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이 된 '전직 대통령들 사면'

③DJ 당선되자마자 풀려난 전두환·노태우…지금도 평가 엇갈려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1.02.05 11:06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역대 대통령들은 경제 발전과 국민 대통합의 명분으로 사면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특사 단행은 사법부의 최종 판단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늘 논란이었다. 특히 사면권의 대상은 대통령 측근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등 경제인에 집중됐다.

일반 사면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특별사면은 특정 개인을 사면하기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한국의 사면권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함께 시작됐다. 3.1절, 석가탄신일, 광복절, 성탄절, 대통령 취임 등을 경축하기 위해 정례 절차처럼 사면권이 실시됐다. 대통령은 재임 기간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 카드를 임명하는 주체자이지만 임기 이후에는 대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중 네 명이 특사 대상이 됐다. 문민정부 시절 단행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는 아직도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최초 특사는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48년 9월 27일 실시한 건국 대사면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9차례의 특사를 단행했다. 박정희 정부에서는 25차례의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8년 중 18회, 노태우 전 대통령은 7회 특사를 진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신계륜 전 의원 등이 특사를 받았다. 이들은 사면 이후 피선거권 제한의 족쇄에서 풀려나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총 7회의 특별사면이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이른바 ‘빅3 재벌총수’에 대해 특별사면을 진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총 3번의 특사를 진행, 이전 정부에 비해 사면권을 적게 행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총 4번의 특사가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 시위·세월호 참사·용산참사·쌍용차파업 등 시위 사범을 특별사면했다.
▲전두환 씨가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의 재판을 받기 위해 2020년 11월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법정동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문민정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

1995년 11월 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거액 수뢰혐의로, 12월 3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와 5·17 조사 반란 주도혐의로 각각 구속수감됐다. 1996년 3월부터 시작된 공판은 1심 28회, 항소심 12회 등 모두 40회에 걸쳐 진행됐다. 4월 17일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17년이 최종 확정됐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IMF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대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다. DJ가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YS)에게 사면을 제안했고, YS는 1997년 12월 22일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해 석방을 결정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 2년여 만에 출옥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평가는 아직도 나뉜다. YS와 DJ는 정치적 원수를 용서한 통합의 정치를 보였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전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나 광주학살 행위에 대해 여전히 사과하지 않아 특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의견도 있다.

YS는 두 전직 대통령의 특사 외에도 8차례의 사면을 진행했다. 1993년 3월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와 정지 등 교통사범 3만6850명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사면이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2018년 7월 13일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참여정부, 친盧 특사 단행…비판도

노무현 정부 때는 8번의 특사가 진행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안희정 전 지사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신계륜 전 의원,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여택수 전 행정관 등 측근에 대해 사면복권을 단행해 논란이 됐다.

당시 안 전 지사는 65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실형을 살고 있었다. 신 전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대부업체 굿머니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가 2006년 유죄로 판결되면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서청원 전 의원과 김홍길 전 의원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사면복권 대상자였던 정치인들은 형이 확정된 뒤 7년 동안 각종 공직선거에 나설 수 없도록 한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면서 정치 재개의 발판이 됐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한다며 ‘법치주의 파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MB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총수 대거 사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7번의 특별사면이 진행됐다. MB는 취임 첫 해인 2008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이른바 ‘빅3 재벌총수’에 대해 특별사면을 진행했다. 명분은 ‘경제 살리기’였다. 당시 정부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경제인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경제계의 요청과 그간의 경제 발전 공로 등을 고려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 74명에 대해서도 특사를 진행했다.

2009년 12월 29일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단 한 사람을 특별사면하기도 했다. 경제인 1명만을 대상으로 한 사면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아닌 연말 사면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배임과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뒤 4개월 만에 사면을 받았다. 특사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겨울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왔다”며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주요 시민사회단체 등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사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국가의 품격과 ‘법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가 무너져버렸다”며 “이 전 회장이 ‘대통령 위의 재벌 총수’일 정도로 절대적 존재라는 사실에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에서 “품격과 국격이 갖춰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겨울올림픽 유치 지원을 이유로 단독으로 특별사면을 할 수 있는지 한심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현 2015년 11월 CJ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박근혜 정부서도 이어진 ‘총수 사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최태원 SK회장 등을 포함한 경제인 16명과 서민 생계형 형사범, 중소·영세 상공인 등 경제인, 불우 수형자 6527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당시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465억원을 국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13년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년 7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던 최 회장은 재벌 총수 중 최장기 복역수를 기록해 재계에서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사면을 제한적으로 행사했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 화합과 경제활성화, 국민 사기 진작을 위해 특별 사면을 조치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8월 15일 광복절 특사 대상자로 CJ그룹의 이재현 회장과 행정제재자 142만2400여 명을 정했다. 이 회장은 2015년 11월 파기환송심에서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 정부는 당시 기업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된 이 회장에 대해 “희귀병인 샤르코 마리투스와 만성신부전증 등 건강 문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이명박·박근혜·한명숙·이석기 ‘사면 대상자’로 거론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기업 총수 사면이 단행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특별사면은 4번 진행됐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 시위·세월호 참사·용산참사·쌍용차파업 등 시위 사범들이 특별사면됐다. 2017년 12월 서민 생계형 민생사면이라는 명목으로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등 6444명의 특별사면과 복권을 진행했다.

2019년 12월 3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5174명을 특별사면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열린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선임, 9년 만에 공식적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21대 총선에서는 강원도 원주시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꾸준히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전직 두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석기 전 의원 등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명숙 전 총리 특별사면과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함께 놓고 고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한 전 총리나 두 전임 대통령 모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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