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만 있으면 된다? 문제는 ‘양질’!

[심층리포트 ②]숫자 늘리기 유입책은 한계, 지역별 고용 창출 전략 세워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신재은 기자 2025.03.05 09:3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2052년에는 전국 청년의 58%가 수도권에서 거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모일수록 저출산이 가속화하고, 비수도권의 중·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는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현상을 짚어보고 대책을 알아본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권익현 부안군수, 부안군 청년농업인들이 청년농업 전시물을 둘러보고 아이디어 제안 및 정책 대화 등 ‘아이디어 보물찾기’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제공=전북도

고향을 떠나 상경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지방을 떠나는 한 명의 청년이라도 붙잡아놓기 위해 안간힘이다. 청년 인구 유출이 지방소멸 가속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울산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임 모 씨(32)는 “지방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이 적다”며 “울산에 가족과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결혼, 출산, 교육을 생각하면 서울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성장거점 조성에 나섰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2월 10일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와 지방성장거점 조성과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목적은 관계부처의 다양한 특구 사업과 지원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방에 산업·주거·문화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을 구축하고 기업 투자 및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를 통해 지역교육혁신 전략을 추진하고, 과기정통부는 기술사업화를 지원해 국가 연구개발 성과를 지역에 확산할 계획이다. 연구개발특구에 들어온 연구소기업·첨단기술기업에 세제혜택 등도 제공한다.
문체부는 문화특구를 지정,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 자원을 활용해 인근 권역의 문화발전을 도모하고, 산업부는 기회발전특구를 조성해 기업의 지방 투자를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도심융합특구를 조성해 지방의 판교형 테크노밸리로 구축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글로벌 혁신특구를 지정하고 중소기업의 신기술 혁신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오니 청년 모이고 지역경제 살아나


▲울산광역시가 지난해 1월 24일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SDI(주)와 산업단지개발 및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제공=울산광역시

일선 지자체는 ‘양질의 일자리가 곧 최고의 복지다’라는 기치로 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노력 중이다.

울산광역시는 ‘친기업 정책’을 통해 청년 인구 확보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의 대규모 투자 현장에 공무원 파견 △기업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조직 운영 △시 산하 공공기관장에 지역 대기업 임원 임명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울산시 한 해 예산(5조1578억원)의 4배에 해당하는 투자액이 울산에 모였다. 국내외 기업의 투자액은 23조6743억원으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32개 기업이 울산에 입주하거나 재투자를 진행했다. 석유화학 분야가 9조8918억원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이어 이차전지 등 신산업 분야(6조9673억원), 자동차 조선 분야(4조4447억원)가 뒤를 이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기업투자로 창출되는 일자리 규모는 1만1534명에 이른다”며 “규제특례 등이 가능한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더 많은 기업유치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투자 유치는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에스오일이 투자하는 샤힌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온산공단 인근 온산읍과 온양읍의 유동인구는 18.3% 증가했고 빈 원룸 수는 42.9% 감소했다. 주변 상권의 매출도 상승했다. 온산읍의 카드매출은 2021년 717억원에서 2023년 1016억원으로 19%, 온양읍은 같은 기간 650억원에서 871억원으로 15.7% 각각 늘었다.

전남 광양시는 전남도 내 유일하게 3년 연속 인구가 증가했다. 기업유치에 따른 인구 유입의 여파로 분석된다. 시는 이차전지 등 7개 분야 전문가 15명으로 ‘투자유치자문단’을 구성, 기업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시에 투자된 기업유치 실적을 보면 △2022년 1조7352억원(19개사) △2023년 1조7573억원(16개사) △2024년 4563억원(6개사)에 달한다. 3년간 총 3조9488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뤄냈다.

기업유치로 인해 창출된 종사자는 △2022년 664명 △2023명 880명 △2024년 582명 등 3년간 총 2126명이다. 시는 이차전지와 수소 등 미래유망산업을 적극 유치해 유입인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인 인구소멸과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기업유치와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인구유입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장부터 응시료 지원까지…구직 활동 돕는 지자체



청년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며 지역 거주를 장려하는 지자체도 있다. 일자리 연계와 더불어 구직 수당 지급, 응시료 지원, 정장 대여 등 세세하다.

창원특례시는 ‘청년이 꿈에 도전하고 미래를 만드는 도시 창원’을 비전으로 청년 정책을 추진한다. 인구 감소 문제 해결에 청년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창원시의 내국인 인구는 통합 창원시 출범 14년 만에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청년층 인구는 2014년 32만1963명에서 2024년 23만2800명으로 10년 만에 8만9163명(27.6%)이나 감소했다.

먼저 시는 청년에게 일자리와 사회진출 기회를 지원한다. 올해 신산업 연계 일자리 사업(150명)과 일경험 지원사업(50명)으로 청년에게 현장실습을 제공한다. 163명의 창원시 거주 청년에게는 항공, 에너지 등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지원한다. 시는 관내 대학·기업과 연계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 도전 지원사업으로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최대 350만원까지 참여 수당과 인센티브를 준다.

청년들의 기술창업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혁신 아이템을 보유한 청년에게 3월부터 9개월간 월 최대 70만원씩을 체크카드 방식으로 지급하는 ‘청년 기술창업 수당’ 사업을 추진한다. 올 하반기에는 유망 청년 창업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창원시 청년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라북도는 미취업 청년에게 ‘전북형 청년활력수당’을 지원, 구직활동을 지원한다.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청년 중 2000명을 대상으로 선정해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300만원의 구직활동비를 준다. 복지포인트 방식으로 지급되는 활동비는 △교재구입비 △면접활동비 △학원수강료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이 밖에도 도는 ‘전북청년 지역정착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의 중소기업, 농업, 문화예술 연구소기업 등의 분야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에게 월 30만원을 1년간 제공한다. 도 관계자는 “청년들의 재직 유지율을 높이고 장기적인 지역 정착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직활동을 돕기 위해 면접 정장 무료 대여는 물론 면접 수당·자격시험 응시료를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울산 북구는 2023년부터 기존 면접 정장 대여 사업을 확대해 △면접 헤어·메이크업비 지원 △증명사진 무료 촬영 △자격증 응시료 지원 등 ‘청년 일드림 패키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1회당 5만원의 면접비를 최대 연간 20만 원 지원한다. 강원 횡성군은 기업체 면접에 5만원씩 지급하던 ‘청년 면접수당’ 지원 대상을 음식점과 카페, 기간제 근로자 면접까지 넓혔다.



월 임대료 1만원, 청년 주거 지원 조례…살 집 제공하는 지자체


▲ 우범기 전북 전주시장이 지난 2월 6일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전주시 청년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전주시

일선 지자체는 주거 부담을 완화해 지역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는 월 임대료 1만원에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한다. 1만원에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청춘별채’는 원룸〜스리룸(30〜100㎡) 크기이며, 임대료를 시세의 2%(1만〜3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올해 82호 공급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210호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정 소득과 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무주택 미혼 청년에게 기본 2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결혼 시에는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저렴한 보증금에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필수 가전제품을 제공해 초기 정착 부담을 줄였다.

시는 일자리 연계형 지원 주택 70호 공급과 월 최대 20만원 월세 지원, 신혼부부 임대 보증금 무이자 대출 등 다양한 주거 지원 정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인천광역시는 올해부터 하루 1000원의 임대료를 내는 일명 ‘천원주택’을 신혼부부에게 연간 1000가구 공급할 예정이며, 전남 무안군도 빈집을 활용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보증금 100만원, 월세 1만원’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창원시는 ‘청년 주거 기본조례’와 ‘공공기여형 청년주택 등 지원 조례’ 등을 기반으로 중장기적 청년 주거 정책을 추진한다. 시는 2028년까지 총 2000호의 청년주택 공급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678호에 이어 올해 348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청년 월세 지원 △신혼부부 주택 구입·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 등 다양한 주거지원 사업과 청년 주거 실태조사, 청년 주거 기본계획 연구용역도 진행한다.



청년 지원책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결국엔 일자리”


▲창원특례시가 제작한 ‘알기 쉬운 주거(주택) 복지사업 안내서’/사진제공=창원특례시

지자체들이 ‘청년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연계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지자체가 현재 진행하는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국용 군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라며 “단순히 일자리의 수뿐만 아니라 보수나 여건 등이 보장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가 청년들에게 임금을 보전해주거나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해 생활비를 절감시키는 정책은 단기적으로 실효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모든 지자체가 동일한 정책을 펼치게 된다면 결국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특구처럼 지역별 전략을 세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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