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꿈나무 키워낸 ‘작지만 큰 도서관’

[더리더초대석] 정기원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현승 기자 2024.08.01 09:3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기원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사진제공=㈔한국작은도서관협회

“1994년 5월 5일 전주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 작은도서관 운영을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국작은도서관협회는 지난 30년 동안 작은도서관운동을 이끌어왔다. 1994년 3월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이 시행되면서 독서운동을 통한 문화 소외를 극복하고 정보 나눔을 위한 문고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1997년 11월 28일, 작은도서관 전북협의회와 경기도협의회를 중심으로 180여 명이 모여 한국사립문고협회(현 한국작은도서관협회)를 창립했다. 협회 초대와 2대 전국 회장을 맡았던 정기원 이사장은 2008년 문화관광부 법인으로 등록하고 이사로 10여 년을 일했다.

이후 사무총장 상임이사를 거쳐 7·8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월부터 9대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정 이사장은 지난 5월 전국작은도서관대회를 익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또한 지난 7월 1일 ‘LH 작은도서관 지원센터 운영’ 용역 사업을 수주했으며, 8월 초 사업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지난 7월 16일 정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작은도서관들이 꿈꾸는 큰 세상…‘전국작은도서관대회’
전국작은도서관대회의 탄생에는 정 이사장의 노력이 있었다. 그동안 협회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위탁사업으로 작은 도서관 운영자 역량 강화 워크숍으로 진행했다. 정 이사장은 전국 5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하던 행사를 전국에서 함께 모여 격려하고 서로의 성과에 자극받는 자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정 이사장은 “전국에서 함께 모여 격려하며 힘을 모으고, 나 같은 작은도서관 관련자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도전받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성을 느꼈다”며 대회 출범 계기를 설명했다.

지난 5월 23일, 전라북도 익산시가 주최하고 한국작은도서관협회가 주관한 제1회 전국작은도서관대회가 원광대학교 총학생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책과 사람을 잇는 우리 마을 작은도서관’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작은도서관 운영자 700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강의와 사례 발표를 진행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 분야에서 대상을 받은 창원봉림작은도서관, 전주곰솔나무작은도서관, 솔숲마을작은도서관이 우수 운영 사례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대회 다음 날에는 신청자에 한하여 익산 시내 작은도서관 및 유적지 탐방을 진행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5월 23일 원광대 학생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작은도서관대회’에 참석한 작은도서관 관계자들/사진제공=㈔한국작은도서관협회

◇정보 양극화 극복의 시작, LH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
지난 7월 1일 협회는 ‘LH 작은도서관 지원센터 운영’ 용역을 수주했다. 협회는 8월부터 8개월간 CM을 파견하며 운영비를 지원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LH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작은도서관협회는 2018년 작은도서관에 순회사서 파견을 시작으로 LH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다. 당시 5개로 시작된 LH 작은도서관이 2024년 현재 220개소로 확대됐다. LH 작은도서관은 마을공동체의 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정 이사장은 “LH임대공동주택에는 경제적 빈곤 또는 신체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의 사각지대가 되기 싶다. LH작은도서관은 이들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아파트 중심에 위치해 있다”며 “그렇기에 협회는 한동안 다른 사업보다 LH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집중해, 우리 사회의 정보 양극화 극복을 위해 애쓸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작은도서관운동 30년을 맞이한 소감은
▶작은도서관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됐다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 작은도서관을 세웠을 때의 열정과 노력들이 떠오른다. 많은 분의 도움과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1994년에 작은도서관운동을 시작했을 때와 현재의 작은도서관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나
▶그렇다. 초창기에는 도서관의 필요성조차 인식되지 않은 시기였다. 지금은 작은도서관이 지역 사회의 문화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사람이 작은도서관을 통해 독서와 문화를 즐기고 있어 매우 기쁘다. 특히 LH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

-작은도서관운동의 가장 큰 성과를 꼽아보자면
▶가장 큰 성과는 역시 많은 사람에게 독서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진행해 주민들이 도서관을 친숙하게 느끼게 됐다. 또 작은도서관이 마을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 간의 유대감도 강화됐다.

-작은도서관 운영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점은
▶초기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다. 도서와 운영비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으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 초창기 전국 회장으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작은도서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와중에 차를 두 대나 폐차했고, 여러 도서관 행사를 치르다가 사고를 겪어 다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일이 사명이라고 생각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많은 분들의 후원과 참여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작은도서관이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많은 지자체와 기업들이 작은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2월 5일 한국작은도서관협회 9대 이사장 취임식에서 협회기를 흔들고 있는 정기원 이사장/사진제공=㈔한국작은도서관협회
-작은도서관은 지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독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는 안전하고 유익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

-요즘 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 PC가 보급되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는데
▶정보화시대에 디지털 기기를 더 자주 이용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시간이 부족한 독자들과 젊은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많이 애용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식 독서를 하는 독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어떤 독서 방법에 익숙하느냐에 따라서 이용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좋은 독서환경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현재 작은도서관에서는 독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들의 취미생활, 소모임,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해 도서관의 접근성을 높여, 종이책을 가까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작은도서관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다양한 전자책과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도서관협회에서 추진 중인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최근 LH작은도서관 지원센터 용역을 수주했다. 현재 LH 작은도서관 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전국 220개소의 LH 작은도서관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를 선발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주민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연결해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 차별화되는 점은
▶작은도서관은 그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운영되고, 그들의 필요와 관심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대형 도서관과 달리 작은 규모로 운영되지만, 그만큼 개인적인 접촉과 통이 활발하다. 이는 주민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준다. 또한, 작은도서관은 접근성이 좋아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7월 5일 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진행된 ‘LH작은도서관지원센터운영’ 착수보고회 모습/사진제공=㈔한국작은도서관협회
-작은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참여해야 도서관에 활기가 돈다. 물론, 지자체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운영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수도 필요하다.

미래는 작은도서관은 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디지털 기기가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들과의 친밀함을 형성하고 마을공동체를 작은도서관에서 이루어가길 꿈꾼다. 인간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극복하고 자기를 평생교육 차원에서 계발할 수 있는 것은 작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여러 활동이 크게 도움된다. 

그런 일들을 현재 LH작은도서관에서 몇 해 동안 시범 사업을 통해서 실현해나가고 있다. 또한 은빛 시대에 접어들어 약 30년 이상을도서관을 통해 즐거운 생애를 누릴 수 있는 작은도서관 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작은도서관은 우리 모두의 공간이다. 많은 분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고, 함께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독서와 문화는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작은도서관을 통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PROFILE
정기원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1958년 전북 고창 출생
전주대학교대학원 문헌정보학과 석사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명예철학박사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역임
LH 작은도서관지원센터 센터장
책사랑작은도서관 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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