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40년 골프 마니아, ‘캐디 앱’으로 홀인원

[골프in]“사람 캐디 대체 유일한 제품, 올해 안 400여 골프장 지원 목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2.08.02 10:1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버디캐디 2.0을 구현해 보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타수를 줄이는 데 관심 없는 골퍼가 있을까.

필드 스코어에 신경 쓰면서부터 장비가 늘어난다. 거리측정기, GPS 시계, 수평계 볼마커까지… 정교한 플레이를 위한 아이템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페어웨이 거리 측정은 물론 그린 주변 쇼트 게임과 그린에서 퍼팅 궤적까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앱이 있다면 휴대폰 하나로 정교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버디캐디 앱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버디캐디㈜에서 지난 2월에 출시했다. 코스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야디지북 기능은 물론 거리 측정과 그린 위 퍼팅 궤적을 제시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올 7월에는 필드 테스트를 거쳐 사용하기 손쉬운 2.0 버전을 선보였다.

버디캐디 앱은 이 스타트업에 주요 개발자로 참여하고 있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의 버디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했다. 40년 구력을 갖춘 소문난 골프 마니아인 진 회장은 IT 전문가답게 그린의 고도 차에 따른 공의 궤적을 보여주기 위해 뉴튼의 운동역학법칙과 마찰력, 중력 등을 분석해 프로그램으로 직접 코딩까지 맡았다.

진 회장은 “현실적으로 앱 서비스를 통해 캐디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버디캐디가 유일하다. 앞으로는 장비와 의류, 유통과 레슨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골프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회장은 삼성전자 임원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먼트를 세우고 투자전문가로 변신했다.

다음은 진 회장과의 일문문답.



앱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2018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골프 매거진이 선택한 ‘영국과 아일랜드 100대 코스 1위’)에서 4미터 정도 거리의 버디 찬스를 놓쳤다.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머릿속으로 상상한 모습은 기기를 대면 3차원으로 그린 등고선을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그린 리더기’ 연구 개발에만 4년이 흘렀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비전(vision) 인식 기술을 통해 근거리 그린을 읽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구현이 가능했지만 20여 미터만 떨어져도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골프는 20여 미터 밖에서도 10센티미터 이내 홀 컵까지의 거리와 크기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이후 골프장의 고해상도 영상과 3차원 지형구조 등에 뉴튼의 운동역학법칙과 지면 마찰력, 중력을 적용, 퍼팅 궤적을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린 위에서 볼이 굴러가는 걸 구현했고 필드 테스트를 거친 뒤 지난 2월 버디캐디를 출시했다.



버디캐디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버디캐디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거리 측정, 그리고 그린을 읽어 볼의 퍼팅 궤적을 보여주는 것까지 구현했다. 지난 7월 발표한 버디캐디 2.0에는 쇼트 게임 궤적 기능을 세계 최초로 추가했다. 그린 주변 30~40미터 거리에서 볼이 어디에 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린에 떨어진 공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구현했다.

쇼트 게임은 변수가 많다. 경사진 면에서의 어프로치와 평지가 다르고, 그린의 기울기에 따라 볼이 흘러가는 방향이 달라진다. 버디캐디로 클럽별로 어프로치를 설정했을 때 볼의 캐리(비행)와 러닝(구름)까지 보여준다.

첫 출시 버전을 가지고 필드 테스트를 6개월 이상 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사용법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골프를 잘 쳐야만 시용이 가능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2.0부터는 버튼을 줄여 최대한 심플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출시될 2.5버전에서는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캐디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골프장과 이용객은 증가하고 있지만 캐디가 부족한 상황이다. 소수의 마샬(Marshal)과 노캐디 기반 운영 방법이 증가하고 있는데 버디캐디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무료로 앱을 제공하고 있다. 골퍼들 반응은 어떤가


지난 3년 동안 개발비 20여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사용 유저를 늘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기 때문에 무료로 앱을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서 앱을 사용한 골퍼들이 앱 사용 후 스코어가 10타 이상 줄었다며 후기를 들려주고 있다. 개발자로서 흐뭇하다.

장기적으로는 더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이커머스를 접목해 부가수익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2.0 버전에 출시한 모든 기능은 앞으로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몇 개의 골프장이 버디캐디에서 구현되고 있나


2.0 버전에 300여 개가 넘는 구장이 탑재돼 있다. 항공 지형 분석 데이터가 없는 골프장이 꽤 있어 어려움이 있다. 연내 400여 개 골프장을 버디캐디 앱에서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엔 드론을 활용해 골프장 항공 사진을 직접 촬영해 골프장 지형 분석 데이터를 직접 만들 계획이다.



GPS Booster 단말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징과 기능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스마트폰의 GPS 정확도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나오지 않아 GPS Booster를 개발하게 됐다. 휴대폰 GPS는 위성 6개가 사용되는데 외부 환경(큰 물웅덩이, 구름, 건물 등)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진다. 일반 GPS 신호에 보정 정보를 더해 초정밀 GPS 정보를 제공하는 게 GPS Booster의 역할이다. GPS Booster는 볼 또는 핀 위치를 10cm 이내로 알려줄 수 있는 단말기이다. 라운드 시 GPS Booster를 사용하면 GPS 정확도를 올려줄 수 있어 한층 정교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골퍼뿐만 아니라 골프장 역시 GPS Booster를 사용하면 정확한 핀, 티박스, IP 지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유저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골프장은 하루에도 여러 번 홀마다 핀의 위치가 변경되기 때문에 티박스에서 대부분의 골퍼들은 캐디에게 핀의 위치를 묻는다. 이때 GPS Booster를 사용해 그린 관리자가 미리 핀의 위치를 설정해 버디캐디 앱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핀의 위치에 따른 경기 진행 시간 및 평균 스코어 분석이 가능하다. 방문 내장객 수에 따라 적절한 핀위치 등을 누적 데이터로 분석해 효율적인 골프장 운영이 가능해진다.

경험이 부족한 캐디들은 버디캐디 앱을 사용해 주요 목표점까지의 거리, 어려운 퍼팅 궤적을 미리 숙지할 수 있어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향후 버디캐디 앱을 어떤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계획인가


현실적으로 앱 서비스를 통해 캐디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버디캐디가 유일하다. 앞으로는 장비와 의류, 유통과 레슨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골프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이 클럽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진대제’s 골프 story


40년간 골프를 치면서 회사와 일 외에는 골프만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골프의 매력을 꼽자면


골프는 거리와 스핀, 과학 기술이 적용되는 운동이다. 운동 역학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들이 골프를 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통신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나. 매일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게 바로 이 분야인데 골프도 마찬가지다.
‘하루 연습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3일 연습을 안 하면 동반자가 알고, 일주일을 연습 안 하면 모든 사람이 안다’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골프와 과학은 비슷하다.



라이프 베스트 타수는? 언제 어떤 골프장에서


라이프 베스트(생애 최고 스코어)는 필리핀 FA코리아CC에서 세운 69타다.
홀인원은 여태까지 5번, 이글은 20번, 사이클버디(파3, 파4, 파5가 이어진 홀에서 연속해 버디를 기록하는 것) 1번 해봤다.



사용하는 클럽이 궁금하다


아이언은 미즈노를, 드라이버는 마제스티를 사용한다. 퍼터는 한 10년 사용한 핑의 레드우드 말렛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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