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탐방]레인보우힐스CC...세계적 골프 명가 ‘매운맛’ 제대로 봤네

[임윤희의 골프픽]아들 RTJ가 설계, 프로도 혀 내둘러…‘금칠’ 클럽하우스 화려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1.08.03 09:1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골프 열정 넘치는 초보 플레이어의 골프장 탐방기다. 언젠가는 ‘싱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는 직업의식이 만났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주말 골퍼들의 ‘애독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사진=레인보우힐스CC 홈페이지 제공
“한두 홀만이 아닌 27홀 모두 우리 골프장을 대표할 수 있는 시그니처 홀로 만들겠다”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로버트 트랜트 존스 주니어(RTJ. Jr.)가 레인보우힐스CC를 설계할 당시 남긴 말이다.
이곳에서 라운딩을 하며 그가 한 말을 생각해봤다. 보기플레이어에 불과한 기자에게는 ‘혹독한 코스’였다. 매 홀 한 타 한 타 머리를 쥐어뜯게 하는 하드코어 라운딩으로 골퍼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충북 음성에 위치한 레인보우힐스CC는 등성이와 골짜기,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27홀 퍼블릭 골프장이다. 과감한 투자로 개장 당시 ‘금으로 칠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준 높은 골프코스와 화려한 클럽하우스가 돋보인다.
설계는 로버트 트랜트 존스 주니어가 맡았고 클럽하우스는 세계적인 클럽하우스 전문 설계팀인 MAI(March & Associates, Inc)가 참여했다. 2008년 회원제로 오픈했지만 경영난으로 인해 2017년부터 퍼블릭으로 바뀌었다.

서울 강남권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남, 동 코스에서는 지난 6월 한국여자오픈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프로들 사이에서도 ‘변별력이 높은 코스’로 유명하다.

최상급 난이도…프로도 놀란 #러프
레인보우힐스CC에서 한국여자오픈이 열릴 당시 대한골프협회가 발표한 코스레이팅(코스 길이와 코스 내 10가지 장애물 요소에 대한 난이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 결과는 79.9다. 코스레이팅 79.9는 이븐파인 72타를 치는 스크래치 골퍼가 이곳에서는 79.9타를 친다는 의미다.

이곳에서 대회를 치른 선수들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코스 난이도에 혀를 내둘렀다.
동코스 9홀, 남코스 9홀, 서코스 9홀로 구성된 레인보우힐스CC에서의 라운딩은 꼬아놓은 수학 문제를 푸는 느낌이다. 페어웨이는 대체로 좁고 핀이 보이지 않는 도그레그 홀에 언듈레이션은 기본이다. 그린은 작고 좁으면서 뒤편으로는 공간이 없는 홀이 많다. 산처럼 오르막을 오르는 마운틴 코스에 계단식 호수로 조성된 워터해저드가 매 홀 위협적이다.

페어웨이는 켄터키 블루그래스, 러프는 톨페스큐로 조성돼 있다. 페어웨이 주변으로 러프가 길고 억센 편이라 볼이 들어가면 찾기 어렵다.
잔디는 잘 관리돼 있다. 그린 스피드는 평균 3.0 정도로 관리한다고 한다. 인공미를 최대한 배제하고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진 코스와 곳곳에 위치한 호수는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클럽하우스에서 보이는 레인보우힐스CC 풍경/사진=임윤희 기자

명품 코스 전문 설계자 #RTJ

RTJ(Robert Trent Johns Sr/ Jr)는 75년 전통의 존스 가의 명예를 지켜온 미국 정통 골프 코스설계 전문가다. 38년 이상 골프코스를 설계했으며 레인보우힐스CC 초기단계에서 완성까지의 설계 및 감리를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8개국에 200개 이상의 코스를 설계했고, 미국 100대 골프클럽 중 13곳을 디자인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80개 이상의 코스를 설계한 세계 최고의 코스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자연적인 특색과 지형적인 특성을 최대한 살려 자연이 부여한 가장 훌륭한 장점들을 지닌 코스를 완성한다는 RTJ의 설계 철학을 레인보우힐스에 녹여 필생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30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클럽하우스. 자연과 조화로운 디자인이 돋보인다./사진=임윤희 기자

challenge hall, #서코스 8번 폭포소리와 함께 퍼팅을
서코스의 핸디캡 1번홀인 8번홀은 오르막 우측 도그레그 홀로, 우측에 있는 호수 좌측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 세컨드샷은 25m 높이로 솟아 있는 그린에 볼을 올려야 한다.
페어웨이 좌측에 위치한 벙커를 넘긴다는 느낌으로 호수를 피해 티샷을 한 후 작은 실개천을 넘겨 우측에 위치한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만약 티샷이 호수 방향으로 갔다면 온전히 오르막 워터 해저드를 건너는 샷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그린에는 자연 경관을 살려 15m 높이의 인공 폭포가 조성돼 있다. 그린을 폭포에서 흘러내린 호수가 에워싸고 있는 풍경으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퍼터를 들고 그린에 오른 골퍼들은 시원한 폭포수 옆에서 퍼팅을 즐길 수 있다.
이날 티샷 컨티션이 좋은 편이어서 정확하게 좌측 벙커를 넘기는 샷을 했다. 이후 그린까지 110m 정도 남겨두고 세컨드샷을 핀 근처까지 보내 투 온에 성공하면서 핸디캡 1번 홀에서 파 세이브를 했다.

오늘의 스코어 #졌잘싸 88타

러프가 길고 질기다는 말을 듣고 이날 플레이는 볼을 스트레이트로 치는 데 집중했다. 다행스럽게 18홀 내내 반듯하게 가는 공 덕분에 그나마 어려운 구장에서 88타를 기록했다.

남코스 5번 파4홀에서는 오르막 페어웨이와 솟아 있는 그린 때문에 그린 주변 러프로 공이 흘러내렸다. ‘악명 높은 러프를 경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강하게 채를 휘둘러봤지만 역시나 두 번이나 제대로 볼을 빼내지 못해 트리플을 기록했다.
한동안 고전하던 아이언 실력이 향상됐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라운딩이었다. 제일 싫어하던 110미터를 8번 아이언으로 여유 있게 온 그린 시켰다. 유독 파3홀도 110미터 거리가 많아 긴장했지만 선방했다.

그간 골프픽 코너를 위해 쉽고 스코어 잘 나오는 구장보다는 특징 있는 곳을 찾아 라운딩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난이도 높은 구장이 대부분이었다. 

레인보우힐스CC에서 ‘매운맛’을 본 이후로는 넓고 편안한 페어웨이가 그리워졌다. 다음 달에는 ‘머리 올리기 좋은 구장’, ‘라베하기 좋은 구장’을 찾아 마음 편한 라운딩을 즐겨보고자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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