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골퍼_USGTF 도전기]‘힌남노’도 못 말린 꿈, 보성에서 이루다

[임윤희 골프픽]나만의 필승전략, 멘탈 잡고 ‘티칭프로’의 길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2.11.03 09:3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보성CC의 파3홀 전경/사진=임윤희 기자
10번의 라운드 스코어 평균값인 ‘애버리지 스코어’를 자신의 핸디캡이라고 한다. 구장 난이도나 컨디션에 따라 스코어는 달라지지만 평균치를 내보면 상승세 또는 하락세 등 추이가 드러난다.
골프는 아주 민감한 운동이다. 일정한 스코어를 지속적으로 내는 것은 프로들도 불가능하다. 주말골퍼가 라운드마다 마음을 비우려 하는 이유다.

공이 안 맞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습부족, 잘 못 치는 동반자 때문에, 잠을 잘 못 자서, 내기 때문에, 이른바 ‘구찌’ 때문에, 잔디가 양잔디여서, 밥을 안 먹어서 또는 너무 많이 먹어서, 날이 추워서, 더워서…핑계를 찾자면 끝이 없다.

지난 2년간 칼럼을 통해 밝힌 기자의 스코어 변화 역시 그 폭이 크다. 언더와 싱글플레이를 하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보기플레이까지 거의 20개 타수를 넘나들었다.

70타대 스코어를 기록한 날은 우쭐했다가도 아이언을 팔아버릴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셀 수도 없었다.
골프장 탐방기를 쓰기 시작한 것 외에 골프 인생에 또 다른 방점을 찍어보고자 목표를 세웠다. 널뛰는 주말골퍼의 스코어 대신 확실하게 ‘골프 좀 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자격증뿐이다.

아마추어들이 가장 많이 도전한다는 USFTF(미국골프티칭프로) 테스트를 치러보기로 했다.
이 자격증은 시드프로나 투어프로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지만 합법적으로 골프 레슨이 가능하다. 연예인 골프 고수로 분류되는 박선영, 강성진 등이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400km 보성CC, 티칭프로로 가는길



미국 골프 지도자 연맹(USGTF)은 전문골프지도자 선발, 양성 교육기관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골프전문지도자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미국과 동일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USGTF-KOREA 기관이 연맹으로 설립돼 있다.
1989년 제프 브라이언트(Geoff Bryant)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 전 세계 40여 개 회원국가의 연합으로 발돋움했다.
골프붐과 함께 테스트 참가자도 매년 늘고 있다고 협회는 밝힌다.

단 1회의 라운드를 통해 실기시험이 진행되며 실기 테스트 통과자에 한해 4일간의 교육을 거쳐 이론, 골프룰, 스윙기술 구술 및 면접테스트가 진행된다. 1, 2차에 합격하면 티칭프로 자격증이 발급된다.

USGTF는 늘어나는 참가자들을 위해 전국 4개 권역에서 치르던 프로 선발전을 지난해부터 5개 권역으로 늘린 바 있다. 1년에 배출되는 합격자는 600명 정도 되고 합격률은 구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30% 이하라고 한다. 1년 중 접수일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미리 접수하지 않으면 조기마감될수도 있다.

티칭프로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7월 22일 협회에 전화를 걸어 접수 일정을 확인했다. 보성CC에서 9월 5일 열리는 선발전에 남은 몇 자리가 올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답을 들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단 등록부터 해버렸다. 여자부는 레드티 82타 이하 스코어까지가 합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테스트까지 겨우 한 달 남짓이다. 보성CC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본다. 서울에서 거의 400km로 자가로 5시간이나 소요된다. 그나마 USGTF 테스트가 열리는 구장 중 보성CC의 합격률이 높은 편이라는 게 위안이 됐다.



멘탈 잡고, 나만의 필승 전략으로



나름대로 필승전략을 세워나갔다.

•5년이란 짧은 구력이 나의 약점이다. 부족한 필드 경험을 채우기 위해 최대한 라운드를 많이 해보자.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일관된 스윙을 만들어 일정한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

일단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실천에 옮겼다. 최대한 약속을 줄이고 하루에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까지 연습했다. 개인적으로 긴 연습은 몸에 무리는 주는 느낌이라 짧게 여러 번 연습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평소에 월 2회 정도 하던 라운드 횟수를 휴가까지 쓰면서 늘려나갔다.

연습과 라운드를 병행해가며 골프에 올인했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7월 5번의 라운드에서 70대 스코어를, 8월엔 2번 70대 스코어를 기록했다. 애버리지 스코어 하락세에 한숨만 나온다. 조용히 도전했어야 했는데 사방에 소문까지 내버리는 바람에 부담감이 커져갔다. 보기플레이만 해도 재미있던 골프가 점점 어려워졌다.
▲지난여름 평소에 월 2회 정도 하던 라운드 횟수를 휴가까지 쓰면서 늘려나갔다. 부족한 필드 경험을 늘리기 위해 최대한 많이 라운드를 진행했다./사진=임윤희 기자

연습라운드에 나가면 동반자들의 시선도 부담이었다. 골프 좀 친답시고 티칭프로에 도전하는 여기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얼마나 잘 치는지 한번 보자” 눈으로 말하는 느낌에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숨이 턱 막혀왔다. 잘 안 맞는 날엔 골프가 그런 거라며 위로도 받았지만 생각보다 별로라는 따끔한 일침도 들었다.

웃자고 시작한 미션에 극복해야 할 것들이 산 너머 산이었다.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멘탈은 흔들렸다.

그동안 골프는 멘탈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와 볼에 대한 집중력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왔다. 압박감이 심해지자 아이언은 생크가, 드라이버는 훅 구질로 오른쪽 왼쪽으로 날라가며 멘탈을 무너뜨렸다. 처음 머리를 올리던 날에도 이 정도의 압박감은 아니었다.
부담감을 뛰어넘어 멘탈을 부여잡을 전략을 세워본다.

•스윙 어드레스에서 생각을 지우고 볼에 더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마음껏 하고 있는 날이라는 것을 리마인드한다.

18홀을 도는 5시간 동안 멘탈을 부여잡고 집중해서 라운드를 마치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었다.



힌남노 너마저…테스트 연기에 맘 비워



9월 5일 예정됐던 테스트가 역대급 태풍 ‘힌남노’로 인해 연기됐다. 테스트 이틀 전인 3일 밤 청천벽력과 같은 문자를 받았다.
마지막 결승선 통과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짜낸다는 마음으로 그간 연습했는데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맥이 풀려버린다.

시험 전 겨우 마음에 드는 샷감을 유지했었는데…거의 20여 일이나 연기돼 29일 테스트를 보게 됐다.
매월 말일은 기사 마감도 겹쳐 업무적인 부담도 커진다. 그간 너무 전력질주를 한 탓인지 시험 연기 소식에 한동안 연습라운드 갈 힘도 없다. 게다가 휴가도 너무 많이 소진했다.

잠시 왔던 샷감은 20여 일 동안 그렇게 멀어져갔다. 한주 라운드도 거르고 연습도 안 하자 스코어는 냉정하게 결과를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싱글 찍은 것도 불과 지난 7월 초다. 보기플레이어로 지낸 시간이 더 길다. 냉정하게 내 실력을 분석해보면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정말 운이 좋은 날 싱글플레이하는 수준이었으니 첫 도전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한층 마음이 편하다. 잘 안 되면 내년에 한 번 더 도전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간 무리했던 체력 회복을 위해 연습은 최대한 줄이고 지인들과 예정됐던 명랑라운드 이후 테스트를 보러 보성으로 향했다.



페어웨이 좁은 보성CC, 빠른 그린에 진땀



그 사이 짬을 내 보성CC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 보성CC는 2008년에 오픈했으며, 주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마운틴 코스(9홀)와 레이크 코스(9홀)로 구성된 전장 6503미터의 정규 18홀 대중제 골프장이다.
겨울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은 해양성 기후로 연중 라운딩이 가능하다. 도전적이며 터프한 남성적인 마운틴 코스와 섬세하고 개성 있는 레이크 코스가 어우러져 다이내믹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페어웨이에는 조선잔디가 식재돼 있다.

대체로 오른쪽으로는 OB지역이라 티샷의 부담감이 크다. 전반적으로 코스가 길지 않고 언듈레이션이 적어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페어웨이가 좁아 OB를 조심해야 한다. 샷에서 큰 실수만 안 한다면 희망이 있어 보인다.
빠른 유리알 그린이 관건이다. 여름내 느린 그린에 익숙해져 있었다. 핀의 위치도 어렵게 내리막에 꽂아둔 탓에 연습라운드 내내 3퍼트에서 4퍼트까지 기록했다.

특히 테스트에서는 홀컵 주변에서 오케이를 받지 않고 공을 넣어야만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스코어가 더 나올 수 있다. 완벽한 퍼팅이 필요하다.
연습라운드 이후 샷보다는 어프로치와 퍼팅 위주의 연습을 진행했다.

단단한 그린이라 짧게 올리더라도 런이 많이 발생하기에 거리 조절이 어려웠다. 대체로 어프로치나 퍼팅이 길었다. 거리감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어프로치는 짧게 굴리는 방식으로, 퍼팅은 3발자국 거리부터 20발자국 거리까지 몇 시간씩 연습했다.
▲새벽 5시 보성CC 클럽하우스에 테스트 참가자들의 접수줄이 길게 늘어섰다./사진=임윤희 기자



79타, 5년 만에 티칭프로의 길로



9월 29일 새벽 5시, 실기테스트를 치르기 위해 새벽 별을 보며 보성CC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열기가 이렇게 뜨거웠다니…벌써 참가접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오늘 선발전을 치를 조편성이 발표됐다.
여자는 남자부 테스트가 종료된 이후 시작이다. 15조 7시 41분, 내 이름이 눈에 띈다.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연습 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다른 선수와 크로스로 점수를 체크해야 하기에 관련 주의사항을 진행요원이 안내한다. 미리 공지했던 고도차 확인 가능한 거리측정기 사용여부 역시 체크한다. 전반 10오버를 기록하면 그 자리에서 백을 내리게 된다는 규칙을 설명한다. 낯선 규칙에 긴장감이 맴돈다.
▲오전 6시 3분, 첫 티샷을 앞둔 1조 참가자들이 진행요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임윤희 기자


함께 시험을 보게 된 동반자 3명과 인사를 나눈다. 슬쩍 이야기를 건네보니 다들 첫 도전은 아니다. 한 사람은 두 번째, 다른 한 사람은 세 번째 도전이다. 참가 이유도 제각각이다. 티샷은 자신의 가방이 놓여 있는 순서대로 진행한다. 나는 3번째.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본다.

레이크 코스 파5부터 시작이다. 이 홀은 레이디 기준 413미터 우도그레그 홀이다. 우측은 OB라서 최대한 언덕이 있는 산 쪽을 공략해야 한다.

첫 홀은 무조건 파세이브를 해야 한다. 첫 티샷, 스윙은 최대한 생각 없이 공만 보고 치려고 마음먹었다. 거리가 짱짱한 동반자 덕분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여지없이 슬라이스 구질이 나온다. 공이 OB 구역으로 날아간다. “끝 선에 걸린 거 같아요.” 베테랑 캐디가 혹시 모르니 잠정구를 하나 더 치고 가라고 말한다. 시작부터 심장이 쪼그라든다.

나를 제외한 선수들은 안전하게 좌측으로 티샷을 했다. 공이 살아 있더라도 오른쪽은 세컨드샷 하기에 시야가 좋지 않다. 서둘러 가보니 공의 위치가 좋지 않다. 작은 소나무를 심어둔 볼록 솟은 곳에 공이 걸쳐 있다. 세컨드샷으로 만회를 해보고자 3번 우드를 꺼냈다. 평소 오르막 라이에서도 정확도가 높은 편이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공을 띄우지 못하고 뱀샷을 해버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우드라서 100미터는 굴러갔다는 것이다.
남은 거리 140미터 그린 앞 벙커를 피해 그린에 무조건 올려야 파세이브가 가능해진다. 3번 유틸리티 서드샷. 공이 페어웨이 우측에 있었기 때문에 샷이 열리면 무조건 OB다. 한 번의 OB로도 합격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진다.

공에 집중해 좋은 샷이 나왔을 때 내 몸의 움직임을 최대한 기억해내려고 애썼다. 서드샷을 날렸다. 정확하게 내가 본 대로 공이 날아갔다. ‘온 그린’. 함께 시험을 보는 선수들도 티샷부터 고전한 나에게 ‘나이스샷’을 외쳐준다.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3온에 성공했으니 이제는 퍼팅이다. 연습그린에서 마지막까지 해봤던 퍼팅감을 최대한 기억해냈다. 10여 미터 내리막 라이였다. 공을 넣고자 하면 3퍼트를 기록할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시도보다는 공을 홀컵 주변으로 붙이고 홀컵에 넣는 안전한 작전을 택했다.

결과는 2퍼팅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공이 홀컵에 들어갈 때 오늘 퍼팅은 좀 되겠구나라는 직감이 왔다. 터치가 좋았고 여러 번 연습한 탓에 퍼팅 라이가 그려졌다.

두 번째 홀에선 보기를 기록했지만 안정적인 샷감을 찾으며 시합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냈다. 6번째 파4홀에서는 버디를 기록하며 전반 38타로 마무리했다. 합격 가능성이 점점 커져갔다.

확실히 테스트라는 압박이 있어 기존의 라운드와는 차이가 있었다. 매홀 감독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티샷을 진행하니 긴장감은 올라갔다. 함께 시험을 치른 선수들 중엔 땡그랑의 압박을 못 이기고 2미터를 두고 홀컵 주변을 두세 번 왔다 갔다 하기도 했다. 30미터 어프로치를 남겨두고 퍼덕이느라 그린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레이디 티잉그라운드, 남자 마지막조가 세컨드 샷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사진=임윤희 기자

다행인 것은 상대평가가 아니어서 함께 안타까워하고 응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좋은 동반자를 만나는 것도 테스트에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전반이 끝나자 앞팀은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팀은 선수가 한 명만 남아 뒤팀과 합쳐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10오버를 기록해 골프백을 내리는 카트들이 시합 내 분주하게 움직였다.

후반 역시 큰 반전은 없었다. 차분하게 플레이를 이어갔고, 후반 41타, 총 79타로 USGTF 실기테스트에 합격했다. 보성의 뜨거운 태양에 처음 겪어보는 햇빛 알레르기에 두드러기까지 올라와 사방이 간지럽고 따가웠지만 기분만은 날아갈 듯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갈수 있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성취와 만족감을 주는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에 가슴이 뛰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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