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아닌 ‘함께 서기’ 서울이 앞장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전국 최초로 ‘탈가정 청년’ 찾아내 체계적인 자립 기반 지원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3.04 09:3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의원들은 조례 발의를 통해 정책을 제안하거나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 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하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시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탈가정 청년’에 대한 지원 조례가 발의됐다. ‘탈가정 청년’은 가정 내 폭력이나 경제적 착취·방임·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 단절한 청년을 뜻한다.

시의회에 따르면 박강산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서울시 탈가정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조례는 탈가정 청년의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이들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조례에는 탈가정 청년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서울시장은 탈가정 청년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시에서는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을 확보할 수 있다.

시는 2020년에 탈가정 청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탈가정 청년을 대상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3%에 달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박 의원은 “의회 차원에서 청년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이 같은 조례안을 발의했다”며 “지금도 수많은 탈가정 청년이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복지사각지대에 놓여

‘탈가정 청년’은 가정 폭력과 학대 등 다양한 이유로 집을 떠난다. 예비사회적기업 ‘282북스’가 지난 2022년 탈가정 청년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스로 집을 떠난 이유로 ‘정서적 학대(91.2%)’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신체적 학대인 가정폭력(59.6%), 부모의 방임(36.8%), 성 정체성 아우팅(7%) 등이 따랐다. 이들은 가정을 떠난 이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 어려움’(74.5%)을 꼽았다. 이어 ‘심리적 불안’(18.2%), ‘물리적 공간의 어려움’(1.46%)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만 30세 미만은 세대 분리를 하지 못해 각종 사회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살지 않아도 ‘미혼 자녀 중 30세 미만인 사람’이라면 부모와 동일 보장가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30세 이전이라면 결혼을 통해 세대를 분리하거나 최저생계비 이상의 일정한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 20대 청년은 가족관계가 단절됐다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암수범죄인 가정폭력의 특성상 서류 형태로 남기기 어려워 독립가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적다.

▲박강산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뿐만 아니라 LH임대주택, 청년전세대출 등 각종 지원 정책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코로나19 때도 긴급재난지원금이 개인이 아닌 ‘세대’ 단위로 지급돼, 집을 떠났어도 세대 분리가 되지 않은 이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청년기본법 제4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청년에 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 의회에서는 기본법에 따라 청년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전국 최초로 발의되는 이번 조례를 시작으로 다른 시도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서도 탈가정 청년 관련 입법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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