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낭비다.”- 직장인 A씨(30세)
“지자체에서 만남을 주선해주니 믿음이 간다. 만날 기회도 많지 않은데
참여하고 싶다.”- 자영업자 B씨(32세)
앞으로 서울시 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미혼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종배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발의한 ‘서울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례에는 청소년, 청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및 미혼남녀가 문화 향유에 있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시민에서 청소년, 미혼남녀, 장애인, 노인 등으로 나눈 것이다.
조례를 발의한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미혼남녀’를 명시한 것에 대해 “미혼남녀가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요즘은 결혼정보회사나 애플리케이션 등 남녀 만남의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리케이션이나 결혼정보회사 등 민간 영역에서의 만남 주선은 부작용이 많다”며 “이제 공공도 한 축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공공 영역이 나서면 신원 확인 등을 통해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서울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해야 한다”며 “공공에서 안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혼인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혼인율과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이 같은 조례를 발의했다고 밝혔다. 2022년 말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3.7건으로 2013년 6.4건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했다.
더불어 결혼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월 14일 발표한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률은 29.5%에 그쳤다. 지난 2012년 73.2%에서 크게 줄어든 숫자다.
이런 배경으로 지자체가 나서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세금 낭비’라고 비판하는 의견과 ‘국가에서 나서야 한다’고 찬성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직장인 A씨(30세)는 “지자체가 세금을 들여 공개적 소개팅 행사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괜찮은 사람을 어떻게 선별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B씨(32세)는 “요즘 지인 소개팅 외에는 만날 기회를 갖는 게 어렵다”며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으로는 믿을 만한 상대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신원 보증도 해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찬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김영선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5월 23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와 민간 데이트 업체가 협력해 남녀의 만남을 주선한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와 민간 기업이 손을 잡고, 신뢰할 수 있는 결혼·출산·육아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속해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5월 24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가는 연애할 시간과 여유를 만들어주는 데 힘써야지 누가 직접 (중매)해달라고 했느냐”며 “청년은 지자체가 중매쟁이 역할을 맡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관(官) 주선 단체미팅 참여 경쟁률은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가 지난해 진행한 ‘솔로몬의 선택’에 총 2571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 6대 1을 기록했다. 또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나는 절로’ 프로그램에 지난해 2500명이 지원, 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저출산 늪에 빠진 일본에서도 지자체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남녀 데이팅 앱을 출시했다. 1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쿄도청(TMG)은 일본 미혼남녀 수백만 명을 매칭해주는 AI 앱을 출시했다. 해당 앱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도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미혼남녀여야 하며 연 수입 등을 기재해야 한다.
백종화 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은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의 큰 장점은 같은 지역 주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같은 생활권에 거주하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심리적 연대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사람마다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다른데, 지자체에서 주최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고 검증된 분들만 나와 신뢰감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