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에서 파라크로스컨트리를 체험하는 특수학급 학생/사진=신재은 기자
벽면을 채우는 와이드 스크린과 파라크로스컨트리 체험 시설, 스크린사격, 자전거나 휠체어를 타고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이 있는 이곳. 쇼핑 테마파크 내 스포츠 체험센터인가 하겠지만 조금 더 특별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신체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은 용인특례시에 위치한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이하 체험센터)다.
9개 시설, 200여 개 프로그램…재미와 신체활동 모두 충족
▲특수학급 학생들이3D 모션 시스템 기기를 활용해 달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사진=신재은 기자
“화면을 보고 손에 볼링공이 있다고 생각해볼까요? 이제 힘줘서 손을 뻗어보세요!”
지난 11월 14일에는 경기 남부권 초등학교의 특수학급 학생들이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체험센터를 찾았다. 센터에 들어선 학생들은 먼저 3D 모션시스템 기기를 통해 볼링, 복싱, 달리기 게임에 참여했다. 신체활동을 낯설어 하던 한 학생이 특수학급 교사의 도움을 받고 볼링게임에서 스트라이크를 기록하자 모두가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특수학급 학생들은 체험센터에서 평소에 하지 않았던 달리기, 복싱, 자전거 타기 등의 신체활동을 했다. 가상현실에 재연된 콘텐츠를 이용해 스키를 타는 파라크로스컨트리존을 거쳐 바이크&휠체어 레이싱 기구까지 체험했다. 다양한 기구를 거치며 게임에 참여한 지 한 시간가량 지나자 소극적으로 움직이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센터 이용을 마친 김가현 조원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내이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은 환경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시설이 넓고 기구가 다양해서 학생들이 쉽게 흥미를 보였다”며 “아이들의 발달 속도나 특성이 다 다른데 자전거, 휠체어 등 맞춤형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게임의 수준도 다양해 소외되는 학생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재밌었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센터를 떠났다.
장애인·비장애인 아우르며 이용자별 맞춤형 코스 제공
▲휠체어레이싱 시설/사진=신재은 기자
체험센터는 용인시의 대표적인 장애인 친화 스포츠 체험 시설이다. 지난 6월 개관한 체험센터는 전국에서 네 번째, 경기도 최초로 설립됐다. 장애인 시설 건립을 위해 지자체와 교육청, 장애인체육회가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힘을 모아 개설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시가 센터 부지와 리모델링 비용 1억원을 지원했고, 대한장애인체육회 3억원, 경기도교육청 2억원을 모아 시설을 완성했다. 용인특례시 장애인체육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도민이라면 장애인과 특수학교 학생,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 가능하다.
체험센터에서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신체·두뇌 활동을 할 수 있다. 600㎡ 공간에는 9개의 시설이 있으며 10여 종의 스포츠 분야, 200여 가지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크로스컨트리 △육상 레이싱 △XR 스포츠(야구, 양궁, 볼링, 핸드볼, 농구, 축구 등) △스크린 사격 △3D 모션 시스템 등이다. 교육 게임, 멀티 터치 테이블, 시니어 테이블 등 신체와 두뇌활동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체험센터는 이용자의 특성에 맞춰 3가지 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A코스는 장애인스포츠 종목 체험, B코스는 흥미 위주, C코스는 교육에 중점을 둔다. A코스에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딴 크로스컨트리 체험을 비롯해 휠체어레이싱, 3D모션시스템 등이 있다. B코스에는 스크린사격, 아이핏존, 3XR스크린 등 다양한 게임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C코스는 기억력 게임이나 사칙연산 등의 문제를 풀며 신체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주다.
이용자가 센터에 방문하면 2명의 담당자가 모든 과정을 함께한다. 사고를 방지하고 체험자 맞춤형으로 코스를 안내하기 위해서다. 용인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다른 스포츠 체험 시설처럼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하기보다는 담당자가 예약팀을 인솔하며 프로그램을 설명한다”며 “담당자가 이용자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유연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휠체어레이싱 시설의 경우, 하체 이용이 불편한 이용자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상체 활동이 어려운 이용자는 자전거를 사용하게 하는 등이다.
실내에서 모든 활동이 진행되기 때문에 외부환경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체험센터의 강점이다. 날씨나 차량 등의 외부 변수가 없어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다. 체험센터를 이용한 한 특수교사는 “VR이나 AR 기계로 아이들의 행동이 화면에 바로 반영되고 미디어가 센터 곳곳에 있다 보니 아이들이 더욱 흥미를 갖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용인시, 장애인 수요응답형 정책으로 만족도 높여
▲용인특례시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 전경/사진=신재은 기자
체험센터를 시작으로 용인시는 ‘장애인 수요응답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의 일방적인 정책이 아닌 장애인의 요구와 필요를 정책에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기존의 일률적인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요구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온종일돌봄센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특수학교 교장·학부모 간담회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긴급하게 맡길 수 있는 돌봄시설이 경기도 북쪽의 한 곳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긴급돌봄시설 설치를 결심했다.
지난 8월 장애인보호시설 ‘해든솔’에 개소한 장애인온종일돌봄센터는 일시적인 보호자의 부재로 돌봄 공백이 발생한 재가중증장애인들에게 돌봄과 숙식,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재가중증장애인은 연간 최대 30일까지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시가 지난 3월 장애인복지관 최초로 설치한 스마트재활센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 짐과 스마트 재활치료실을 갖춰 단계적 로봇 재활을 이용한 보행 재활로봇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재활로봇을 이용하기 위해선 원거리 대형 의료기관에 방문해 높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불편이 컸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의 경제적 부담 경감 및 재활치료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으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 가능한 ‘반다비 체육센터’ 건립에 나선다. 본격 추진까진 지방 재정 투자 심사와 공유재산 심의가 남았다. 반다비 체육센터에는 국제대회 개최가 가능한 수영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수영장 위에는 다목적 체육관, 스쿼시실, 장애인 체력인증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장애인 가족들이 시설을 방문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족샤워실·탈의실·화장실도 설치한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우리 시의 장애인 인구가 3만7633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른 복지서비스 욕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가상현실 스포츠체험센터나 반다비 체육센터, 장애인회관(가칭)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