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르는 ‘죽음의 연기’ 미리 막는다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공동주택 간접흡연 예방, 이웃 간 갈등 해결할 안전판 마련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3.04 09:3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의원들은 조례 발의를 통해 정책을 제안하거나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 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서울 시내 거리에서 한 시민이 흡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아파트 층간 ‘간접흡연’을 제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서울시의회에서 층간흡연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웃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서울시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가 발의됐다.

의회에 따르면 최기찬 의원(더불어민주당·금천2)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조례에는 공동주택 내 간접흡연을 방지하고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는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시장은 ‘층간흡연’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갈등 해결 사례를 수집 및 배포해야 한다.

최기찬 의원은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영유아를 키우는 가구에게는 이사까지 고려하게 만드는 고충”이라며 “이번 조례로 간접흡연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층간흡연 민원 증가하는데…제재할 근거 없어

층간흡연 민원은 최근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연도별 층간소음, 층간흡연 민원 현황’에 따르면 층간흡연 민원은 2022년 3만5000여 건이었다. 2020년 2만9000여 건에 비하면 20% 가까이 늘었다.

층간흡연으로 번진 이웃 간 갈등은 폭력과 살인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인천시 부평구 소재의 한 빌라에서 50대 남성이 평소 흡연 및 소음 문제로 사이가 안 좋았던 이웃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일이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층간흡연으로 갈등을 빚은 주민들이 서로 폭행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층간흡연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권고’ 수준에 그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와 제20조의2에 따르면 ‘입주자는 발코니·화장실 등 세대 내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중재할 주체도 마땅치 않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사무소에 중재 역할을 맡기고 있다.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본 입주자가 관리주체에 피해 사실을 알리면 관리주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세대 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고 흡연자에게 일정한 장소에서의 흡연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공용부분에 한정된 제재여서 세대 내 흡연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최기찬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관리실에서는 전화 및 공동 방송 등을 통한 자제 요청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입주자 흡연을 일일이 관리실 차원에서 제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의회에서는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주민 간 갈등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기찬 의원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층간흡연은 환기구 등을 통해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심각한 문제”라며 “관리실을 통한 자제 요청 외에 현실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층간소음과 달리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해 피해 방지를 위한 근거를 조례로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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