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고 머물고…‘생활인구’를 잡아라

[심층리포트①]관광·통근 등 유형별 유입 전략 필요…‘명예주민증’ 대표적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4.12.03 09:4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생활인구가 지역 소멸의 새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2023년 생활인구를 인구감소지역법에 명시하고, 인구를 산정하고 있다. 주민등록인구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의 체류 인구를 늘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생활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가 특성에 맞는 생활인구 유입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생활인구 현황을 점검하고 각 지자체별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이 8월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촌체류 생활인구 확신 및 농촌소멸 대응을 위한 농촌체류형 쉼터 도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생활인구’ 개념을 제도화해 인구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구정책 기준을 출산과 사망, 인구 이동 등 ‘현상’으로 삼았다면 앞으로는 지역과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와 일정 기간 방문한 체류 인구를 합한 개념이다. 서울시가 2018년 3월 KT와 합동으로 인구를 추계한 ‘인구 집계 모델’에서 시작됐다. 조사 시점에 개인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인구가 집계되는 방식이다. 당시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이외에도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의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 인구를 모두 포함했다.

생활인구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건 2023년부터다. 생활인구의 개념이 담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2023년 1월부터 시행됐다. 법에 명시된 생활인구는 △주민등록법상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외국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 3가지로 분류했다.

앞으로 주민등록상 인구만 집계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 모두를 집계하겠다는 것이다. 인구의 범위를 거주지 주민 외에 관광객과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출향인 등 해당 지역과 일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 범위를 넓혔다.

생활인구 도입 2년여가 되면서 의미 있는 통계 결과도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가 1분기(1~3월) 대비 350만 명가량 늘었다. 통계청은 1분기와 2분기 등록인구 수는 각각 490만 명으로 그대로였다고 밝혔다.

등록인구 대비 체류 인구가 높게 나온 지역은 강원도 양양군이다. 양양군의 등록 인구는 2만 7549명인 반면, 지난 2분기 체류 인구는 48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등록인구에 비해 체류인구가 17.4배 많았다. 이어 △경기 가평군(15.6배) △강원 고성군(15.4배) △인천 옹진군(13.7배) △강원 평창군(12.2배) 등 순으로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가 많았다.

전체 인구감소지역에서 체류 인구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연령대에서는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체 인구감소지역의 평균 체류 일수는 3.4일이고, 숙박한 경우 평균 숙박 일수는 4.0일로 분석됐다.
▲피서객들이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리 기사문해수욕장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사진=뉴시스



“등록인구 늘리는 건 지자체 간 ‘제로섬 게임’에 불과”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등록인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구 소멸 위기에 빠진 지방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등록인구를 늘리려는 건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주소를 이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이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출생률을 높이려면 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고, 기업도 유치돼야 한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귀농·귀촌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현금 지급 등의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가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주민이라면 효과적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인구 자체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입 장려금 지원 중단에 나서고 있다. 현금 지원이 꾸준한 인구증가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 춘천시의회는 11월 18일 열린 임시회에서 ‘춘천시 인구증가책 지원 조례 폐지안’을 수정·가결했다. 해당 조례안에는 춘천시로 전입 신고하는 대학생에게 학기당 30만원씩 총 240만원을, 3명 이상 단체로 전입하는 직장인들에겐 20만원어치 춘천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전입 장려금’ 폐지안이 담겼다.

전북 부안군은 2017년부터 전입 후 6개월이 지나면 온누리상품권 20만원, 2년 경과 시 추가로 3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했으나 2021년 폐지했다. 강원 강릉시는 2012년부터 10년간 전입 대학생에게 지급해왔던 현금 지원을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이에 따라 소멸 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를 중심으로 체류 일수 연장,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활 인구를 도입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관계인구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지역 정주인구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대표적인 체류 인구 증가 정책은 ‘명예 주민증’ 발급이다. 명예 주민증을 발급받으면 관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주민과 비슷한 수준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북도는 도민증을 발급해 소속감을 주는 전북사랑도민제도를, 전남은 전남사랑애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는 내년부터 강원생활도민제도를 시행한다. 군단위에서도 군민증을 보급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보은군은 ‘정이품 보은 군민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충북 괴산군은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 시작 5개월 만에 8만 명을 돌파했다. 괴산군 인구 3만 6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생활인구를 늘리기 위한 연구 용역도 진행하고 있다. 정선군의 경우에도 지난 5월부터 ‘정선군 생활인구 증가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용역에 나섰다. 내용은 △청년목수아카데미 활성화 △미활용 폐교를 활용한 워케이션·스테이 공간 조성 사업 △정선 바이크 쉼터 등이 담겼다.

지역에 머무는 체류 인구는 경제 활성화도 이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인구감소 지역의 여가 소비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전국 인구감소 지역 전체 소비 절반을 관광 등 지역 방문자들, 즉 ‘체류인구’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도 인구감소지역의 체류인구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은 6월 기준 11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남성이 여성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평균 사용액이 많았다.
▲인구감소지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난해 9월 25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구감소지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창립총회와 출범식에서 지방소멸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괴산군



“작은 시골 마을과 도시는 다르다…지자체 상황 맞는 정책 도입돼야”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가 특성에 맞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생활인구 산정 결과에는 인구감소지역마다 상이한 체류 특성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지역에서 산출된 생활인구 유형이 관광형인지, 대도시형인지, 통근형인지 등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생활인구 시범산정 당시 △관광유형 △군인유형 △통근유형 △외국인유형 △통학유형 등으로 구분했다.

강원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강원자치도 생활인구 유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양군(특히 현남면, 현북면)의 경우 여름 휴가철뿐만 아니라 9월과 10월에도 청년층의 체류인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서핑 관련 체류인구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인구 활력 증진을 위한 생활인구의 도입과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영암군의 경우에는 대불국가산단 및 3개 농공단지가 있어 ‘통근’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생활인구가 많았다.

이처럼 관광이나 통근 등 생활인구의 특성을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하 교수는 “인구감소지역이라고 해도 작은 시골마을과 대도시권은 다르다”며 “대도시 근접 지역은 출근·통학 인구를 늘리는 전략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주변 인프라가 없다면 자연 풍경을 활용해 관광인구를 늘리는 정책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생활인구를 늘릴 여건이 안 되는 지자체에는 도움이 필요하다. 폐교를 활용한 숙박 체험이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생활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도입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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