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숟가락 얹은’ 중국인 사라질까

‘찔끔 내고 억대 먹튀’에 법 개정 움직임…또 다른 역차별 우려도

머니투데이 더리더 이하정 기자 2022.04.06 09:25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 지난해 1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중국인이 한국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가는 영상’이라는 제목의 1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며 논란이 됐다. 영상을 보면, 9월 초 중국의 병원에서 뇌동맥류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은 중국인 중년 여성이 10월 한국에 입국해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끝내고 건강보험에 가입한다. 이후 곧바로 한 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 확진 판정을 받고 6일간 입원 끝에 치료를 끝내고 퇴원했다. 치료비는 약 1500만원, 이 중 자부담은 150만원 정도였다. 여기에 민간 실손보험을 통해 실제 본인이 부담한 비용은 15만원 정도였다.
# 혈우병을 앓은 60대 중국인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진료를 받아 총 32억9500만원의 진료비가 들었다. 이 중 건강보험 급여가 29억6300만원. 본인이 부담한 액수는 3억3200만원으로 10% 정도였다. 글리코젠축적병 환자인 20대 중국인 B씨는 총 진료비 7억1600만원 중 건강보험 급여가 6억3500만원, 본인 부담금은 8100만원이었고, 유전성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은 중국 국적 어린이 C는 진료비 7억2200만원 중 6억8600만원이 건보 급여였다. 이들 세 경우는 모두 피부양자로, 이 중 B와 C는 피부양자로 등록한 첫해부터 진료를 받았다.
▲ 지난 2월 유튜브에 올라온 ‘중국인이 한국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가는 영상’

◇ 외국인 건보 급여 ‘얌체’ 수급 도마 위
건강보험료 인상이 이슈가 될 때마다 외국인의 국내 건강보험 급여 얌체 수급이 도마 위에 오른다. 건강보험료는 2019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씩 연평균 3%씩 올랐다. 보험요율이 크게 상승해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일부 외국인들이 받은 보험급여액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면서 ‘먹튀’, ‘역차별’ 논란까지 야기됐다. 지난해 5월에는 보건복지부가 비전문취업 체류 외국인과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즉시 건강보험 가입을 적용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발표하자 ‘충격적’이라며 이를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2만 명 가까이 동의하기도 했다.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일부가 아들, 며느리, 손자들까지 피부양자로 등록해 우리나라 건보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현 제도 안에서는 외국인이 치료만 받으러 국내에 들어왔다 바로 출국하는 ‘원정 진료’가 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외국인 건보 재정 수지를 인용해 윤 당선인의 주장은 ‘가짜뉴스’라며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했고 여야 간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 외국인 건보 가입 2006년부터…121만 명
국민건강보험이 외국인의 가입 여부를 본격 논의한 건 지난 2006년부터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이들이 이른바 ‘3D 업종’으로 불리는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치거나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사회적인 관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우선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 외국인도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외국인은 별다른 조건 없이 선택적으로 지역가입자로 편입될 수 있었는데, 2008년부터는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한 경우만 지역가입자 가입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제도 초반에는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수가 워낙 적어 재정에 큰 영향이 없었고, 단지 사회적 약자인 외국인 노동자들도 의료 안전망 안으로 들어왔다는 평가만 있었다. 그러다 10년이 지난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국인의 건강보험 급여 부당수급 문제가 지적됐고, 이후 소액의 건강보험료만 부담하고 억대 혜택을 받은 뒤 해외로 출국하는 이들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4만 명. 2019년 252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감소했지만, 2019년까지 체류 외국인 수는 계속 증가해왔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40%가 넘어 절반에 육박했고, 태국과 베트남, 미국, 일본 등이 10% 이하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2021년 7월 말 기준 122만 명으로, 직장가입자 47만여 명, 지역가입자는 54만여 명이고, 피부양자는 19만 명이다.

▲ 중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서울 대림동

◇ 외국인 건보 재정 수지 흑자…중국 예외
일부 외국인이 수십억원대의 혜택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안 그래도 재정 상태가 나쁜 건강보험 급여를 외국인이 더 깎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왜곡된 측면이 있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외국인 가입자의 건보 재정수지는 흑자다. 2018년 2320억원, 2019년 3736억원, 2020년 5875억원으로 흑자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건보 재정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2017년까지 건강보험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가 받은 건강보험 급여를 별도로 책정했는데, 지역가입자의 재정수지는 적자를 이어왔다. 또, 건보 재정수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건보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 국적의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 해 평균 4658억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건보 급여로 5618억원을 받았다. 낸 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유일한 국가다. 보험료 대비 건보 급여의 비율은 약 125%다. 이 비율은 베트남 국적 가입자의 경우 69%, 미국 45%, 일본은 62% 수준. 인도네시아, 네팔 등은 10% 안팎이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7월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외국인 10명 가운데 7명이 중국 국적이었다. 7명 중 4명은 피부양자, 3명은 지역가입자였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혜택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시작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중국인 피부양자 수는 12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피부양자의 60%를 차지한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한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면 자동으로 외국인 건강보험에 가입된다. 하지만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가 등록한 피부양자는 국내 거주 기간이나 사유를 따지지 않는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도 한국에 입국하기만 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외국에 체류하는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려놓고 고액의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경우 국내 입국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다시 출국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올해 7월부터 연 소득 2000만원이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지만, 외국인의 피부양자는 국내 소득도 잡히지 않는다.

▲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

◇ 건보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피부양자 요건 강화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과 같은 당 주호영 의원이 지난해 1월 27일과 12월 29일에 각각 대표발의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강화해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해 건강보험 혜택만 받고 출국하는 외국인을 막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직장가입자와의 관계, 소득, 재산 요건 외에 국내 거주 기간이나 거주 사유를 추가했다. 거주 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
개정안은 다른 법안에 밀려 1년 넘게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해 인수위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국회에서도 조만간 심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

◇ 건보료 부담도 상당…역차별 유의해야
한편, 2019년 7월부터 외국인은 국내 체류한 지 6개월이 되면 건강보험 당연대상가입자가 됐는데,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건보 전체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가 적용된다. 2019년 기준 약 11만원. 미납할 경우 6개월 이내 3회까지 비자를 연장해주고, 4회 미납 후에는 체류가 불허된다.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저임금을 받고 있어 이들의 보험료 부담은 상당하다. 가족이 함께 체류하는 경우 가구당 보험료 부담은 더 크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분석한 2019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가입 제도 실시 후 한 달 동안 50만여 명이 건강보험에 가입했지만, 이 중 70%만이 보험료를 정상 납부했다. 특히 스리랑카 국적이 14.7%로 납부율이 가장 낮았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이 20~30%의 낮은 납부율을 보였다. 일부 일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인해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거주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j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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