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싸고 빠르게…‘골판지 시장’ 주름 잡다

골판지 제조기업 창마루 김이창 대표 “낮은 단가, 온라인 선점이 선두 비결…제품 다양화 힘쓸 터”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3.05.10 13:4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창마루 김이창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골판지는 대표적 친환경 소재입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도 골판지의 특성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골판지 박스 제조기업인 창마루 김이창 대표의 말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김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학부를, 서울대에서 대학원을 졸업했다. 20대 후반 창마루에 입사, 코로나19와 대형 제지공장 화재 등 유례없는 이슈를 극복하고 8년째 창마루를 이끌고 있다.

온라인 택배 박스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 역시 ‘친환경’인 만큼 골판지 관련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ㅗ김 대표는 머니투데이 와 인터뷰에서 “친환경 소재라는 장점으로 온라인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장 변화에 맞춰 골판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마루는 어떤 회사인가



창마루는 1976년 설립된 (주)동서포장의 전신으로 3대(代)째 가업을 승계, 48년을 이어온 기업이다. 설립 이후 오직 골판지 박스 하나만 생각하며 한길을 걸어왔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골판지박스를 공급해왔다. 2000년 초중반부터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타깃 고객시장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피보팅(Pivoting) 했다.
2005년 ‘박스포유’ 브랜드를 론칭해 골판지 상자 전문 제조 기업 최초로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에 진출했다. 또 E-커머스 시장의 중소규모 사업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3대째 이어온 가업이다. 가업을 잇는다는 심적 부담감은 없었는지



가족의 일방적 권유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었다. 사회적 경험도 충분치 않았기에 심적 부담감이 컸다. 창마루가 E-커머스 온라인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젊은 감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사를 결심했다.



본인만의 차별화된 경영 전략은 무엇인가



취임 후 업계엔 큰 변화가 있었다. 원재료를 매입하는 제지 회사에 큰 화재가 있었고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운영 시스템이 잘 정착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외부 요인으로 인해 시스템이 무력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전산 쪽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시장이 커지고 신규 고객이 많아지다 보니 감에 의존하던 기존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했다. 전산시스템을 구축, B2C 고객들을 위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세밀하게 신경 썼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코로나 기간 성장세는 어느 정도였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다방면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택배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 택배 수요 급증으로 골판지 시장과 해당 산업 자체가 많이 성장했다. 국내 택배시장은 2015년 이후 매년 10% 내외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등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택배 물동량이 3년 새 50% 폭증했다. 2021년 기준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128회에 달한다. 주력 시장은 E-커머스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인데, 택배박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액이 많이 늘었다.



골판지 원료의 가격 하락도 박스 업계 호황에 큰 영향을 미친것으로 아는데



코로나 기간의 골판지 수요 폭증은 어느 나라든 공통된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골판지 원료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폭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대형 제지사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가격은 더욱 올랐다. 원재료 가격 인상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박스업계가 호황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골판지 산업의 밸류체인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호황에 따른 수혜의 대부분은 밸류체인 상단부에 위치한 업체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골판지 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인 만큼 수직계열화가 구축된 생산업체들을 중심으로 계속적으로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골판지 산업의 밸류체인 최상단에 있는 골판지 원지 회사의 경우 상위 4개 업체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를 상회하는 피라미드 구조다.
수요 폭증으로 골판지 시장 자체가 확대되면서 가격인상 폭이 증가했지만 고객에게 인상분을 전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고객사 이탈을 염려해 원가 인상의 일정부분은 오히려 자기 부담으로 감내한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외형적 성장은 있었을지라도 내적 성장은 어려웠던 시기다.




온라인 사업 진출 계기는 무엇인가



온라인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은 부친인 김권헌 이사다. 과거 창마루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백색가전용 박스를 27년간 주 거래로 납품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었다. 또 롯데그룹과 오뚜기그룹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에도 골판지 박스를 납품하고 있었다. 그러나 특정 거래선에 매출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해 온라인 E-커머스 택배박스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창마루 김이창 대표/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 부동의 1위인데 비결은 무엇인가



온라인 시장에 최초로 진입했다는 이점이 선두에 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 실행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타 박스 시장은 대체로 B2B로 움직이기 때문에 MTO(Make To Order) 방식에 고착돼 있다. 이런 회사들은 박스 수요가 있는 기업에 B2B 영업을 해서 고객사가 원하는 규격, 배합, 인쇄사양에 맞춰 견적을 산출한다. 그리고 고객 주문에 맞춰 생산하고 납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은 B2C 성격을 갖고 있다. 고객 주문 이전에 생산재고를 보관하고 있는 MTS(Make To Stock) 방식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장과 고객에 대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이 자주 이용할 것으로 판단되는 박스를 규격에 따라 미리 선정, 제품별로 적절한 생산량을 산출하고 재고를 보유한다.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박스라는 제품 자체가 타사와 차별화가 어려울 듯하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골판지 박스는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제품 차별화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 만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 내에서 고객들은 낮은 단가의 제품을 주문 후 빠르게 수령하길 원한다. 이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다.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에선 경쟁이 치열하기에 일시적으로 낮은 단가를 미끼로 많은 고객을 유혹한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낮은 단가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구조적으로 낮은 단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제품을 신속하게 출하할 수 있도록 제품의 재고 결품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재료 발주부터 실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설비 투자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유는 무엇인가



올해 예정인 설비 투자 건을 포함해 지난 4년간 투자한 금액이 80~90억원에 달한다. 투자 금액 대부분은 골판지 상자 인쇄기 및 부대설비가 차지하고 있다. 설비 투자는 고객에게 양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단가로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속한 온라인 택배박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골판지는 친환경 소재로, 이 특성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 플라스틱이나 비닐과 비교해도 월등하다.
향후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관련 온라인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기보다는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할 계획이다.
시장 예측은 어렵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저렴한 제품의 택배박스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다. 앞서 언급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마루만의 차별화 된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쓸 계획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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