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마무리 ‘검수완박’…공은 헌재로?

[법으로 보는 세상] 개정 검찰청·형사소송법 적용 전까지 위헌 논쟁 등 이어질 듯

머니투데이 더리더 이하정 기자 2022.06.03 09:2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사진=뉴시스

# “74년 동안 축적된 검찰의 수사 역량을 사장시키고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피해는 권력자가 아닌 힘없는 사람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국민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되고 국가적 수사 역량은 더 강화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4월. 대선이 끝나고 채 한 달이 안 돼 국회에선 팽팽한 대치 국면이 이어졌고, 국론은 갈라졌다. 중심에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있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는 의미다. 두 개정안은 각각 4월 30일과 5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9일 관보에 게재되며 정식 공포됐다. 두 개정 법률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 ‘검찰개혁’의 피날레였다. 새 정부 출범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 5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재석 174인, 찬성 164인, 반대 3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부패, 경제’만 검찰 수사…별건수사 금지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은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줄였다. 기존 검찰청법 제4조에는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로 6가지가 규정됐다.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부패범죄, 경제범죄’다. 2020년 초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것이다. 개정 법률은 이 중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만 남기고 4개를 삭제했다. 또, 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를 기소할 수 없도록 해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했다.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에는 별건수사 금지 등의 규정이 담겼다.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해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경찰 수사 중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거나 위법한 체포나 구속이 이뤄진 경우, 고소인 등의 이의 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의 경우 검찰은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 안에서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 가운데 ‘고발인’은 제외됐다.

◇ 법안 발의에서 공포까지 24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월 9일 대통령선거 결과 5년 만에 정권이 바뀌게 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선 ‘검찰개혁’ 마무리가 급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검수완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다음 정부에서는 검찰개혁이 진전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입법이 추진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대선 패배 이후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쟁점이 됐다. 민주당은 4월 12일 당내 우려에도 불구, 검수완박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사흘 뒤인 15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인 4월 내 처리 방침을 굳혔다.
국민의힘과 검찰은 즉각 반대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비리와 이재명 민주당 고문에 대한 대장동 의혹 수사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을 압박하기도 했다.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섰지만, ‘회기 쪼개기’로 법안은 통과됐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민주당의 개정안 발의 직후 박병석 국회의장을 면담하는 등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하면서 4월 22일 사의를 표했다. 사의는 5월 6일 수용됐다.

▲ 사의가 수용된 김오수 검찰총장이 5월 6일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사진=뉴시스

◇ 문재인 정부의 숙원 ‘검찰개혁’…수사권 조정 논의 시작은 DJ
’검수완박’ 입법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부터 외쳤던 검찰개혁의 사실상 마침표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안이 의결되자 “이 같은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수사권 조정, 직접 수사 부서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으로 검찰 권력 약화를 꾀했다. 시작은 인사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비(非)검찰 출신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앉혔고,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발탁했다. 전임 지검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 검찰 전체에 대대적인 물갈이를 불러왔다. 조 전 장관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도했고, 2020년 1월 입법 절차가 끝나 2021년 1월부터 시행됐다. 공수처 설치 법안도 우여곡절 끝에 통과돼 2020년 7월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드러난 각종 의혹들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정권과 검찰 간 대립이 심화됐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간에 극에 달한 갈등은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에 발탁해 검찰총장까지 지낸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과의 갈등 속에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뒤 대선에 출마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과정에는 검찰개혁이 있었다. 문 전 대통령 말대로 “아이러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일사천리로 추진한 데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을 1년 6개월 안에 설립해 검찰의 남은 수사 권한도 모두 이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수사권 조정 논의는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에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민생치안 관련 일부 범죄에 한해 경찰수사권의 독립을 공약했다. 당선 이후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법무부 반대로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도 검찰개혁을 주장했지만, 검찰의 반발이 거셌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회에서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5월 9일 중앙당사에서 '검수완박' 강행 입법 규탄 피케팅 및 구호제창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검수완박은 세계적 추세?
검수완박을 추진한 민주당 등은 수사와 기소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한다. 검찰 등 반대론자들 역시 세계적 추세를 꼽는데, 아예 수사권을 뺏는 건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론이다. 2020년 발의된 ‘공소청법안’과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를 살펴봤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한 주요 선진국 사례가 담겼다.
미국은 수사와 기소권이 분리된 대표적 국가로 거론되지만, 미국에서도 주 단위 지방검사들은 직접 수사를 한다. 다만, 직접 수사는 테러나 환경, 경제, 부패 범죄 등으로 한정된다. 경찰과 검찰 간 수사 지휘의 개념은 없으나 수사 방향과 증거수집에 대해 긴밀한 협력관계가 유지된다.

영국의 경우,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경찰을 지휘하는 구조로 우리나라의 이전 상황과 같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에 가까운 형태다. 경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어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가 1985년 기소만 전담하는 ‘왕립기소청’이 설치되면서 검찰이 만들어진 것. 이후 1988년 중대범죄수사청이 법무부 산하 검찰 기관으로 설립돼 대기업과 대형 경제범죄 사건을 수사했다.
독일은 검사가 법적으로 수사권을 갖지만, 검찰 자체 수사 인력이 없어 경찰을 통해 수사한다. 프랑스는 법원 하부조직으로 검찰청이 존재하는데, 검찰은 소추권한과 일부 수사권을 행사하고 재판과 대부분 수사는 법원의 권한으로 돼 있다. 검사는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다.
일본은 경찰이 독립된 1차 수사를 하고 검사는 보충적으로 2차 수사를 하지만 법적으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모두 검찰이 갖는다.

▲ 5월 6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경찰 제309기 졸업식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졸업생을 격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시행까지 넉 달…검·경 대응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의 시행 유예 기간은 4개월, 적용은 9월 9일부터다. 선거범죄의 경우 올해 지방선거가 있어 올해 말까지 검찰이 수사하도록 했다.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월성 원전 의혹, 대장동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이어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임명되자마자 인사를 단행했다. 이달 중 검찰총장이 취임하고, 검찰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본격 수사권 이양이 이뤄지기 전 수사에 성과를 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추진해 검찰의 수사 범위를 넓히는 등의 보완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에 들어갈지도 관심이다. 영장청구권을 검사로 규정한 헌법 제12조 3항의 취지를 검사에게 수사권까지 보장한 것으로 해석하고, 검수완박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대검찰청은 4월 검수완박 입법이 추진되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 개정의 위헌적 요소를 검토해왔다. 이미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대검찰청은 검찰총장 취임 후 일련의 대응책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 입법 후 경찰의 일성은 “국민이 느끼는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경찰 내부망에 별도 서한을 올려 “법 개정이 일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서 빠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영역도 이미 검찰보다 경찰이 많이 처리해왔고, 이들 범죄가 전체 범죄 처리 건수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 현장에 부담이 가중돼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인력과 예산 등 수사 인프라 확충과 함께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 참여연대가 4월 21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1주년 시민의견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 반부패, 권력형 비리사건 철저한 수사, 인권친화적 수사 전형 개척, 눈치 보지 않고 법에 따라서 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 검수완박의 완결 ‘중대범죄수사청’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줄이고 별건 수사를 제한했지만 해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결국 검수완박의 완결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끝내고 곧바로 수사청 설치 결의안을 처리했지만, 현재로서 동력을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수청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소속을 어느 부처로 할지, 수사관은 어떻게 채울지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법무부 소속으로 중수청을 둔다면 검찰 조직과 중복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둔다면 경찰청 소속으로 이제 출범 1년을 겨우 넘긴 국가수사본부와의 관계 설정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은 많아지고 수사의 질과 책임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가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j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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