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 개헌론 점화, 1987년에 멈춘 '개헌시계' 다시 돌려라

대선주자 상황 따라 셈범 복잡···개헌 둘러싸고 치열한 '수 싸움'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편승민 기자 2021.07.06 10:0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텅 빈 국회 본회의장/사진=머니투데이
우리나라 헌법의 시간은 1987년에 멈춰 있다. 6·10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탄생한 6공화국 헌법(1987년 9차 개헌) 이후 개정한 적이 없다. 그동안 대통령은 일곱 번 바뀌었다. 제12대 국회는 어느덧 21대가 됐다. 당시 15조원이던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은 470조원으로 30배 늘었다. 1987년 처음 3000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20년 기준 3만2000달러를 기록한다. 인구는 4000만 명에서 5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34년의 시간 동안 한국사회는 크게 변했지만 헌법은 그대로다. 87년 체제가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기에는 너무 오래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48년 7월 17일 건국헌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 헌법은 총 9번의 개정을 거쳤다. 1952년 대통령 직선제가 포함된 이른바 ‘발췌개헌’인 1차 개헌, 1960년의 ‘내각책임제’를 도입한 제3차 개헌,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일으키며 국민투표제를 넣은 5차 개헌, 1967년 대통령 3선을 가능하게 한 6차 개헌, ‘유신 헌법’이라 불리는 7차 개헌, 1980년 대통령 임기를 7년으로 연장하는 8차 개헌까지. 매번 개헌 때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대통령의 임기와 관련된 권력구조 개편이었다. 현행 헌법의 골격을 이루는 9차 개헌의 핵심은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다.

개헌 논의의 핵심이 권력구조의 변화인 만큼 대통령의 선출방식과 임기는 민감한 이슈다. 87년 체제가 들어서고 난 이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모든 대통령은 ‘개헌’을 시도했지만 합의가 불발되며 개헌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 ‘내각제 개헌’을 공약했다. 1990년 3당 합당 당시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는 내각제 개헌 합의 각서를 썼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는 내각제 개헌을 공약했다.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1년 앞두고 대국민 담화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4년 중임제를 제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건’을 덮기 위해 개헌을 제의했지만, 그해 11월 14일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검법이 통과,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개헌안을 실제로 발의했지만 당시 야당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반대했다. 결국 국회에서 투표 불성립 처리,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대선 주자, ‘개헌’으로 승부수

20대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개헌론’이 불거졌다. 범여권까지 180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에 앞장선다. 차기 대선 주자인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21대 상반기 국회의장인 박병석 의장 등이 ‘개헌 띄우기’에 나섰다.
 
이들이 제시하는 개헌안 내용은 지난 2018년 3월 문 대통령이 직접 발의한 개정안과 비슷하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는 △4년 연임제 △대선·지선 동시 실시 △5·18 정신 명문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 △토지공개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의장은 내년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어 개헌을 논의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밝혔다. 대통령 임기와 지방정부 임기를 각각 4년으로 맞추면 2022년 이후에도 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다.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회 개원기념식에서 “내년 대선과 지선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헌법 개정의 마지막 시기”라며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와 4차 산업 시대에 만든 낡은 옷을 입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개헌 추진을 공식 요구했다.

여당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 같은 내용에 동의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는 게 좋을 거 같다”며 “만약에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4년 중임제 헌법 개헌을 성공시켜 임기를 1년 단축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한꺼번에 실시하고 그 2년 후에 국회의원선거를 실시해서 대통령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헌의 핵심은 분권이어야 한다”며 “입법 사법 행정 간 수평적 분권, 중앙-지방정부 간 수직적 분권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11년 뒤인 2032년 3월, ‘4년 연임 대통령제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최 의원은 “2032년은 20년 만에 두 선거(대선·총선)를 같이 치르는 해”라며 “대통령 임기가 5월 9일까지, 국회의원 임기가 5월 29일까지이므로 국회의원 임기를 20일만 단축하면 동시선거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또 내년 대선 기준으로 10년 뒤 선거인 만큼 현 정치세력마다 득실을 따지기 어렵고,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정당 간 합의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여권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국민 기본권 강화를 위한 개헌’을 주장했다.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강화하고 실질화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토지공개념 3법’ 부활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고문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이준석 野당대표 당선되자…“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낮추자”

36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가 된 것을 계기로 현재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을 낮추자는 개헌 논의가 시작됐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출마 자격을 현행 만 40세에서 만 25세로 낮추는 내용의 ‘원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우선 이 개헌안에 동의한 상태다.

헌법 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5차 개헌을 주도하면서 이 조항을 헌법에 넣었다. 이 조항 때문에 당시 30대였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배제됐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대통령 선거 출마 연령을 25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선거 출마 연령이 담긴 조항을 삭제했다. 청와대는 “피선거권 연령제한을 헌법에 두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6명이 ‘개헌 찬성’

개헌안 발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에 의해 가능하다. 개헌안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이 찬성해야 한다. 또 30일 이내 국민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권자 절반 이상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우선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선호하는 정부 형태는 국민이 대통령을 뽑고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혼합형제’였다.

지난달 박병석 국회의장실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23명에게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헌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66.4%였다.

개헌 범위에 대해서는 45.4%가 ‘전면적인 개헌’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40.4%는 생명권 등 기본권 강화를, 20.4%는 정부형태를 개편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만약 개헌을 한다면 어떤 정부 형태가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국회가 선출한 총리와 대통령이 공동 운영하는 혼합형’이 43.9%로 가장 많았다.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42.4%, ‘의원내각제를 선호한다’는 8.6%로 각각 나타났다.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는 4년씩 두 번 할 수 있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응답이 59.2%로 가장 많았다. 33.5%는 현행 5년 단임제를 선호했다. 헌법에서 만 40세로 제한하고 있는 대통령 출마 연령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3.1%로 가장 많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사진=뉴시스
◇이번에는 가능할까?…개헌 둘러싸고 치열한 ‘수 싸움’

여권 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달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민들의 민생이 매우 어렵고 방역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은 방역과 민생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헌은 ‘블랙홀’이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다. 1987년 이후 개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개헌을 이룰 힘을 가진 사람은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권의 대선주자가 개헌을 제기하는 것도 유력주자에 쏠린 이목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개헌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열세인 쪽이 개헌론을 들고 나온다”며 “대선을 앞두고 개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어 역대 대선정국 전에 항상 개헌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도 그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권력 구조는 개편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내각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권력을 잡으면 개헌 논의를 하지 않으려 하고, 또 열세인 쪽은 전환용으로 개헌을 들고 나와 이제까지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여당도 야당도…‘옛날과 다른’ 개헌론


무조건 찬성과 반대 아닌 대선 주자, 정당 상황 따라 셈법 복잡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8개월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개헌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헌론은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이슈다. 일반적으로는 임기말 레임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당이 국면전환용으로 꺼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의 개헌론이 펼쳐지고 있다. 여당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개헌론을 주장하고 있지 않다. 여권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병석 국회의장, 김두관·이광재 의원 등이 개헌을 적극 추진하고 나서는 반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기말 개헌론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야당 역시 다른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여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개헌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토지 공개념 강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 행복 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8일 ‘국민 행복추구권 보장을 위한 기본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토지공개념 강화를 개헌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토지공개념을 통해 더 걷힌 세금을 무주택자들께 주택을 더 싸게 공급하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하지만 사용·처분 이익을 국가가 회수해야 한다고 보는 개념이다. 이 전 대표는 “집을 짓지도 않을 택지의 대량 소유를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법은 위헌 판결을 받았고, 사용하지 않는 땅값 상승분의 일부에 세금을 매기는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일치 판결이 내려졌고, 토지개발에 따른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위헌 공격을 받고 있다”며 토지공개념 3법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사회는 소득 격차 확대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고, 소득 가운데 노동소득 격차도 커지지만 자산소득 격차의 확대는 세계적으로 우리가 심한 편”이라며 “우리가 세습자본주의로 빠져들며 치유하기 어려운 불평등으로 간다는 위험한 신호로 그것을 멈추게 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는 “1987년 제9차 개헌이 이뤄진 지 34년이 지났고, 그 사이에 정치적 민주주의는 그 틀이 완성됐지만 국민의 삶은 87년 헌법이 담지 못한 문제들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됐다”며 “새로운 헌법은 국민 기본권 강화와 불평등 완화를 담아내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완성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총리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해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6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은 4년 중임제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제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4년 중임제 개정을 성공시켜서 임기를 1년 단축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도 분산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 중심으로 외치를 책임지고,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내치에 좀 더 책임지는 시대를 열어가는 게 좋겠다”고도 말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출마자격을 만 40세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국회의원 피선거권 연령(만 25살) 수준으로 고치거나 폐지하고,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분권형 개헌 필요하지만 개헌논의 사실상 반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월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여권 대선주자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지사는 지난 5월 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먹고사는 문제로, 집 문제로, 취직 문제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헌론을 일축했다.

이 지사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개헌)보다 국민들의 구휼이 훨씬 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5일에도 “현재 국민들의 민생이 매우 어렵고 방역 문제가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은 방역과 민새에 좀 더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며 여권 내 개헌 논의에 대해 반대입장임을 한번 더 드러냈다.

야권 개헌론자들의 희망 투영된 최재형 감사원장, 내각제 개헌 추진할까?

야권의 개헌론 논의는 만 36세로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의힘 대표가 된 이준석으로부터 물꼬가 트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피선거권은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이 대표는 나이제한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이 대표가 이름을 올리면서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을 없애자’는 개헌론에 불씨가 지펴졌다.

이런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X파일 문제로 구설에 오르면서 대선행보가 잠시 주춤한 사이, 최재형 감사원장이 야권의 우량주로 떠올랐다. 최 원장이 야권주자로 거론되자마자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6위에 올라섰다. 야권 주자 중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32.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을 이은 3위(3.6%)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 원장이 ‘개헌’에 긍정적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최 원장이)대통령에 당선되면 5년 임기 중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권교체가 된다 해도 (여당 180석) 국회 구성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6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며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최 원장은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 사의를 밝혔다. 최 원장은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오늘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저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안철수&원희룡 ‘개헌론’에 “이상한 야합”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부상 중인 개헌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개헌을 고리로 이상한 정치 야합이 꿈틀거리고 있다”며 “이슈 전환을 통해 실정을 덮으려는 현 정권 주류와 개헌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야권 일부가 손잡고 권력을 나누자는 것”이라며 개헌론자들을 비판했다.

안 대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현 정권의 잘못을 그냥 덮으면 미래로 나아갈 출발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6월 25일 제주 서귀포시 해비치 호텔 앤 리조트에서 열린 제16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권 대선주자와 국회의장에 이어 야권에서까지 개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개헌은 차기 권력을 획득할 가능성이 낮아진 현 정권 세력이, 차기 권력의 중심에 참여하지 못하는 야권 세력과 연합해, 현 대통령이 권력을 다누린 임기 말에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개헌은 집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그 동력도 순수성도 상실돼 성공할 수 없다”며 “지금 시점의 개헌론은 정권심판론을 피해가려는 계략이다. 송영길이 X파일의 작성자를 야권으로 떠넘기며 ‘이간계’를 쓰더니, 개헌론을 고리로 야권의 일부세력과 연합한 ‘연환계’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우리는 정권교체와 정권 심판에 집중해야 한다”며 “다른 어떤 것에도 우리의 역량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편승민 기자 carriepyun@mt.co.kr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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