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5분 안에 ‘서울의 발’ 기다린다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도시철도·버스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 접근성 보완 체계 마련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5.02.03 09:1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서울 시민들이 마을버스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서울 서대문구 홍은3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씨(40)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때마다 노심초사다. 대로변과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마을버스가 시간을 못 맞추거나 제설 작업이 되지 않아 운영되지 않으면 출근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하철역뿐 아니라 파란색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나가는 길도 30분 정도는 걸어야 한다”며 “이곳에 대중교통이라곤 마을버스밖에 없는데 늦어진다면, 택시를 타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노선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취약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됐다. 대중교통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불편함을 덜겠다는 취지의 조례다. 앞으로 서울시장은 자치구별 대중교통 접근성을 분석해 취약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

지난 1월 의회에 따르면 김혜지 서울시의원(국민의힘·강동구 제1선거구)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회에 따르면 현재 시에서는 ‘시내버스 노선조정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노선 관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자치구별 이용할 수 있는 노선의 수 차이는 크다. 이에 따라 조례에는 대중교통 이용의 지역적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시장이 ‘지역별 대중교통 접근성 종합 분석’을 진행하고 대중교통 접근성 취약지역의 접근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서울 외곽지역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이 심각하기 때문에 조례를 발의했다”고 했다.

◇대중교통 시스템 전 세계에서 7위…취약지역 곳곳에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대중교통 체계가 가장 발달한 도시다. 환승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저렴한 비용 등 장점이 많아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편에 속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달로이트가 지난 2018년 발표한 ‘도시 모빌리티 지수(도시 이동성 지수, DCMI)’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을 포함한 인천, 경기지역 등 한국 수도권의 대중교통 시스템 평가 결과 46개국 중 7위, 아시아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도시 규모가 크고, 대중교통 서비스가 효율성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통취약지역이 곳곳에 존재한다. 도보 10분으로 도시철도역 접근이 어려운 동이 전체 행정구역 중 40%를 차지한다는 조사도 있다. 지난 2019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 도시교통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보 10분 내 도시철도(지하철·국철·경전철, 이하 ‘전철’로 통칭)역 접근이 어려운 동 목록’에는 서울 전체 행정동 424개 가운데 170개(40%)가 포함됐다. 역이 하나도 없는 동은 113개(27%)였다.

특히 서남권역이 다른 권역에 비해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했다. 서울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서울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지역 형평성 평가’에 따르면 △서대문구 △종로구 북측지역 △강남·서초구 외곽지역 등이 대중교통이 취약했다.

▲김혜지 서울시의회 의원/사진제공=서울시의회
서울시에는 도시철도 11개 노선과 337개 역사, 시내버스 393개 노선 및 마을버스 252개 노선, 정류소 6640개소가 있다. 시는 올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아 ‘도보 5분 이내’의 대중교통 접근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도 대중교통 접근성 분석을 통해 취약지점을 보완하는 규정을 조례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어느 곳에서 거주하더라도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편익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번에 통과된 조례가 서울시 버스 노선 전면 개편의 기본 골격이 돼, 보편적 교통편익이 모든 시민들에게 제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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