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은 물론이고 중첩도 피해야 한다. 중첩은 반복과 어떻게 다른가. 동일한 단어나 구절은 되풀이되지 않더라도 군더더기가 붙을 수 있다. 중첩은 단어 단위에서부터 발생한다. 다음 문장에서 무엇을 덜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 “우리는 계획을 잘 세우지만 실행력이 부족하고 끈기력이 부족해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I just decided when someone says you can’t do something, I will do more of it.”
- “I just decided I will do more of what someone says I can’t do.”
처칠도 ‘간결한 글’을 강조했다 ‘중언부언하지 말라’는 필자만 강조하는 지침이 아니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전시내각을 이끌면서 공유한 메모 중 ‘간결성’이 제목인 것이 있다. 작성일은 1940년 8월 9일. 메모 내용 중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서류를 읽어야 합니다. 서류는 대부분 정말 너무 깁니다. 이는 시간 낭비인데, 핵심 포인트를 찾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동료와 그들의 참모들이 보고서를 더 짧게 작성하는 데 유념하기 바랍니다.”
‘이 메모는 보고서 전체 분량에 대한 것이잖아.’ 이런 반응을 보일 분도 있지 싶다. 처칠은 메모의 끝 항목에 느슨한 구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 문장은 모두 삭제되거나 한 단어로 대체되어도 무방하다고 예시했다. “다음과 같은 고려 사항을 유념하는 일이 중요하다.” “효과를 낼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문장 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반복을 살펴보자.
- “새로운 서비스는 그동안 고객들이 제기해온 불만 사항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제공하지 않았던 기능도 제공하는 서비스다.”
‘새로운 서비스’를 주체로 삼아 문장을 다듬을 수 있다.
- “새로운 서비스는 그동안 고객들이 제기해온 불만 사항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제공하지 않았던 기능도 제공한다.”
이상하게도, 한 단어를 동일한 단어로 받는 구조인 문장이 기본형처럼 많이 쓰인다. 그런 문장과 다듬은 문장을 비교해서 읽어보자.
- “법 관련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법령문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법령문으로 조금씩 고쳐지고 있다.”
- “법 관련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법령문이 일반 국민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씩 고쳐지고 있다.”
상품 포장에 다음과 같이 적힌 문장을 본 적 있다. 아래처럼 경량화가 가능하다.
- “이 상품은 깨지기 쉬운 상품이니 옮길 때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 상품은 깨지기 쉬우니 옮길 때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흥미로운 깨알 포인트는, AI에 위 문장을 번역해달라고 해도 영어 문장에는 중첩이 없다는 것이다. 영어 문장은 이렇게 나온다.
- “This product is fragile, so please handle it with care when moving it.”
“무릇 개발자는 손이 베일 듯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은 이나모리 가즈오(1932~2022)가 이렇게 말했다. 이나모리는 27세에 창업한 교세라를 대기업으로 키워냈고 62세에 세운 KDDI는 통신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5년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의 무보수 회장직을 맡아 JAL을 정상화했다.
그가 ‘손이 베일 듯한’이라고 표현한 완성도에는 훌륭한 성능 외에 색과 형태도 포함된다. 당연해서 언급되지 않은 요소가 ‘군더더기 없음’이다. 군살이 있는 제품은 ‘손이 베일 듯한’ 느낌을 줄 수 없다. 기능과 외양 모두 하나라도 쓸데없는 것이 추가되지 않은 상태라야 그런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군살이 있거나 덕지덕지 붙은 문장은 내용을 독자에게 매끈하게 전하지 못한다. 강한 인상을 주지도 못한다. 글을 잘 쓰고자 하는 리더들이여, 직접 쓰거나 제출받은 문장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다 들어내시라.
‘끈기’에 추가된 ‘력’은 역할이 없는 사족이다. ‘끈기’가 바로 쉽게 단념하지 아니하고 끈질기게 견디어나가는 ‘기운’이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끈기’의 유의어가 ‘지구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끈기력’은 ‘지구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첩어다.
중첩 단어가 만들어지는 방식에는 알맞은 낱말이 떠오르지 않은 필자가 기존 단어를 덧대는 종류가 있다. 다음 문장에서 간략하게 줄여 쓸 단어를 찾아보자.
- “그 필자는 지식이 풍부하고 글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 그러나 그가 쓴 글은 점성력이 떨어진다.”
‘점성력’은 ‘점성’과 ‘력’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끈끈한 성질은 ‘점성’이라고 쓰고, 점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점도’로 쓴다. 따라서 ‘그가 쓴 글은 점성력이 떨어진다’ 대신 ‘그의 글은 점도가 약하다’ 정도가 좋다.
여기까지 권고 정도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 ‘점성력’을 쓰면 안 되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사전에 오른 ‘점성력’은 과학 용어로, ‘점성이 있는 유체가 움직일 때, 접선 응력(tangential stress)의 작용으로 생기는 단위 부피 혹은 단위 질량당 힘’을 가리킨다. 문장에서 이 단어가 들어간 자리는 문맥상 이 의미가 필요하지 않다.
이제 문구로 넘어간다.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
- “OO은행은 온라인 영업 강화 방안의 일환 중 하나로 고객을 위해 신개념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내놓았다.”
‘일환’이 ‘여럿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므로 ‘일환 중 하나’는 중첩 문구다. ‘온라인 영업 강화 방안의 하나로’ 또는 ‘온라인 영업 강화의 일환으로’가 충분하다.
가끔 보이는 중첩 문장이 ‘~에 따르면’이 쓰이면서 만들어진다.
-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에 따르면 16~17세기 프로테스탄트 윤리, 특히 칼뱅주의가 영리활동과 부의 증식을 ‘신을 위한 활동’이라는 등의 단서 아래 장려했다고 한다.”
‘~에 따르면’ 다음에는 인용하는 문장만 쓰면 된다. ‘~고 한다’가 불필요하다. 헷갈린다면 영어 문장을 떠올려보자. 위 문장을 번역한 다음 영어 문장 중 Protestant ethics로 별개의 문장이 인용된다.
- According to the German sociologist Max Weber (1864–1920), Protestant ethics in the 16th and 17th centuries, particularly Calvinism, encouraged commerc ia l act iv it ies and the accumulation of wealth under conditions such as viewing them as “activities for God.”
한글이 깔끔해야 영어 번역도 깔끔하다 이 영어 문장은 필자가 번역한 것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한테 시켰다. 전에 한번 주장한 바와 같이 생성형 AI 덕분에 이제 언어의 장벽은 무너졌고, 언어 사이의 거리는 문턱도 아니고 문지방 정도에 불과해졌다. 사람한테 필요한 것은 한 언어로 문장을 깔끔하게 구사하는 능력이다.
우리말로 문장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잘 쓸 수 있다면, 그것을 AI로 번역한 외국어 문장의 품질도 뛰어나게 마련이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고, 입력이 훌륭하면 출력도 훌륭하게 나온다. 필자는 이를 한 논문집을 번역하면서 여실히 경험했다.
중첩 단어가 만들어지는 방식에는 알맞은 낱말이 떠오르지 않은 필자가 기존 단어를 덧대는 종류가 있다. 다음 문장에서 간략하게 줄여 쓸 단어를 찾아보자.
- “그 필자는 지식이 풍부하고 글에 많은 정보를 담는다. 그러나 그가 쓴 글은 점성력이 떨어진다.”
‘점성력’은 ‘점성’과 ‘력’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끈끈한 성질은 ‘점성’이라고 쓰고, 점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점도’로 쓴다. 따라서 ‘그가 쓴 글은 점성력이 떨어진다’ 대신 ‘그의 글은 점도가 약하다’ 정도가 좋다.
여기까지 권고 정도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 ‘점성력’을 쓰면 안 되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사전에 오른 ‘점성력’은 과학 용어로, ‘점성이 있는 유체가 움직일 때, 접선 응력(tangential stress)의 작용으로 생기는 단위 부피 혹은 단위 질량당 힘’을 가리킨다. 문장에서 이 단어가 들어간 자리는 문맥상 이 의미가 필요하지 않다.
이제 문구로 넘어간다.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
- “OO은행은 온라인 영업 강화 방안의 일환 중 하나로 고객을 위해 신개념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내놓았다.”
‘일환’이 ‘여럿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므로 ‘일환 중 하나’는 중첩 문구다. ‘온라인 영업 강화 방안의 하나로’ 또는 ‘온라인 영업 강화의 일환으로’가 충분하다.
가끔 보이는 중첩 문장이 ‘~에 따르면’이 쓰이면서 만들어진다.
-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에 따르면 16~17세기 프로테스탄트 윤리, 특히 칼뱅주의가 영리활동과 부의 증식을 ‘신을 위한 활동’이라는 등의 단서 아래 장려했다고 한다.”
‘~에 따르면’ 다음에는 인용하는 문장만 쓰면 된다. ‘~고 한다’가 불필요하다. 헷갈린다면 영어 문장을 떠올려보자. 위 문장을 번역한 다음 영어 문장 중 Protestant ethics로 별개의 문장이 인용된다.
- According to the German sociologist Max Weber (1864–1920), Protestant ethics in the 16th and 17th centuries, particularly Calvinism, encouraged commerc ia l act iv it ies and the accumulation of wealth under conditions such as viewing them as “activities for God.”
한글이 깔끔해야 영어 번역도 깔끔하다 이 영어 문장은 필자가 번역한 것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한테 시켰다. 전에 한번 주장한 바와 같이 생성형 AI 덕분에 이제 언어의 장벽은 무너졌고, 언어 사이의 거리는 문턱도 아니고 문지방 정도에 불과해졌다. 사람한테 필요한 것은 한 언어로 문장을 깔끔하게 구사하는 능력이다.
우리말로 문장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잘 쓸 수 있다면, 그것을 AI로 번역한 외국어 문장의 품질도 뛰어나게 마련이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오고, 입력이 훌륭하면 출력도 훌륭하게 나온다. 필자는 이를 한 논문집을 번역하면서 여실히 경험했다.
논문 작성자의 국적, 그러니까 모국어가 다양했는데, 다들 원고는 영어로 제출했다. 영어 원고의 정확도나 간결함 차이는 논문 작성자의 모국어 구사 역량에서 비롯되었다고 필자는 추정했다.
AI의 등장은 우리가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다음은 한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일어나다’는 동사가 세 군데나 쓰였다. 다음처럼 다듬을 수 있다.
-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변화 중, 당신이 예상한 것은 무엇이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수필을 쓰다가 이런 문장을 추가했다고 하자. “나는 누군가가 ‘넌 그걸 할 수 없어’라고 말할 때마다 오히려 그것을 더 많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용은 전해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더 깔끔하게 쓸 수 있다. “나는 누군가가 ‘넌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일을 오히려 더 많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어로 번역한 결과에서도 차이를 비교해보자.
AI의 등장은 우리가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듯하다. 다음은 한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일어나다’는 동사가 세 군데나 쓰였다. 다음처럼 다듬을 수 있다.
-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변화 중, 당신이 예상한 것은 무엇이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수필을 쓰다가 이런 문장을 추가했다고 하자. “나는 누군가가 ‘넌 그걸 할 수 없어’라고 말할 때마다 오히려 그것을 더 많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용은 전해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더 깔끔하게 쓸 수 있다. “나는 누군가가 ‘넌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일을 오히려 더 많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어로 번역한 결과에서도 차이를 비교해보자.
- “I just decided when someone says you can’t do something, I will do more of it.”
- “I just decided I will do more of what someone says I can’t do.”
처칠도 ‘간결한 글’을 강조했다 ‘중언부언하지 말라’는 필자만 강조하는 지침이 아니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전시내각을 이끌면서 공유한 메모 중 ‘간결성’이 제목인 것이 있다. 작성일은 1940년 8월 9일. 메모 내용 중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서류를 읽어야 합니다. 서류는 대부분 정말 너무 깁니다. 이는 시간 낭비인데, 핵심 포인트를 찾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동료와 그들의 참모들이 보고서를 더 짧게 작성하는 데 유념하기 바랍니다.”
‘이 메모는 보고서 전체 분량에 대한 것이잖아.’ 이런 반응을 보일 분도 있지 싶다. 처칠은 메모의 끝 항목에 느슨한 구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 문장은 모두 삭제되거나 한 단어로 대체되어도 무방하다고 예시했다. “다음과 같은 고려 사항을 유념하는 일이 중요하다.” “효과를 낼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문장 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반복을 살펴보자.
- “새로운 서비스는 그동안 고객들이 제기해온 불만 사항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제공하지 않았던 기능도 제공하는 서비스다.”
‘새로운 서비스’를 주체로 삼아 문장을 다듬을 수 있다.
- “새로운 서비스는 그동안 고객들이 제기해온 불만 사항을 해결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제공하지 않았던 기능도 제공한다.”
이상하게도, 한 단어를 동일한 단어로 받는 구조인 문장이 기본형처럼 많이 쓰인다. 그런 문장과 다듬은 문장을 비교해서 읽어보자.
- “법 관련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법령문이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법령문으로 조금씩 고쳐지고 있다.”
- “법 관련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법령문이 일반 국민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씩 고쳐지고 있다.”
상품 포장에 다음과 같이 적힌 문장을 본 적 있다. 아래처럼 경량화가 가능하다.
- “이 상품은 깨지기 쉬운 상품이니 옮길 때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 상품은 깨지기 쉬우니 옮길 때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흥미로운 깨알 포인트는, AI에 위 문장을 번역해달라고 해도 영어 문장에는 중첩이 없다는 것이다. 영어 문장은 이렇게 나온다.
- “This product is fragile, so please handle it with care when moving it.”
“무릇 개발자는 손이 베일 듯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은 이나모리 가즈오(1932~2022)가 이렇게 말했다. 이나모리는 27세에 창업한 교세라를 대기업으로 키워냈고 62세에 세운 KDDI는 통신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5년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위기에 빠진 일본항공(JAL)의 무보수 회장직을 맡아 JAL을 정상화했다.
그가 ‘손이 베일 듯한’이라고 표현한 완성도에는 훌륭한 성능 외에 색과 형태도 포함된다. 당연해서 언급되지 않은 요소가 ‘군더더기 없음’이다. 군살이 있는 제품은 ‘손이 베일 듯한’ 느낌을 줄 수 없다. 기능과 외양 모두 하나라도 쓸데없는 것이 추가되지 않은 상태라야 그런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군살이 있거나 덕지덕지 붙은 문장은 내용을 독자에게 매끈하게 전하지 못한다. 강한 인상을 주지도 못한다. 글을 잘 쓰고자 하는 리더들이여, 직접 쓰거나 제출받은 문장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다 들어내시라.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