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위기의 특별시, 신규 쓰레기 소각장 논란

[심층기획]날마다 1000톤 어디로 가나

머니투데이 더리더 이하정 홍세미 기자 2022.09.30 11:4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서울이 쓰레기 문제로 떠들썩하다. 서울시가 8월 31일 광역자원회수시설 최종 후보지로 마포구를 선정해 발표하자 마포구는 즉각 반발했다. 마포구 상암동은 난지도 소각장이 이미 가동 중인 곳이다. ‘마포만 또 희생하나’ 하는 반발 속에 ‘님비’ 논란까지 고개를 든다. 인천시의 수도권 매립장에는 2026년부터 소각하지 않은 쓰레기를 매립할 수 없게 됐다.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는 갈 곳을 잃을 상황이다. 서울시의 쓰레기 대란을 짚어본다.
▲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광역소각장)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신규 부지의 모습/사진=뉴시스

서울시가 8월 31일 공개한 신규 쓰레기 소각장 최종 후보지는 또다시 마포구 상암동이었다. 부지는 2005년부터 가동 중인 기존 난지도 소각장 바로 옆. 쓰레기차 진출입로와 소각장을 지하로 넣고 시설 규모를 키워 2026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가동은 2027년부터. 기존 소각장은 2035년까지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2027년부터 2035년까지는 두 시설을 동시 가동한다는 얘기다.


◇서울시 “최고 수준 설비로 유해물질 관리…주민에 인센티브도”


서울시는 새 시설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방지 설비와 최첨단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고,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법적 기준의 10배 수준으로 강화해 유해 물질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각장과 청소차 진·출입로를 지하화해 악취와 매연 피해를 막고, 폐기물 투입을 위한 크레인 운전과 소각재 배출 과정은 자동화한다. 신규 소각장을 주변의 하늘·노을·난지천 공원과 어울리는 명소로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지 인근 주민들에게는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하 소각장 시설이 들어서는 그곳 지상에 1000억원을 들여 주민 편의시설을 만들고, 연간 100억원 규모의 주민 기금도 조성해 주민복리증진과 지역발전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규 소각장 최종 후보지 발표 직후 자신의 SNS에 ‘마포구 주민 여러분께 이해와 도움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울시 발표에 마포구와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상황에서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새로운 자원회수시설 최종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 현 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선정한 후 마포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반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우려하는 점을 확실히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종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이 선정된 것은 입지선정위원회 회의를 통해서였다고 밝혔다.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 과정과 결과는 투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정성의 문제 때문에 최적의 입지 후보지가 선정되기 전 특정 지역과 미리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신규 소각장은 왜 필요한가


▲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에서 쓰레기 운반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환경부는 지난해 종량제 폐기물을 직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는 오는 2026년부터는 생활폐기물을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서울시에는 현재 소각장이 4곳 있다. 마포와 강남, 노원, 양천구다. 이들 4곳이 처리하는 쓰레기 양은 하루 2200톤 정도다. 하루에 쏟아지는 쓰레기 양은 3200톤. 매일 1000톤의 쓰레기가 소각되지 못한 채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로 실려 간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된 서울의 쓰레기 양은 8729만 톤으로, 전체 반입량의 55%에 해당한다.

인천시는 2025년부터 서울과 경기도에서 오는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인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는 운영을 종료하고, 다른 곳에 자체 매립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 다만 수도권 매립지 대체 부지 선정을 위해 환경부가 두 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무산됐고, 그간 중단됐던 환경부·인천시·경기도·서울시 간 4자 협의가 민선 8기 들어 재가동되면서 기존 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


◇신규 소각장 최종 후보지 결정까지 3년


서울시는 2019년부터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쓰레기 소각장 신설 부지 공모에 나섰다. 그러나 신청한 자치구는 없었다. 이후 서울시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렸다. 관련법에 따라 주민대표 3명, 전문가 4명, 시의원 2명, 공무원 1명 등으로 구성됐다. 2020년 12월부터 1년 9개월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다. 2021년 3월부터 전문연구기관을 통한 타당성 조사용역이 시행됐고, 입지후보지 36개소를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와 입지선정위원회 간의 견해 차로 타당성 조사가 지연됐고, 입지 후보지로 강동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동구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왜 마포구였나?

▲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2청사에서 시민들이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후보지 선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 과정·결과 개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는 9월 15일부터 오는 6일까지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과정.결과 개요’를 공람하도록 하고 있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상암동이 입지·사회·경제적 조건 등 전 분야에 걸쳐 골고루 우수하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또,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으로 둘러싸여 생활권역이 분리되는 등 주민 생활 불편을 최소화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며 “토지 활동 측면이 높은 시유지여서 부지 매입 비용이 없고 접근성 등이 우수하다”고 평했다. 마포구의 해당 부지가 생활권역과 분리돼 있고, 신규 토지 매입의 필요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평가 총점을 보면, 마포구는 94.9점(100점 만점)으로 2위 후보지 92.6점과 2.3점 차이였다. 나머지 후보지의 점수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3순위 후보지가 91.7점, 4순위 87.5점, 5순위는 84.9점이었다. 가장 높은 배점인 9점인 항목 ‘간접영향권(300m 이내) 주거지 현황’에서 마포구와 2, 3, 4순위 후보지가 모두 만점을 받았다. 8점과 7점 항목인 대기질과 악취 영향 부문은 모두 2순위 후보지가 만점을 받았다. 마포구는 해당 항목에서 각각 7.2점과 6.7점을 받았다. 이 밖에 마포구는 △법적 저촉여부와 인허가 △진출입 도로개설 △이주대책·토지취득 용이성 △부대 공사비 상승도 △집단에너지 설치 운영 △여열이용의 효율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민편익시설 이용 효과성 부문에선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시는 자료 공람 후 21일까지 우편과 팩스를 통해 의견제출을 받는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시행에 맞춰 주민설명회를 갖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추가로 청취할 계획이다.


◇소각장 신설에도 처리 용량은 부족…갈등 여전


신규 건립되는 소각장의 처리 용량은 하루 1000톤이다.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기존 소각장은 하루 750톤을 처리하고 있다. 서울시 발표대로라면 2035년까지는 신·구 소각장이 동시 가동되지만, 2035년에는 기존 소각장이 폐쇄돼 이후에는 처리 용량이 하루 250톤 늘어날 뿐이다. 소각장 건립에 따른 갈등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노원, 강남, 양천에 있는 기존 시설을 현대화해 처리 용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법은 기존 시설의 30% 이내 규모로 시설을 늘릴 경우에는 별도의 입지선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시설 현대화와 관련한 용역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 외 시설의 처리 용량은 양천구 목동 400톤, 노원구 상계동 800톤, 강남도 일원동 900톤이다. 이 중 양천구와 노원구 시설은 각각 1996년과 1997년 건립돼 전면 현대화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시설 현대화가 이뤄지면 마포구의 기존 시설에서 처리하던 용량만큼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포구 강력 반발 “백지화하라”


마포지역 주민을 비롯해 시·구의원들은 ‘소각장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9월 1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소영철 국민의힘 시의원(마포2)은 “2019년 소각장 후보지 공모 당시 25개구 모두 지원하지 않았다”며 “이런 예민한 시설을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진행한 건 구시대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포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으로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매일 750톤의 쓰레기 처리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말했다.

김기덕 민주당 시의원(마포4)도 “기존 소각장이 있는 4개 구는 제외하기로 돼 있었는데 왜 마포구가 됐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며 “서울시의 무책임한 폭거”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반대를 요구하는 주민과 시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마포구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는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자체대응 TF를 구성했다. 향후 민관합동으로 주민협의체 구성·운영 등을 통해 서울시 결정에 강력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8월 31일 ‘신규 자원회수시설 전면 백지화 촉구’ 특별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시의 광역자원회수시설 마포구 설치 방침에 대한 전면 백지화와 철회를 요구했다. 성명서에는 △서울시는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 △자원회수시설을 비롯해 서울화력발전소, 난지도 쓰레기 매립, 한강 개발을 위한 밤섬 폭파 등으로 인한 마포구민이 겪은 수십 년간의 고통과 불편 호소 △현재 마포구 자원회수시설로 인해 오랫동안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마포구민에게 실질적인 보상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박 구청장은 “마포구는 2005년부터 750톤 용량의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해오며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음에도 서울시가 근본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 없이 마포구에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며 “마포구 주민들에게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지역 형평성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8년 한강 개발을 위한 밤섬 폭파로 62가구는 실향민 신세가 되는 등 마포구민은 서울시민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 오랜 기간 고통과 불편을 감내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고통을 추가하는 이러한 결정은 37만 마포구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마포구 주민은 이번 소각장 건설 결정에 반대, ‘마포 소각장 신설 백지화 투쟁 본부’를 만들고 9월 11일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일대에서 ‘소각장 신설 저지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본부 측은 이날 행사에 지역구 의원과 시의원 등이 참석하고, 마포구 상암동·망원동·성산동, 경기 고양시 주민 1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주민들은 반대 서명 등 온라인 민원 창구를 통해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 시민 제안에 올라온 ‘마포구 상암 쓰레기 소각장 백지화’ 안건은 공감 수가 2300여 표를 얻었다.
▲마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 회원들이 9월 14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소각장 추가 설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Not In My BackYard…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쓰레기매립지 정책


쓰레기 처리 시설은 대표적인 ‘님비(Not In My BackYard, 지역이기주의)’의 대상이다. 인천시가 2025년 종료 예정인 서구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로 옹진군 영흥도를 최종 확정하자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인천시는 주민 수용성 강화를 위해 대체매립지와 함께 영흥 제2대교를 건설하고, 영흥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각종 지원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영흥도에는 여전히 매립지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고, 주민들의 시위도 매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영흥도 매립지 조성이 백지화됐고 대체매립지를 물색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는 대장동 자원순환센터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시설 증개축이 필요해지자 현대화·광역화 계획을 마련했지만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2년째 지지부진하다. 시는 2029년 대장 신도시 입주로 시설 확충이 불가피한데 광역화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하 건설로 시설 상부를 주민 편익시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 주민들은 다른 지역 쓰레기 반입에 따른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전문가·주민 등이 참여하는 시민협의회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경기 의정부시는 소각장 건설로 인한 광릉수목원 피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3년째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이다.

곧 포화상태에 이르는 지역 매립장도 다수다. 부산과 울산은 각각 1곳씩 매립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10년 뒤면 포화 상태에 이른다. 광주는 남구 매립장에서 생활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고 있는데, 내년 9월 새 구역 조성이 완료되기 전에 현재 사용 중인 구역이 포화할 전망이다. 강원도는 폐기물 매립지 24곳 중 75%에 달하는 18곳이 2031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충남도 2031년까지 매립지 15곳 중 7곳이 포화된다.
▲미사대로변에 있는 유니온타워/사진제공=경기관광공사



◇매립지를 ‘지역 랜드마크’로 만든 하남시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는 쓰레기 처리시설 조성의 대안으로 꼽힌다. 이곳은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다. 소각시설 벽면 암벽장과 10개의 다양한 하이킹·달리기 코스도 마련됐다. 2021년에는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됐다. 현재 주변 16만~18만 가구에 에너지와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하남시의 유니온파크가 쓰레기 매립지를 설립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한 사례다. 유니온파크는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복합 환경기초시설’이다. 105미터 높이의 녹색 전망대를 설치해 쓰레기 매립지를 지역의 관광 명소로 만들었다. 하남시 폐기물을 하루 최대 48톤까지 처리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지상에 있던 소각시설을 지하화했고,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쓰레기 소각장과 재활용 선별시설 등 6종의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 있다. 냄새가 지상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밀폐장치도 설치했다. 지상에는 물놀이시설과 공원, 테니스장, 전망대(유니온타워) 등 하남시민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충남 아산의 쓰레기 소각시설 주변에는 150미터 높이의 전망대와 생태곤충원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있다. 소각장은 지역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모방식으로 추진됐다. 또 폐기물 반입에 따른 수수료 10%를 주민들에게 지급하고 소각열로 생기는 증기열 일부를 인근 공장에 공급하는 등 정책도 진행해 주민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주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유니온파크 사례처럼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지역사회 활성화에 도움이 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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