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동물원만 있다(?) 추사박물관도 가볼만···능이버섯백숙은 등산객 유혹

[거리두기 관광지도]경기도 과천시편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1.11.01 10:1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해외여행 길이 막혔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는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선언했다.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변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국내 관광은 이제 ‘거리두기 관광’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떠나는 명소 여행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해준다. 지역 사정을 꿰뚫고 있는 지자체장이 권유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추사박물관 전시관/사진=편승민 기자
서울시와 인접해 있는 과천시는 서울에 집중돼 있는 정부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지어진 행정도시이자 계획도시다. 시 주변이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 양재천으로 둘러싸여 있어 풍부한 녹지 환경을 가진 쾌적한 전원도시로 꼽힌다.

과거 서울시 편입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던 과천은 관내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같은 서울시 관할 시설물이 다수 있다. 경기권에 속해 있지만 서울시 지역번호 02를 사용한다. 원래는 안양전화국 관할 번호인 0343을 썼지만 정부청사가 과천에 들어선 뒤인 1985년 8월 1일부로 02로 변경했다.

속담 중에 ‘한양이 무서워 과천부터 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천은 서울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지로 통했다. 지금도 수원과 안양에서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축의 기능을 하고 있다.

과천의 즐길거리는 ‘서울대공권’과 ‘서울랜드’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김종천 과천시장은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추사박물관을 권했다. 조선시대 대표적 문인인 추사 김정희가 말년을 보낸 곳에 세워진 박물관이다.

과천만의 전통 먹거리는 무엇일까. 서울의 행정도시이자 계획도시로 시작됐기에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은 없다. 하지만 4계절 내내 관악산·청계산·우면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은 만큼, 등산로 입구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맛집이 즐비하다. 기자의 픽은 관악산 등산로 입구의 능이버섯백숙이다.



추사 김정희, 과천에서 다시 태어나다


과천시 추사박물관 전경/사진=편승민 기자

추사의 글씨인 ‘추사체’라는 고유명사를 가진 조선 최고의 학자이자 예술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추사는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한국사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다.

과천에 갑자기 웬 추사 김정희인가? 라고 되물을 수 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과천은 추사 김정희가 1852년 북청 유배에서 풀려난 뒤 말년에 4년간 지내면서 학문과 예술에 몰두하며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 곳”이라고 운을 뗐다.

과천시 주암동 추사박물관 옆에는 말년에 추사가 지냈던 과지초당이 있다. 추사는 1824년 아버지 김노경이 과천에 마련한 별장인 과지초당이 조성될 때 깊이 관여했으며, 김노경이 별세하자 가까운 청계산 옥녀봉에 선친을 모시고 3년상을 치르기도 했다.

추사박물관 옆 과지초당(瓜地草堂)/사진=편승민 기자

과천시는 1996년 <과천관련 추사 김정희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추사를 조명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6년에는 유명한 추사 연구자였던 후지츠카 치카시(1879~1948) 박사가 수집한 방대한 양의 추사관련 자료를 그의 아들 아키나오(1912~2006) 선생이 과천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에 과천시는 추사가 꽃피웠던 학문과 예술의 정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9년 추사박물관 건립에 착수했고 2013년 추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추사박물관은 추사를 종합적으로 연구·전시·체험할 수 있도록 추사의 생애실, 학예실, 후지츠카 기증실, 기획전시실과 체험실, 강좌실 등을 갖추고 있다.

2층부터 1층, 지하 1층 순서대로 관람하면 된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추사 박물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추사의 가장 유명한 그림인 <세한도>와 <세한도>에 얽힌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세한도>는 추사가 제주도 유배시절 제자인 이상적을 아끼는 마음에서 그를 위해 그린 그림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사진=편승민 기자

‘세한’은 <논어>에 나오는 단어로 ‘추운 겨울이 지난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뜻이다. 역관인 이상적은 귀양살이 중인 추사에게 청나라에서 구해온 귀한 책들을 보내주며 스승에게 성심을 다했고, 추사는 이런 이상적의 변치 않는 마음에 보답하는 뜻으로 <세한도>를 그려준 것이다.

추사박물관에는 추사가 썼던 편지, 그의 작품 등을 통해 수십 년에 걸친 추사체를 만나볼 수 있다. 추사의 글씨는 일생 동안 여러 번 변화했는데, 수많은 연습과 변화를 통해 경지에 도달했다. ‘추사체’는 당시 서체와 구별되는 개성이 강한 서체로 많은 사람이 추종했다고 한다.

일생 동안 여러 차례 변화한 추사체의 변화 과정/사진=편승민 기자

전시 관람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과천 시절 추사가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글씨에 대한 그의 노력이 나타나 있었다. 추사의 편지에는 ‘제 글씨는 비록 말할 것도 못 되지만 70년 동안 벼루 열 개를 갈아 구멍을 내고 천 자루의 붓을 닳게 했습니다’라고 써 있다. 글씨 연습에 대한 그의 엄청난 노력을 알 수 있는 글귀였다.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악필’이라고 하는 기자의 글씨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산을 보며 즐기는 등산객 맛집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사진=뉴시스 DB

과천은 서울의 행정도시로 시작된 지역이다. 아무래도 그동안 방문했던 타 지역과 달리 지역의 특산물이라든지, 대표하는 전통 음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하던 중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면 등산객 맛집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바로 검색에 나섰고, 어렵지 않게 등산객 맛집들이 좌르륵 떴다.

그렇게 해서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능이버섯백숙 식당을 찾았다. 과천시청에서 멀지 않아 도보로 약 15분이면 갈 수 있다.

능이버섯오리백숙/사진=편승민 기자
평일 점심시간에 찾은 식당은 다소 한가했다. 인터뷰 당일 평년보다 기온이 뚝 떨어진 탓도 있는 듯했다. 한가한 덕에 계곡 바로 옆에 위치한 명당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한여름 복날에 왔으면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자리를 공으로 얻은 것 같아 식사를 하기도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대표 메뉴는 능이버섯백숙과 닭볶음탕이다. 등산객 단골 메뉴인 감자전, 파전, 도토리묵, 골뱅이소면도 있다. 취재 하루 전 능이버섯 오리백숙을 미리 예약해둬 자리에 앉자마자 백숙이 나왔다. 오리백숙과 함께 등산객 맛집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각종 반찬이 나오고, 백숙을 먹고 난 후에 죽을 해 먹을 수 있도록 찹쌀밥도 나온다.

평소 ‘물에 빠진 닭은 별로’여서 백숙을 즐기지 않는다. 복날에도 삼계탕 대신 프랜차이즈 치킨을 시켜 먹곤 했다. 그런데 웬걸, 내가 알던 그 백숙이 아니었다. 한눈에 봐도 몸에 좋을 것 같은 능이버섯이 먹음직스러웠다. 취재에 동행한 동료 기자 역시 ‘맛있다’를 연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실내 체육 대신 골프와 등산 등 야외 체육을 택한 사람들이 많다. 새롭게 골프를 배우는 사람을 ‘골린이(골프+어린이의 합성어)’라고 하듯이 ‘등린이’라는 말도 탄생했다.

11월과 함께 ‘위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됐다. 등산을 시작한 등린이도, 가을과 겨울 산행의 설렘을 아는 등산 베테랑도 11월 과천에 가게 된다면 ‘백숙’을 먹어보길 추천한다. 건강한 운동 후 먹는 백숙만큼 맛있고 든든한 보양식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