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이 지난해 11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와 핵가족화로 혼자 사는 노령층이 많아졌고, 비혼주의가 확산된 사회현상에 따른 것이다. 또 이혼과 직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돌싱(돌아온 싱글)’, ‘기러기’ 등 혼자 사는 삶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안정적인 주거 지원 등 의식주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1인가구를 위한 각종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가구’를 보면, 2022년 기준 1인가구는 750만2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의 34.5%를 차지하는 수다. 주민등록 기준 1인가구는 이미 ‘1000만 가구’ 시대를 열었다. 올해 8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가구는 1009만7848가구로 집계됐다. 행안부 통계는 말 그대로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1명만 등록된 가구를 의미한다. 통계청의 조사는 인구총조사 등을 통해 실제 거주 형태를 조사해 행안부 통계와 차이를 보인다.
혼자 사는 삶의 풍경이 30년쯤 뒤면 ‘절반 이상’이 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12년 후인 2037년에는 1인가구가 971만4000가구로, 전체의 40.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52년에는 51.6%로 늘어나 절반 이상이 1인가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가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0년 9%를 차지했던 1인가구 비중은 2000년 15.5%로, 2015년 27.2%로 꾸준히 오르다 2022년 3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1인가구의 10명 중 4명은 수도권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에 사는 1인가구 비율은 각각 21.8%, 20.8%로 전체의 40%를 넘었다. 이어 부산(6.8%), 경남(6.2%), 경북(5.7%)이 뒤를 이었다.
가장 ‘젊은’ 1인가구가 사는 지역은 세종이었다. 세종에 거주하는 1인가구 중 절반가량인 53%가 30대 이하였다. 서울에서는 30대 이하 비중이 49.6%를 기록해 젊은 1인가구 수가 많은 편에 속했다. 이어 대전(46.9%), 광주(38.8%) 등이 뒤따랐다. 반면 ‘고령 1인가구’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전남이었다. 전남에 거주하는 1인가구 중 51.7%는 60대 이상이었다. 이어 60대 이상 1인가구 비율이 많은 지역은 △경북(45.6%) △전북(44.7%) △경남(44.3%) △강원 (44.1%) 순으로 나타났다.
▲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이 1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어르신 안심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계청에 따르면 1인가구의 71.8%가 청년 혹은 노인이었다. 2022년 기준 39세 이하 1인가구 비율은 36.6%였고, 70세 이상은 35.1%를 기록했다. 문제는 급증하는 1인가구를 지원할 사회적 안전망이 아직은 촘촘하지 않다는 것이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허준수 교수는 “외국 같은 경우는 주거 지원 등 1인가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친가족중심’ 성향이 강해 문제가 생기면 보통 가족이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남게 되면 문제가 생겨도 도울 사람이 없어서 사회적으로도 고립되기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1인가구에 대한 빈곤과 고독사, 신체와 정신 건강 문제 등 불거지는 사회 문제에 이목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1인가구 사회보장 수급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의 빈곤율은 47.8%로 전체 가구 빈곤율(30%)보다 17.8%p 높았다. 특히 노인층 1인가구 빈곤율은 70.3%에 달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생계·의료·주거·교육)의 전체 수급 대상의 72.6%가 1인가구였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계급여는 1인가구 중위소득의 30%(지난해 58만3444원) 이하인 경우 지급한다. 연평균 소득도 전체 가구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1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3010만원이었다. 전체 가구 평균(6762만원)의 44.5% 수준인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2년 1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1인가구 안심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들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주민의 삶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개인과 가족의 생활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3년마다 가족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4월 17일 발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가 가장 필요한 정책이 ‘주택 안정 지원(37.9%)’이었다. 그 뒤를 △돌봄 서비스 지원(13.9%) △심리·정서적 지원(10.3%) △건강증진 지원(10.1%) △가사서비스 지원(10.1%)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일선의 지자체는 월세 지원부터 공공임대 공급 등 1인가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수원시, 울산시, 세종시 등 청년 1인가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청년월세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5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1인가구를 위해 주택을 공급해주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최소 25㎡ 이상 면적이 보장되는 1인가구 맞춤형 주택을 2026년까지 7만 호 이상 공급한다. 전북 전주시는 위기 여성과 자립 준비 청년, 외국인 유학생 등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주거플랫폼인 셰어하우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오는 2028년까지 사업비 768억5000만원을 들여 무주택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202호’를 건설한다. 부산시도 원룸이 밀집한 대학가에 여성 친화형 1인가구 안전 복합타운을 조성한다.
홀몸 노인을 위한 지원을 펼치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는 아플 때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시민을 위해 동행 매니저를 지정,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전 일정을 함께 하는 ‘병원동행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대전도 1인가구를 위한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부엉이 앱’을 운영 중이다.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가 일정 시간(12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호자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업무용 휴대전화에 위험 신호를 자동으로 문자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부산시도 1인가구 포털을 운영하며 신체와 정신 건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1인가구가 키우는 반려견의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거나, ‘혼밥 방지 모임’을 진행하는 등 톡톡 튀는 정책을 선보이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회적 배려계층과 1인가구를 대상으로 이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의 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원한다. 성남시는 1인가구로 이뤄진 동아리에 활동비를 팀당 백만원 내에서 지원한다. 서울시 종로구는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 ‘혼밥 탈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는 지난 7월 정리 컨설턴트를 초청해 안성시 공공도도서관에서 ‘1인가구 위한 정리법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인가구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만큼 지원책도 각 유형 맞춤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준수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정책은 1인가구의 문제를 취업, 주거, 고독사 등 단면적으로 보지만 사실 다차원적인 문제”라며 “개인별로 수요에 맞출 수 있는 서비스와 제도가 지역사회에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노인 1인가구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미리 노인 단독 가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