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사진=뉴스1
국내 외국인 인구가 향후 5년 내에 3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농어촌 및 제조업, 건설업, 조선업, 식당 등 외국인 노동자는 어디에나 있다.
빠른 유입만큼 부작용도 따른다. 불법체류자는 41만 명을 넘겼으며, 특정 국적의 외국인은 건보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입에 따른 제도 보완과 더불어 총괄 정책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비숙련취업, 계절근로자…불법체류자 증가로 이어져 산업현장의 인력난으로 외국인 수가 순증하자 틈을 노린 불법체류자가 늘고 있다. 범죄 발생 시 단속이 어려워 비자 및 관리 체계를 손보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숙련취업, 계절근로자…불법체류자 증가로 이어져 산업현장의 인력난으로 외국인 수가 순증하자 틈을 노린 불법체류자가 늘고 있다. 범죄 발생 시 단속이 어려워 비자 및 관리 체계를 손보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불법체류외국인은 42만3675명으로 전체 국내 체류 외국인(250만7584명)의 16.9%를 차지했다. ‘사증 면제’로 입국한 경우가 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단기 방문 비자(20.5%), 비전문취업(E-9) 비자가 13.3%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E-9 비자가 불법체류자 양산 통로가 되는 것이다. 이 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5명 중 1명꼴로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고 있다. E-9 출신 불법체류자는 2022년 5만5171명, 지난해 5만632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근무지를 이탈했다가 붙잡힌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도 E-9비자 출신이다. 정부는 연간 수천 명을 단속해 추방하고 있지만 추방 비율은 2.3~6.1%로 미진하다.
농번기 일손을 돕기 위해 들어온 계절근로자(E-8)의 이탈 문제도 적지 않다. 계절근로자는 일손이 부족한 농번기에 5~8개월까지 고용하는 제도다. 2022년 무단이탈한 계절근로자는 1151명으로 전체의 9.6%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1.6%로 급감했지만, 완전히 줄어든 수치는 아니다. 지자체의 한 공공형 계절근로자 담당자는 “최근엔 계절근로자에게 숙소를 마련해주는 등 처우를 개선하고 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더 많은 임금을 주면 사업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불법브로커와 짜고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후 무단이탈하는 사례도 있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이민·다문화학 교수는 “비전문취업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 있다기보단 필요한 인력을 데려와 비자 기간이 끝나면 돌려보낸다. 숙련기술자로 육성하는 등의 제도가 부재해 임금에 따라 사업장을 바꾸다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손이 부족한 노동현장에서는 고용주가 불법체류자임을 알면서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불법체류자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숙련기능인력 전환 요건 완화 등 불법체류 유인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도 실업급여 제도 허점 노려…제도 개선 필요
▲2020년 3월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 체류 중이던 불법 체류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시럽급여’라 비판받았던 실업급여제도. 외국인 중에서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해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회 이상 실업급여를 탄 외국인이 받은 실업급여액은 117억원으로, 2018년 25억원의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에게도 실업급여 등 고용 관련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악용 사례는 주로 중국 동포 및 중국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타 국적자에 비해 일을 쉬더라도 안정적인 체류가 가능해서다. 이들은 재외동포(F-4) 비자, 결혼이민(F-6) 비자를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타 비자와 비교했을 때 체류 기간과 사업자 변경의 제한이 없다. 반면 비전문취업(E-9) 비자는 3개월 이상 근로하지 못할 경우 곧장 강제 출국당해 실업급여를 받기 불리하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고용보험의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 10월 6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외국인 실업급여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국내에 취업(F-4, H-2 비자)한 중국 국적 동포가 납부한 고용보험료는 317억4100만원이었지만 이들이 받은 실업급여는 341억7600만원이었다. 24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이 같은 적자는 2020년부터 최근 5년 동안 한 해(2023년)만 제외하고 되풀이됐다.
정부는 내·외국인의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고 다시 신청한 수급자에 대해서 구직급여일액을 감액하는 내용이다. 단 저임금 노동자, 일용노동자 등 ‘노동시장 약자’에 대해서는 반복수급 횟수에 포함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도 담았다. 김위상 의원은 “실업자 보호 및 재취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업급여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건보료 악용 방법 공유”…적자 폭 높이는 중국인 중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는 꾸준히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 외국인 건보 재정수지가 해마다 흑자를 기록했지만 중국인만 보험료를 낸 것보다 급여 혜택을 더 받았다.
지난 7월 15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외국인 연도별·국적별 보험료 부과 대비 급여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건강보험료 재정수지는 7403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 가입자 상위 10국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인만 ‘부과된 건보료(8103억원)’보다 ‘받아간 급여(8743억)’가 더 많아 64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간 중국인 건보재정은 2019년 987억원, 2020년 239억원, 2021년 109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6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외국인 건보 가입자는 약 146만 명으로, 중국 국적 가입자가 70만 명가량(48%) 된다.
일부 중국인들이 친인척까지 피부양자로 등록, 국내에 들어온 후 치료나 수술 등의 의료 혜택을 받고 출국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은 탓이다. 실제 중국 포털 사이트나 SNS에는 한국의 건강보험 악용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정부도 칼을 뽑아 들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4월 3일부터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국내 거주 기간이 6개월 이상 지나야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게 건강보험법을 강화했다. 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실효성을 확인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심각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등 국내 체류 외국인도 피해를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액은 총 699억3900만원에 달한다. 4124개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1만4913명이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 5년간 매년 1200억원 안팎의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언어 문제 등 정보 차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 사업주가 불법체류 등의 약점을 이용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현행법상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주 허가 없이 사업장을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제도적 문제 역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에게 대지급한 금액도 늘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준 대지급금은 7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403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96.2% 오른 수치다. 김 의원은 "피해를 본 외국인 노동자를 지원하되, 대지급금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체불임금 신고 창구를 확대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사업장, 여러 개 비자…분절된 외국인 관리로 혼란
▲하지(夏至)를 이틀 앞둔 6월 1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장마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경북 고령군 개진면 한 감자밭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사진=뉴스1
체계적이고 통합적이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 관리 체계로 인해 노동 현장은 혼돈이다. 가장 단적인 예는 어업에서 발생한다. 어촌에서는 비슷한 업무를 지시하더라도 다른 비자의 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 양식업이나 20t 미만의 어선은 비전문취업(E-9) 외국인을, 20t 이상의 어선에는 선원취업(E-10) 비자 외국인을 고용한다. E-10 비자 외국인은 20t 미만 어선과 양식장에서는 근무할 수 없다. 똑같은 연근해 어업임에도 인력 배치가 유연하지 못한 것이다.
소관 부처와 사후 관리 주체도 다르다. E-9 비자는 고용노동부가 소관하고 사후관리는 산업인력공단이 맡는다. E-10 비자는 해양수산부가 담당 부처이며, 사후관리는 수협중앙회가 담당한다. 어류와 해조류를 손질·가공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E-8)는 법무부가 소관 부처이고, 관리는 지자체가 해야 한다.
소관 부서가 각기 다르다 보니 사고 발생 시에도 노동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외국 인력 공급의 유연성과 적시성이 떨어져 사업장에도 부담이 가중된다.
정부는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장이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대안으로 냈다. 지난 6월 한덕수 국무총리는 “부처별로 분산 관리해오던 외국인력을 통합 관리하고, 외국인정책 간 연계·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비자 종류와 관계없이 농축산업 관련 근로자(기존 E-8, E-9 비자)는 농림축산식품부, 어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기존 E-8, E-9, E-10 비자)는 해양수산부, 제조·건설·서비스업 종사자(기존 E-9 비자)는 고용부와 관계부처가 맡는 방식이다.
통합 관리 주체 필요…‘이민청’ 설립 대안 될까
전문가들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나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자 △계절노동자 △중국동포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책을 펼칠 기관 설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민청 설립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청이 외국인과 관련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정책과 관련한 각 부처의 역할분담을 조율하고 출입국 관리, 외국인력활용법, 이민자 통합 방법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지윤 교수도 “각 부처가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관련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며 “이와 더불어 외국인을 관리할 체계적인 시스템, 중간관리자 양성, 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다문화 교육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