으로 확대 실시한다.
출산장려금도 2배 확대한다. 첫째 아이는 3년간 월 20만원(연 240만원), 둘째는 3년간 월 30만원(연 360만원), 셋째는 5년간 월 40만원(연 48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출산장려금 등의 단발성·현금성 지원이 효과가 없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개인의 성장, 주거 문제 개선, 노동정책 등 복합적 관점에서 출산 장려 및 인구 유치를 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