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기 좋은 고장 ‘A플러스 전북 부안군’

[지자체 정책 활용법]어딜 가든 ‘반값 등록금’ 지원… ‘커피 두 잔’으로 이룬 기적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2.17 11:2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국가 뿐 아니라 일선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양한 주민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 노인, 소상공인 등 주민 실정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매달 한 곳의 지자체를 선정, 주민 대상 어떤 지원 정책을 진행하는지 소개합니다.
▲전북 부안군은 부모가 부안에 주소지 둔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사진제공=부안군
#. 전북 부안군에 거주하는 김모씨(48세)는 최근 큰 짐을 하나 덜었다. 군에서 진행하는 ‘반값등록금’ 제도 덕분에 수도권 대학교에 입학한 자녀의 등록금을 절반만 부담해서다. 앞으로 김씨의 자녀는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대학교 등록금을 전부 내려고 했으면 한 학기 당 생활비까지 1000만원가량 들었을 것"이라며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반값등록금을 지원 받을 수 있어 앞으로도 걱정이 줄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등록금 700만원 시대,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현해 주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자체가 있다. 전북 부안군이다. 군은 지역에 연고가 있는 모든 대학생에게 전 학년, 전 학기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17일 군에 따르면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의 부모가 부안군에 주소 1년 이상 두면 반값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지역의 국내 고등학교 졸업생이라면, 부모가 모두 주소 3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지급액은 최대 300만원이내다. 국내 대학교 1~6학년 재학생,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대학에 다니면 한학기 등록금의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다. 

부안군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같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국 대학교 중 124곳이 학부 등록금의 4~5%를 인상키로 한 상황에서 더욱 단비같은 정책이라는 것.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4학년도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682만7000원이다. 사립대는 762만9000원, 국공립은 421만1000원으로 조사된 바 있다.

◇‘지역사랑’ 마음이 인재 육성 디딤돌 됐네


군은 근농인재육성재단을 통해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근농’이라는 이름은 지역 출신 사업가 김병호씨의 호(근농)를 딴 것이다. 김씨가 고향 인재 육성을 위해 맡긴 10억원을 토대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2018년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재단 이사장은 권익현 부안군수가 맡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하는 곳은 있지만, 부안군의 경우 군민과 출향민의 후원금을 모아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게 차별화된 점이다. 장학금은 고향을 사랑하는 많은 군민과 향우들의 매달 정기적인 자동이체 후원과 일시 기탁 등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

재단은 출향민과 군민, 기관, 공무원, 단체, 기업 등을 대상으로 월 1만원씩 후원하는 정기후원회원(CM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단 회원 4000여명이 매달 소액이라도 꾸준히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민간 기탁자들의 후원과 재단이 축적한 기본 재산에서 나오는 이자도 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을 사랑하는 군민들의 마음이 모여 탄탄한 재정상태를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장학금 규모도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에 9억원에 불과하던 장학금 규모가 2024년 2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수혜를 받는 장학생도 2019년에는 1500여명이었지만, 2024년 2200여명이 됐다.

부안군민들은 이 정책을 ‘커피 두잔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커피 두잔 값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장학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안군 관계자는 “장학금 수혜자는 부안군민과 향우회는 물론 장학금을 지원받은 대학생·부모 등이 다시 기부금을 내기도 하는 선순환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반값 등록금 외에도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2020년 시작한 다자녀 장학금이 대표적이다. 셋째 이상 자녀 중 국내 대학교 재학생에게 생활비 100만원을 연 1회 지원한다. 초·중·고교 예체능 특기생에게 주는 특기 장학금도 있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창업·취업을 위한 학원비 1년분 반값을 200만원 내로 지원한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부안에서 자라고, 부안에서 공부해도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emi4094@mt.co.kr

정책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