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특수로 그칠 수 있겠지만 순수문학 읽기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K-컬처가 세계 무대에서 한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해외에서의 돌풍이 K-문학 전반으로 확산할지도 관심입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 작가의 선정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서정적 산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각각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국가와 이념이 가했던 폭력을 증언한 작가의 역량에 주목했습니다.
노벨문학상 발표 나흘 뒤에 전해진 경제학상에서 노벨위원회는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 모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대런 아제모을루 미국 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이 선정됐는데, 노벨위원회는 "경제·사회적 제도가 어떻게 국가 간 번영 수준 격차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국가와 이념의 폭력을 파헤진 한강 작가의 작품들에서 경제학 수상자들이 주목했던 ‘제도의 중요성’이 오버랩됩니다.
3인의 경제학자는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는 길로 포용적 제도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포용적 제도란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를 그 반대개념으로 제시합니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로빈슨 교수와 함께 2012년 펴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정치제도의 질이 경제성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사회가 과거의 국가적 폭력을 '회고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제도의 불합리에 저항했던 국민의 역량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정치제도의 질적 수준은 여전히 답답한 수준입니다.
저성장을 벗어날 포용적 제도. 우리사회가 품어야 할 그 포용의 넓이와 깊이가 어느정도인지 살펴봐야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