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보는 세상]집콕에 층간소음 분쟁 폭증, 처벌은? “글쎄…”

층간소음 민원 전년 대비 51%↑, 국회도 층간소음 방지 입법 속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1.02.10 15:3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일러스터=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2017년 7월 25일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께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윗집 주민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60대 노인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B씨의 집으로 인터폰을 걸어 층간 소음 문제를 항의하며 말다툼을 했고, 이후 자신의 집에 찾아온 B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흉기에 찔린 B씨는 현장에서 숨졌으며,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와 B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오랜기간 다퉜던 것으로 조사됐다.

# 2021년 2월 8일
층간소음이 심하다며 이웃집을 찾아가 문을 부순 40대 남성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C씨는 이날 오전 1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아파트 5층 한 세대 출입문을 캠핑용 손도끼로 부순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4층 세대에 입주하고 있는 C씨는 '층간소음이 심하다'며 항의하러 윗집을 찾아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윗집 이웃이 C씨와 직접 마주치지 않았고, 경미한 재산 피해만 발생한 직후 곧바로 검거된 점, C씨가 과거 정신병원 치료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해 특수재물손괴 혐의만 적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커지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3만6105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2만3843건)보다 51% 늘었다. 층간소음 유발 원인으로는 '아이가 뛰는 소리 및 발걸음 소리'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망치질, 가구, 문 개폐 소리 등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05년부터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의 평기 가준을 정한 '사전 인정제도'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문제 해결에 별다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에 국토부는 바닥충격음 ‘사후 확인제도’를 내년 7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는 아파트부터 시행하고, 아파트 각 층의 상판 슬래브 두께를 210mm에서 240mm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층간소음 문제 해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일 정도로 중요한 사회 문제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갈등이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빠른 제도개선과 인식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디까지가 층간소음인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입주자 또는 사용자가 뛰거나 걷는 행위에서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을 말한다. 또 음향기기 등에서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과 인접한 세대의 벽간 소음도 포함된다. 

이 법 제20조 제1항에 의해 욕실과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나 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층간소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소음만이 층간소음으로 보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세대가 많은데 개 짖는 소리를 규제할 근거도 마땅히 없는 현실이다.

직접충격 소음은 1분 등가소음도(1분간 발생하는 평균 소음)가 주간 43dB(데시벨), 야간 38dB, 최고소음도 주간 57dB, 야간 52dB을 넘을 때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그래픽=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보복성 층간소음'까지 등장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층간소음 보복'을 검색하면 각종 층간소음 보복 용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우퍼스피커, 골전도 스피커, 벽돌 망치 등이다. 층간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이웃집을 찾아가는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만큼 이렇게 해서라도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골전도 스피커다. 골전도는 음파를 두개골의 뼈를 통해 내이(內耳)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보청기나 헤드셋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아래층에서 천장을 통해 윗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스피커다. 265cm까지 늘어가는 기다란 봉 끝에 스피커가 달려있는데 이 스피커를 천장에 압착시키고 휴대폰으로 연결해 음악 파일을 재생하면 소리가 윗층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다. 지난해 8월 인천지방법원은 아파트 위층 층간소음에 고의로 소음을 유발한 아래층 거주자에게 위자료 1000만원과 위층 거주자 월세비용 등 약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보복성 소음은 특정 집만이 아닌 온 동네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웃 간 공포를 조장할 수도 있다.



층간소음 법적 처벌, 불가한가?


현행법상 층간소음 처벌 근거는 경범죄 처벌법상 인근소란죄로 1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하기 어렵다. 손해배상의 경우 층간소음이 인정되는 소음의 크기는 주간에는 1분간 평균 43데시벨을 넘어야 한다.

실제 아파트 윗집의 소음 등으로 장기간 고통을 받던 가족이 소송을 냈던 사례에서 당시 윗집의 기계음 소음이 90데시벨을 넘어 법원이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경우가 있었다. 이례적인 판결인데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소송에 비해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피해 사실 입증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위원회의 결정에 강제력이 부여되지는 않기 때문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부, 4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 수립


이러한 상황에서 소음·진동 공해에서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 1월 21일 층간소음 예방계획 등을 담은 4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2025년까지 4년동안 추진되는 것으로 △건강영향 중심의 소음·진동 관리기반 구축 △신기술을 활용한 소음·진동 측정 △국민체감형 소음·진동 관리체계 구축 △소음·진동 관리역량 강화 등이 담겼다.

먼저 환경부는 소음·진동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소음-건강영향 조사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을 마련하고 상관성을 도출하기 위한 기초조사를 실시한다. 또한, 소음·진동을 건강 영향 측면에서 관리하기 위한 건강영향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개발계획 평가에 활용한다.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소음·진동 실시간 측정기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판별 기술 및 실시간 소음지도를 개발한다. 소음·진동의 크기를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국형 소음·진동 감각지수도 개발해 국가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을 통해 공개하고 정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관리 역량도 강화한다. 공사장 소음 측정관리를 위해 측정기 설치·운영 지침서, 측정자료 활용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소음·진동 기준을 검토해 임대공간별, 층별, 사업내용별 최적의 배치안, 소음 저감방법 등을 소개하는 안내서도 보급한다. 공공장소 이동소음원은 규제대상을 확대 및 세분화하고 벌칙 등 제재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도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속도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불법 시공사에 대한 영업정지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17일 이같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주택 사용검사 이전에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의 성능평가를 받도록 하고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한 성능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쓴 사업주체에 영업정지나 사업등록 말소 조치를 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해당 성능이 인정되지 않은 제품을 쓰거나 성능평가기준을 위반해 시공한 경우 손해액의 3배 내에서 배상을 책임지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도입했다. 이와함께 감리자의 감독 의무 강화도 포함됐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을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것을 감리자 업무에 추가했다.

양 의원은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원인은 성능기준 미달 제품을 사용하거나 고의적 불법시공으로 애초에 잘못 지은 시공사업자의 책임도 크다"며 "입주자에게 피해를 입힌 부도덕한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영업정지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감리업무 강화가 사업주체의 성능기준 준수와 층간소음 문제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는 층간 소음 처벌 어떻게 하나?


미국은 층간소음 문제가 생기면 아파트 관리인에 먼저 신고를 한다. 그러면 관리인 차원에서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뉴욕의 경우 '뉴욕시 법전'에 타인의 생활을 방해하는 정도의 지속적 소음을 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가해자에게 2회까지 경고하고, 3회 이상일 경우에는 강제 퇴거조치도 할 수 있다.

독일은 소음 피해에 대해 민법, 연방질서법, 공해방지법 등으로 보다 강력하게 규제한다. 연방질서유지법상 소음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5000유로(한화 약 673만원)까지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한, 입주 단계부터 소음 예방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계약서에 소음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지속적 소음 유발시 집 주인 등은 세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퇴거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호주는 '환경보호법'에 주거 공간 내의 소음기준을 주간 40dB, 야간 30dB로 정하고 있다. 호주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임대차 계약서에는 시간대 별로 어떤 소음이 허용되고 규제되는지도 명시돼 있다. 관리사무소가 피해자 신고를 받아서 가해자에게 경고한 뒤에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른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가해자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액수는 200~400 호주 달러(한화 약 17~34만원) 정도다. 특히 호주는 이웃에 방해가 되는 사람이 있으면 본인이 피해를 받지 않더라도 나서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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