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부활 30년]견제와 균형, ‘주민이 주인 되는’ 시대

지방의회 위상 강화, 집행부 독주 막고 주민 중심 자치로 전환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홍세미 기자 2021.09.02 10:3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7월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의회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 지방 4대 협의체장 등 참석자들과 축하 세리머니 버튼을 누르고 있다./사진=행정안전부 제공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최고의 학교이며, 민주주의 성공에 대한 최고의 보장책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브라이스(1838~1922)가 한 말이다. 국가 중심의 국정운영이 아닌 국민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 즉 제대로 된 지방자치만이 균형 잡힌 나라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1949년 처음 도입됐지만 지방의회(기초·광역의원 선출) 선거가 다시 치러진 1991년이 실질적 원년이다. 올해로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고, 내년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으로 지방자치제는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자치분권 2.0 시대가 시작됐다. 지방자치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의 균형 유지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집행기관의 독주를 막는 지방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강(强) 지자체-약(弱) 지방의회’ 구도를 깨야 한다.



지방자치 출범의 역사


진해시(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1회 지방의회 의원 전체 사진(1952)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지자체는 서울특별시와 도, 기초자치단체로는 시·읍·면만 있었으며 구·군은 기초단체가 아니었다. 초대 지방의회는 1952년 지방총선거가 실시되면서 탄생했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고,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군사혁명위원회 포고령 제4호에 따라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해산, 긴 암흑기에 들어섰다. 박정희 정권은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를 명목상으로만 유지시켰다. 이때 지방자치는 실질적으로 폐지됐고 시장, 도지사, 군수 등은 모두 중앙정부가 직접 임명하는 ‘관선제’가 시행됐다.
 
이후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과 민주화 운동을 거친 끝에, 1987년 개헌을 이뤄내면서 지방자치법이 새롭게 제정됐다. 1991년 약 30년의 공백기를 깨고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지방의회(기초·광역의회)가 부활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함께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그로부터 4년 뒤인 1995년 6월 27일에 실시됐다. 이때부터 지방의회 의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장도 직접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민선제’가 시작됐다.



지방의회, 30년 암흑기 깨고 위상 강화


1991년 3~4대 의회로 개원한 지방의회는 의회사무처 설치, 윤리위원회 구성, 행정사무감사 및 조례 제정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지방의회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고, 의장 1명과 부의장 2명을 두고 의회운영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1995년에는 민선 1기 지방정부가 탄생하면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모두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선출되기 시작했다. 지방의회의 부활로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화되고 지역 개발과 예산 편성 등에도 주민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민생자치, 생활자치 시대가 열렸다.
 
6월 29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사진=뉴시스

국회가 시행하지 못한 제도를 지방의회가 한발 앞서 조례 제정에 나선 의미 있는 사례도 있다. 2016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살찐 고양이법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임원의 임금 상한액을 정해 소득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령이나 조례를 말한다. 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민간기업 최고경영자의 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의 임원 연본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김문기 부산시의회 의원은 부산시 산하 공사·공단·출자출연기관의 기관장과 임원의 연봉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7배(기관장)와 6배(임원)를 넘지 못하는 ‘부산광역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다. 김 의원의 조례가 통과되면서 살찐 고양이 조례가 지자체 최초로 부산시에서 시행됐고 이후 경기도, 울산시, 경상남도, 전라북도, 창원시, 대전시의회 등도 조례를 제정했다.



지방자치 1.0에서 자치분권 2.0 시대로


문재인 정부는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채택하고 20대 국정전략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과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을 선정했다.

2019년 제1단계 재정분권을 완료해 지난해부터 매년 8.5조원씩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있고, 2020년 1월 제1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으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는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주민의 권리를 확대하고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며,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함께 지방자치 패러다임을 주민 중심으로 전환하는 자치분권 2.0 시대의 본격적 서막이 열렸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서울시의원들이 2020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본관 앞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mspark@newsis.com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30년은 지방자치제도의 기본 토대를 마련한 지방자치 1.0 시대였다. 행정정보 공개조례, 주민참여예산제도 등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성과가 있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주민자치는 다소 부족했다.
 
자치분권 2.0 시대의 핵심은 주민이 중심이 되는 주민자치다. 자치분권 2.0시대는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해 지방정부와 의회 간의 견제와 균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도 상하 관계가 아닌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지향한다.



자치분권으로 도약하는 K의회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4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0회 시의회 임시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12월 9일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법은 내년 1월 13일에 시행될 예정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의정지원관) 확충’ 등 지방의회 위상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이른바 자치분권 2.0시대 개막이 예고됐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지방의회 의장으로 바뀐다. 지금까지 시도의회 공무원은 의회 의장의 추천을 거쳐 자치단체장이 임용했지만, 앞으로는 의장이 직접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의회 소속 공무원의 채용과 보직관리, 교육훈련 등 모든 인사를 관할하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에서 입법 관련 전문인력을 뽑기 위해 인사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의회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회 표결방법에서 기록표결제도 원칙을 도입했고, 책임성 확보를 위해서는 윤리특별위원회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의견청취를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지방의원의 의정 역량 강화를 위한 ‘의정지원관’의 규모도 확충된다. 내년부터 지방의원 4명당 1명씩 의정지원관이 배치되며, 2023년부터는 지방의원 2인당 1명으로 더 확대된다. 의원 수 110명인 서울시의회는 의정지원관 55명을 둘 수 있게 된 셈이다.
 
의정지원관 제도는 국회의 ‘정책보좌관’ 제도를 참고해 도입됐으며, 의정지원관은 조례의 제·개정, 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 및 결산검사 등 공적 의정활동 지원을 담당한다. 광역의회는 6급 이하, 기초의회는 7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을 의정지원관으로 임용할 수 있으며 지방의회가 조례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인력을 배치할 수 있게 됐다.

편승민 기자 carriepyun@mt.co.kr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8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2021년 지방재정전략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반쪽짜리’ 인사권 독립 한계 넘어설까
의회 공무원 임용권 따냈지만 예산권 없어…보좌인력도 ‘절반’


지방자치 시대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지방분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가 큰 틀을 짜면 지자체가 실행하는 상향식 방식이 지속되고 있다.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지자체 재정분권을 내걸었던 이유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7:3을 이루고 장기적으로 6:4 수준이 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정부의 예산이 지자체 예산의 세 배가 넘는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8월 11일 전해철 장관 주재로 ‘2021 지방재정전략회의’를 열어 ‘2단계 재정 분권 세부 추진방안 및 지방재정 혁신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73.7:26.3에서 72.6:27.4로 약 1.1%p 개선된다. 지방소비세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국세인 부가가치세액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세목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비율을 현재 21%에서 내년 23.7%, 2023년 25.3%로 총 4.3%p 인상해 연간 총 4조1000억원의 지방세를 확충키로 했다. 정부는 지방재정이 연간 5조3000억원 확충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분권 이뤄져야 하지만…“균형 있게 돼야”
지자체는 현재 8 : 2 정도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 : 4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48.7%로 나타났다. 2017년 53.7%, 2018년 53.4%, 2019년 51.4%, 2020년 50.4%를 기록하며 매년 하락하고 있다. 1997년 정부가 관련 통계를 게시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모든 지자체에서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역 간 편차를 고려하지 않는 재정분권은 지역 간 격차만 벌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은 자체 재원만으로도 주민복지나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농어촌을 포함한 지자체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지역개발 투자 재원을 스스로 확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지자체 재정자립도를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크다. 지난 6월 행안부가 발표한 ‘2021년 지자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올해 서울 본청이 78.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기도가 53.9%, 인천 본청은 51.8%로 나타났다. 반면 농어촌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지역인 제주 38.7%, 경남 33.7%, 충남 33.1%, 충북 28.2%, 강원 27.4%, 경북 26.5%, 전남 24.6%, 전북 23.9% 등은 수도권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낮았다.

◇농어촌 포함한 7개 도…정부에 ‘균특예산’ 건의
2020년 정부가 1단계 재정분권을 발표했을 때 농어촌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지자체는 반발했다. 지역 간의 균형적 발전과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인 균특회계 예산을 2023년부터 보전하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정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재정분권 1기안대로라면 오는 2023년 이후 지방 이양사업에 대한 균특예산은 지원하지 않는다. 지방이양사업을 균특예산으로 지원받지 못할 경우 전남·전북·경북·충남·충북·강원·제주 등 7개 도의 재정 감소폭이 올라갈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7개 도는 균특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해왔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받아들여 이번 2단계 재정 분권 세부 추진방안 및 지방재정 혁신방안에서 지방 이양사업의 예산 보전기한을 당초 2022년에서 2026년으로 4년 연장하기로 했다. 지방세율 인상으로 늘어나는 지방재정은 과거 균특회계로 추진했던 사업에 먼저 투입하고, 남은 금액은 시·도별 소비지수·가중치에 따라 배분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균형 있는 지방분권을 위해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신설, 1조원을 추가 확보한다. 재원은 지자체 교부금(지역소멸대응특별교부금)으로 마련하되 내년에는 사업 준비기간을 고려해 7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인구·면적·지역소멸도·재정력을 고려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25:75로 배분하고, 낙후지역 인프라 개선에 짜임새 있게 쓰이도록 지자체에서 투자계획을 세워 운영하도록 한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5월 21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제47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 시도지사들이 지방자치와 재정분권 실현을 위한 카드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사진=울산시청 제공


‘6대4’라더니…멀기만 한 재정분권
중앙정부 예산, 지자체의 3배 넘어…균특 예산 보전 4년 연장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한 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감시하는 합의제 기관이다. 주민을 대표하고, 조례를 발의·의결하고, 지자체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1991년, 1960년 이후 31년 만에 지방의회 선거가 부활했다. 1991년 제4대 지방의회 선거를 통해 30년의 암흑기를 깨고 지방의회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 1991년을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시점으로 보는 이유다. 지방자치제도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지난해 12월 9일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후 32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자치입법권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큰 핵심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다.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이 집행부에서 의회로 넘어가는 것이다. 개정안에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의회 사무처장·국장·과장과 직원의 업무를 겸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삭제됐다. 내년 1월부터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지방의회 의장으로 바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방의회 의장은 사무처·국·과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무처·국·과 공무원에 대한 임용, 징계, 교육 등도 의회 자체에서 이뤄지게 된다.

경기도의회의 한 의원은 “인사권이 지자체장에 귀속돼 있어서 직원이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임명은 지자체장이 했지만 의회 일을 담당해 지자체장을 견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지방의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배정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명칭은 ‘의정지원관’으로 정해졌다. 의정지원관은 각 지방의회 의원 정수의 50% 범위 내에서 임용된다. 직무는 조례 제·개정, 행정사무감사, 예·결산 등 공적인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됐다. 선거 및 지역구 관리 등 의원 개인의 정무적 활동 지원은 금지된다. 본 의정지원관은 사무기구 유형, 위원회 유무,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위원회 또는 사무처·국·과에 배치된다.
임용은 지방공무원 임용령이 적용된다. 직급은 광역자치단체의회는 6급 이하, 기초자치단체의회는 7급 이하로 책정된다. 전문성 있는 우수인재 영입, 기존인력 활용 등 안정적 인력 수급을 위해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단 임기제공무원은 일반임기제만 포함된다. 개인보좌관화를 방지하기 위해 별정직공무원은 임용 형태에서 제외된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4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새로운 자치분권 시대 성공적 시행과 정착을 위한 서울시의회-서울시 업무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정지원관 두고…“턱없이 부족한 인력” vs “사적 이용 말아야”

지방자치법 개정안 시행을 4개월 앞두고도 가장 핵심이 되는 의정지원관에 대한 논의가 부진하다. 특히 지방의회 측에서는 개정안에 따른 기초의회 인사권 독립이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길은 열어뒀지만 정작 예산 편성권이 없어서다. 예산 편성권이 없으면 인사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직원 정원 수 등을 정할 수 있는 조직권도 지방의회에 권한을 주지 않고 인건비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여전히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의 50%로 한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기영 서울시의회 대변인은 “지방의회의 의견을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서울시의회의 올해 예산은 50조원이다. 이 예산을 110명의 의원이 감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며 정책인력보좌관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의원은 조례 발의와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 보조 인력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의원 한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 지나치게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초의원 2명당 한 명꼴로 마련된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확대된 지자체 권한을 감시·견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책 지원 전문인력이 지방의회 의원의 사적 업무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김두관 의원은 지방의회 정책 지원 전문인력이 도의원 등의 사적 업무에 동원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정책 지원 전문인력의 직무 범위가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지방의원의 비서처럼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등 도입 취지에 어긋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의 업무를 자치입법과 정책 관련 활동 등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뿌리 깊은 지방의회 불신…불만족한다 38.5%

그동안 여러 차례 지방의회는 유급 보좌관을 두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지방의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3월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13%에 불과했다. ‘불만족한다’는 응답률은 ‘만족한다’에 비해 세 배가량 높은 38.5%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월 발간한 지방의회 백서에 따르면 민선 6기(2014년 7월~2018년 6월) 지방의회 의원 중 사법처리된 사람은 149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는 개인의 정치활동에 보좌 인력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모두 선출직 공직자”라며 “사적인 정치활동에 보좌인력을 활용하는 우려는 국회의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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