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골프 시대, ‘2030’을 콘택트하라”

[임윤희의 골프Pick]김구선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가치소비 세대 유입 발맞춰 변화 모색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1.02.03 10:1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구선 국민대 교수/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사진기자
지난해 가을 골프 부킹은 ‘역대급’으로 어려웠다. 골프 열기가 치솟으면서 그린피는 가파르게 올랐다. 골프붐을 타고 국내 한 골프장의 매매가격은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골프 관련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골프업계와 관련 산업의 호황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 크다.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는 지금, 골프업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김구선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를 지난 1월 만나 골프업계의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김 교수는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현재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는 스포츠마케팅과 골프의 동작, 클럽과 볼, 지면반력 등의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골프융합분석을 지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산업과 마케팅을 연구 중이다.

김 교수는 “언택트는 디지털 혁명의 영향으로 예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개념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골프장 프론트가 ‘키오스크(무인 수속기)’로 대체됐고 무인 편의점 형태의 그늘집이 들어서는 등 골프장의 ‘언택트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대중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통한 ‘언택트 골프장’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2030세대의 골프 진입이 있다. 소비와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하는 2030 세대는 과감한 소비로 골프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붐이 일어났다. 덩달아 관련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골프의 특징 때문에 한국 골프인구도 일본처럼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낮고 비용이 저렴한 스크린 골프가 활성화되면서 2030 세대가 골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국내 골프인구가 증가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골프 붐을 단순히 해외 골프여행의 어려움 때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소비성향이 높고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강한 2030세대의 골프 진입이다.



2030 세대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2030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청소년기부터 인터넷을 사용했다.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IT에 능통하며 ‘가치소비’를 하는 세대이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지향하는 가치의 수준은 낮추지 않는 대신 가격, 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소비와 자아를 동일시하는 소비행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빠르게 확산시키며 언택트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자사 브랜드를 온라인을 통해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골프 관련 브랜드들에게는 자사 브랜드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골프인구의 연령층 변화가 골프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40~60대들은 골프를 치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골프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가 골프장 사용료이거나 골프장 내에서의 소비로 한정된다. 반면 2030 세대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골프용품을 선택한다. 의류나 관광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골프산업 전반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2030 세대의 골프 유입은 관광산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광과 쇼핑의 결합이 대세였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골프와 쇼핑의 결합형태로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30 세대에게 골프여행은 ‘SNS에서의 표현과 소통을 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와 관련한 골프 관광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2030 세대는 ‘사회가치’나 ‘환경가치’와 같은 착한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 또한 감안해야 한다. 자사 브랜드 제품의 특성뿐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국내 골프클럽에 대해 연구한 것으로 안다. 국내 골프클럽 시장은 해외 브랜드가 지배적인데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골프용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골프클럽 시장의 90% 이상은 해외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다. 자국 브랜드의 점유 비중이 80% 이상인 일본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골프클럽 제조업체의 재무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적극적인 개발과 마케팅 활동이 제한적이다.
2019년에 실시한 국내 골프클럽 브랜드 관련 연구에서 국내 골퍼 대부분은 골프클럽을 주변 인물 또는 매장 직원의 추천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골프클럽의 낮은 브랜드 이미지는 골프용품을 통해 본인을 표현하려는 골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2005년과 2019년 국내 골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해외 브랜드 선호도는 각각 84%와 85%로 나타났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과 2019년에 실시한 ‘한국형 골프클럽 개발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70%와 83%로 나타났다. 한국형 골프클럽 개발의 필요에 대한 인식은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한국형 골프클럽이 출시될 경우 국내 골프클럽이 선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골프 산업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나



언택트 시대란 전통적인 대면 산업에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중심의 산업으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택트는 디지털 혁명의 영향으로 코로나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던 개념이지만 코로나19 이후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이미 프론트를 키오스크로 대체했고 그늘집 또한 무인편의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대중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스마트 골프장 시스템 구축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스크린골프나 골프레슨 등 비필드 분야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클라우드가 활성화돼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 또한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것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비대면 경기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골프 경기는 참여자의 시점이 불일치해도 가능해질 것이다. 골프레슨 역시 비대면 시스템이 곧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골프연습장에는 스크린타석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촬영된 영상을 클라우드로 전송만 하면 골프 인스트럭터들이 레슨을 하면 된다.
골프클럽 브랜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온라인 피팅앱을 통해 맞춤 클럽 제공이 가능하다. 온라인 신청을 통한 클럽 렌털 등도 코로나19 시대 종식 이후 지속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골프장들이 호황을 맞아 사용료 등을 인상하고 있다



골프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 그린피는 2018년에 비해 대중제의 경우 주중 14.9%, 주말 9.4% 올랐고 회원제는 주중 5.6% 인상됐다. 카트비는 대중제의 경우 7%, 회원제의 경우 6.7%, 캐디피는 대중제와 회원제 공히 6.4% 올랐다. 한국의 회원제 골프장에는 징벌적 세금의 개념인 재산세 4%와 개별소비세 2만2000원이 부과된다. 반면 대중제 골프장에는 재산세 0.2~0.4%가 부과되며 개별소비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소수의 럭셔리 회원제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회원제와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비슷한 실정이다. 심지어 44개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회원제 골프장보다 비싸다고 한다. 골프장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세금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 및 기타 부대비용 인상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그린피는 골프가 완전히 대중화된 미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골프의 진정한 대중화를 위해서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은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구선 국민대 교수/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사진기자



향후 골프 대중화를 위해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골프 대중화의 핵심은 골프장에서의 지출비용이라고 본다.
아직까지 한국의 골프장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미국과 비교해볼 때 진정한 대중화로 가기에 높은 금액이다. 미국은 골프장 수가 1만5000개로 한국의 30배인 반면, 골프인구는 3200만 명으로 한국의 7배 수준이다.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내 골프장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노캐디제가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 내장 팀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한국 골프장의 특성상 원활한 진행을 위해 캐디가 필요하다는 것이 골프장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각 홀마다 포어캐디(코스에 있는 공의 위치를 경기자에게 알리기 위해 전방이나 공의 행방을 추적하기 쉬운 곳에 미리 나가 있는 경기 보조원)를 두면 경기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
둘째, 카트비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국내 골프장의 카트비가 원가대비 너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셋째, 스마트 시스템 도입이다. 특히 언택트 시대의 스마트 시스템은 비용절감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시간을 절약해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골프장 각 홀에 카메라를 설치해 코스 내 모든 플레이를 분석할 수 있는 5G 스마트골프장을 도입한 A골프장은 환경 개선을 통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골프장 인·허가 규제이다. 2000년대 들어 실행한 한국의 골프장 인·허가 규제 완화 후 무분별한 골프장 개발이 이어졌다.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정보가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아 환경단체 및 주민과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정부는 2011년 골프장 난개발 방지 및 친환경 골프장 조성을 골자로 하는 규제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01~2010년까지는 256개의 골프장이 신설된 것에 비해 2011~2019까지 골프장 신설은 89개에 머물렀다. 여러 가지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겠지만, 골프산업 측면에서만 본다면 대중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하는 부분적 인·허가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골프장도 다양화돼야 한다. 9홀 플레이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골프의 전설인 ‘Gary Player’는 골프 커뮤니티를 성장시키려면 현재의 18홀 라운드 시간보다 적은 시간으로 플레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골프장 설계자들도 이 부분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미국의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2020년에 9홀 플레이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전했다. 핵심 골퍼들의 경우 전체 골프 라운딩의 33%가 9홀 플레이였으며, 이는 일을 시작하기 전 또는 마친 후 적은 시간으로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2021년까지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골프장 측에서 9홀 플레이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방문했던 골프장에서 코로나19 이후 느낀 변화라면 어떤 것이 있나  


일단 젊은 내장객이 많이 보이고, 그래서 인지 골프장에서 허용하는 복장도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음식도 피자, 떡볶이 등이 등장했다. 경기 도우미가 시그니처 홀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도 생겼다.



평소 골프에 대한 철학은



골프는 심판이 없다. 경기위원이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관여하기 때문에 심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스스로 정해진 룰에 따라 경기하는 스포츠이다. 하지만 결코 쉽게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골프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기운영능력, 위기극복능력, 집중력, 인내력, 자제력 등 많은 요인이 필요하다. 또한 위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준법정신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고 개개인 삶의 철학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매 18홀 라운딩이 한 번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한 샷 한 샷 충실히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ROFILE
이학박사/MBA.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골프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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