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민은 ‘태양과 바닷바람 연금’ 받는다

[자치단체장을 만나다]“해상풍력발전 개발이익, 1인당 600만원씩 연금형태 공유 가능”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송민수 기자 2021.05.03 13:0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사진=신안군청 제공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는 1974년 스무 살 나이에 전라남도 7급공채 1회 시험에 합격했다. 공직생활 시작이 신안군청이었다. 그는 3년 뒤인 1977년 전국공무원 소양고사에서 2등을 했다. 그 결과 신안군청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중앙부처인 내무부로 전입됐고, 1988년에는 사무관 승진시험에서 1위를 차지하며 엘리트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강운태, 조해녕 전 내무부장관과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비서관을 지냈다. 행자부 요직을 거쳐 경기도 하남시 행정부시장과 서기관을 지내는 등 행정 전문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하남시 부시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임한 그는 2006년 치러진 10·25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신안군수에 당선됐다.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며 재선에 성공했다.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도 3선에 도전하며 출마선언을 했지만 중도사퇴했다. 당시 암 투병 중이었던 부인 간병을 위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신안군수에 다시 한번 출마하기 위해 공천을 신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년 공천’을 명목으로 기존 당내 후보들을 모두 배제하고 천경배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군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3선에 성공했다. 그의 3선의 성공 뒤에는 2015년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의 조력이 컸다고 한다. 일본 오사카 법학대학원 유학 시절과 수많은 선거 과정에서 박 군수를 그림자처럼 보좌한 부인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신안군 안좌면 구대리 일대 태양광 발전사업 단지/사진=신안군청 제공
‘퍼플섬’ ‘노란 수선화섬’ 등 독특한 섬 컬러마케팅으로 주목받았던 신안군이 이번에는 ‘에너지 민주주의’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이익공유제’를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박 군수는 ‘2050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지방전부추진단’ 발대식에서 주민 이익공유 풍력발전 사례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공적자원인 태양광과 바람 등을 이용한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함으로써 에너지 민주주의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추진에 최선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했다. 기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대기업 중심의 이익 독점 방식을 탈피하고 군민들에게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군은 현재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8.2GW 해상풍력발전 완료 시 연간 3000억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며, 군민 1인당 연간 600만원 정도의 연금형태 이익이 공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군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정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군에서 추진한 정책을 믿고 군의회와 군민이 협조해주셔서 평생연금이 실현됐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은 해당 섬 주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조례제정 이후 전입한 자는 만 30세 이하는 즉시, 만 40세 이하는 전입후 1년, 만 50세 이하는 전입 후 2년, 만 50세 초과는 전입 후 3년이 지나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신안군에서 생산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종류와 그 규모는 어느정도 인가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사업계획은 태양광 1.8GW, 해상풍력 8.2GW 등 총 10GW로 정부의 2030년까지 목표 48.7GW의 20% 규모에 해당한다. 태양광에너지는 올해 1월부터 안좌도 96MW, 자라도에서 24MW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육상풍력발전단지는 자은 87.9mW, 지도 9mW, 비금 3mW가 가동 중에 있다.
2022년에는 안좌면에 200MW, 임자면과 증도면에 각 100MW의 태양광발전소가 건립되고, 2023년에는 비금면에 300MW가 추가로 조성된다. 해상풍력발전단지는 8.2GW로 2023년에 착공예정이다. 8.2GW 해상풍력은 민간투자 48조원, 기업유치 40개, 상시일자리 4000개 포함 직간접 일자리 11만7000개 등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태양광과 바람 등을 이용한 개발이익은 주민과 공유함으로써 에너지 민주주의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전국 최초로 주민에게 개발이익을 돌려주는 ‘이익공유제’로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어떤 정책인가
▶우리 군은 전국 최초로 지난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했다. 기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따른 대기업 중심의 이익 독점 방식을 탈피하고 군민에게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이익공유제란 발전사업자로부터 그 이익의 일부를 공유받는 것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신안군의 주민이 참여하면 한전에서 30%의 인센티브를 추가 지급하고, 그 인센티브의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것이다. 발전사업 신청시 주민 5인이 참여하거나 주민이 20%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지자체 주도로 사업 진행 시 각각 10%의 인센티브가 부여돼 최대 총 30%의 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부터 안좌면 자라도, 구대리에서 분기별 1인당 평균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지급된다. 7월부터 지도읍과 사옥도에서도 지급될 예정이다. 이익공유제를 통해 우리 군은 1년에 약 13억5000만원을 주민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안군 안좌면 구대리 일대 태양광 발전사업 단지/사진=신안군청 제공
-특히 2030년까지 3단계 사업인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완료하면 연간 소득과 주민혜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는데
▶올해 태양광발전사업의 이익 공유금은 50억 9000만원으로 예상되며 연 최고 수익금은 24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까지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연간 3000억원의 소득이 발생해 주민 1인당 연 최고 600만원의 추가 소득을 얻게될 예정이다.해상풍력발전단지의 경우 태양광과 같이 적용할 예정이나 입지의 특성에 맞춰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한다. 어업인과 발전소 5㎞ 이내 지역주민은 2배, 그 외 주민은 1배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섬 데이터 댐’ 구축 사업을 제안해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인가
▶한국판 뉴딜의 무궁무진한 핵심 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섬의 가치를 적극 활용하는 차원에서 ‘섬 데이터 댐 구축’을 제안했다. 대한민국 영토의 최전방인 섬과 그 섬이 보유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및 역사, 문화, 자원 등에 대한 정확하고 통합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으로 한국판 뉴딜 사업의 핵심 과제로 ‘섬 데이터 댐’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월 25일 신안군은 CJ올리브네트웍스, 전남사회혁신네트워크와 함께 섬이 보유한 자원 및 자산을 수집·활용하고, 섬의 가치 극대화와 디지털 섬 문화 향상을 위해 다자간 상호협력(MOU)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각 기관은 △신안군 섬 자원과 자산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책 및 기술 연구 △섬 자원·자산 기반의 디지털 섬 문화 조성을 위한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교육 등에 상호협력△민·관 거버넌스의 성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신안군은 독특하게 각 섬마다 특유의 색깔을 강조하는 ‘컬러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컬러 마케팅을 시작했던 계기가 있나
▶신안군 컬러 마케팅은 안좌도 퍼플섬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처음 시작은 민원해결 현장이었다. 주민들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 교체 요구에 “이왕이면 유럽 마을 지붕처럼 색칠해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자”고 권유한 것이 발단이었다.
보라색은 반월, 박지도에 자생하는 도라지꽃 색깔을 모티브로 해 지붕, 도로, 공중전화 부스, 식기 등 모든 컬러를 보라색으로 했다. 첫 퍼플섬 선포 후 2019년에는 28만명, 2020년에는 21만 명이 다녀갔다. 현재는 영국 로이터 통신, 미국 CNN, FOX뉴스, 나사, 독일 프로지벤, 홍콩 여행잡지 유캐거진 등 외신에서 주목하는 세계적인 섬으로 거듭났다.
퍼플섬을 시작으로 컬러 마케팅은 신안 전체 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도읍 선도는 노란 수선화의 섬으로, 수국의 섬 도초와 해당화의 섬 비금은 바다를 닮은 코발트블루색 섬으로, 증도의 작은 섬 병풍도는 9월이면 온통 주홍색 맨드라미 꽃밭이 된다. 이처럼 다양한 섬 정책과 마케팅 전략을 무기로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반월도)/사진=신안군청 제공
신안군 지도읍 선도 수선화 마을/사진=신안군청 제공
-또한 군은 전국에서 섬이 가장 많다는 약점을 ‘천사(1004)섬’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으로 반전시켜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신안군에는 총 1025개의 섬이 있다. 그중 나무와 풀이 없는 21개 섬을 제외하니 공교롭게도 1004개였다. 천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왜 천사 섬이냐고 물어보면 ‘천사(angel)’와 ‘1004’의 중의적 의미를 설명해준다.
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청정 이미지를 아름답고 순결한 천사의 이미지로 승화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설정했다. 그렇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짧게나마 우리 신안군을 설명할 수 있고, 또 들으신 분은 신안군에 대한 호감이 증가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로컬 브랜드는 본래 지니고 있던 정체성과 문화, 역사, 생태환경 등을 지역자산화하는 것이다. 접근성이 육지에 비해 떨어지는 섬은 문화예술을 지역자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섬에도 문화예술이 있어야 여행자들이 다시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정책이 ‘1도 1뮤지엄’ 사업인가. 어떤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나
▶문재인 정부의 문화비전 2030(사람이 있는 문화)에 따른 개인 문화 권리 확보와 생활 밀착형 SOC를 확충하고 섬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문화향유 기회를 증대,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조성하고 있다.
1004대교 개통, 여객선 야간 운항 등 관광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문화·관광 인프라 제공을 통해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확충하고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와 문화향유를 위해 추진하게 됐다. 문화에서 소외됐던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뮤지엄 및 기타 편의시설 운영을 통해 청장년층, 노년층의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을 기반으로 농업과 수산업도 발전해 섬 주민들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도 1뮤지엄 사업은 현재 24개소 중 11개소가 완료됐고 13개소가 추진 중에 있다.

신안군 자은도 뮤지엄파크 수석미술관/사진=신안군청 제공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체작물 보급 대비를 위해 3개 읍면에 커피, 바나나, 망고 농장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특산물 육성을 위한 계획은
▶1004대교 개통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암태면에 관광체험형 아열대 청년경영실습 임대농장 조성으로 커피와 망고를 생산, 가공, 체험을 통해 농업 소득까지 올리는 농촌문화 융복합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이 완성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커피와 망고를 즐기는 도농교류의 장, 농촌의 기성세대와 청년농업인이 하나되는 계층통합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섬초로 유명한 비금면에서는 바나나 재배를 위한 기반 시설 조성이 한창이다. 국내산 친환경 바나나에 대한 수요가 높고, 공급량은 부족해 높은 소득이 예상된다. 특히 바나나는 다른 아열대 농작물에 비해 재배법이 쉬워 시설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안은 열악한 지리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2019년 귀어인수가 78명으로 전남에서 1위, 전국적으로는 충남 태안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귀어인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리 군에서는 청년이 돌아오는 신안을 만들기 위해 청년들에게 어선을 임대해주는 어선 임대사업과 김, 왕새우, 개체굴 품종의 전문어업인 육성을 위한 수산양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귀어인이 안정적으로 조기정착할 수 있도록 어업창업 및 주택구입 융자지원, 귀어가 정착장려금, 주택수리비 지원, 집들이 지원사업, 청년어촌 정착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앞으로 귀어·귀촌인들에게 어촌 정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천사대교에 이어 최근 임자대교가 개통하면서 주민의 이동권 확보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수송비 절감과 시간 단축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예상하나
▶신안군 지도읍과 임자도를 잇는 해상교량인 임자대교가 7년 6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3월 개통됐다. 해상교량 1.92km를 포함해 총 구간이 4.99km에 달하는 임자대교는 우리 군의 12번재 연륙 연도교이자 두 번째로 큰 다리다.
임자대교 개통으로 여객선으로 30분 이상 걸리던 임자와 지도 사이 이동 시간은 차량 기준 3분으로 줄게 됐다. 이로 인해 주민 편의는 물론 농수산분야와 관광, 해상풍력단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임자면 대표 특산물인 대파, 민어, 새우젓 등 많은 물량을 이동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도선료가 절감되고, 많은 물량을 신속히 이동할 수 있어 최상의 품질로 납품되기 때문에 그 값어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우량 신안군수
1955년 9월 14일 전남 신안 출생
경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목포대학교 교육학 명예박사
강운태 내무부 장관 비서관
행정자치부 자치운영과 과장
경기도 하남시 부시장
민선 4~5기 전남 신안군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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