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초범이 재범…‘중독’으로 가는 길 막아라

잠재적 살인 ‘음주운전’ 처벌…초보 때부터 차단, 보험금 상향도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1.01.04 10:05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2020년 11월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에서 경찰들이 음주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사진=뉴스1
# 2020년 9월 9일 0시 55분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A씨와 B씨가 탄 차량이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을 치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이날 새벽 1시께 벤츠 차량을 몰고 인천 을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넘는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신고를 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추돌 직후 119에 신고하지 않고 차량 안에 머무는 등 후속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 2020년 12월 8일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 동승자 B씨가 유족의 집을 찾아가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8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차량 조수석에 탔던 B씨가 최근 유족의 자택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거나 피해자 지인에게 합의를 주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피해자에게 최대 6억원의 보상금을 제시하며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씨가 직접 운전은 하지 않았지만 음주 운전을 적극 부추긴 것으로 보고 B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B씨는 사고당시 A씨에게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B씨가 음주운전 방조 수준을 넘어 적극 부추긴 것으로 판단해, 두 사람 모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 2020년 12월 13일 0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 103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정부는 거리 두기 단계를 격상시키고 연말·연시 모임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했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음주운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회식과 술자리는 줄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오히려 늘어났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2017년 1만9517건, 2018년 1만9381건, 2019년 1만5708건으로 점차 줄었지만, 2020년 1~5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6028건으로 작년 동기대비(5291건) 13.9%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 우려 등으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과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식당과 술집이 밤 9시면 닫기 때문에 음주 단속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음주운전과 음주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이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려도 인명 피해를 내지 않은 경우에는 ‘운전 면허 정지’ 혹은 ‘운전 면허 취소’ 등의 처벌만이 따르기 때문인지 ‘범죄’라는 인식이 약하다.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이 뉴스에 거론되고 몇 달의 ‘자숙’ 기간을 거쳐 다시 컴백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음주운전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소식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서 청와대 신문고가 들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음주운전 처벌법을 개정한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달의 <법으로 보는 세상>에서는 음주운전 처벌법은 어떻게 변화되어왔으며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전문가 자문은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에게 구했다.



음주운전 처벌,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 노면 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2년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고쳐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했다. 음주운전 처벌법이 시행됐을 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였다. 0.1% 미만은 운전면허 정지와 함께 벌금이 부과되고, 이보다 높으면 면허가 취소됐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이 사회문제로 본격화된 것은 중산층이 형성되고 ‘마이카’ 시대가 열렸던 1980년대부터다. 일반적으로 경찰이 음주 측정에 사용하는 측정기가 도입된 것도 이때였다. 



윤창호 씨로 인해 56년 만에 바뀐 법


윤창호 사건은 2018년 9월 25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육군 병사였던 윤창호 씨가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사건이다. 윤 씨의 친구들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만취 운전자 강력처벌’ 청원을 올려 사건을 알렸고, 국회를 찾아 음주운전 처벌기준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청와대 청원은 37만 명을 돌파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무거운 처벌’을 언급하자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형사고를 일으킨 음주 운전자나 상습범의 경우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양형기준 안에서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음주운전 피해자 故 윤창호 군의 친구 이영광, 김민진씨가 2018년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일명 '윤창호법' 통과에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이른바 ‘윤창호법’은 2018년 1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그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제1윤창호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해 12월 7일 통과해 2019년 6월 25일부터 시행된 제2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으로 나뉜다. 

제1윤창호법은 도로교통법 제5조의 11(위험운전 치사상)에서 음주나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을 강화했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했다.

제2윤창호법은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을 현행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기준은 0.1%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정했다. 아울러 종전의 음주운전 3회 적발 시 면허가 취소됐던 것 역시 2회로 강화했다.



음주운전도 습관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7년 44.2%, 2018년 44.7%, 2019년 43.7%를 기록했다. 도로교통공단의 분석 결과 음주운전자가 면허를 취득한 후 최초 음주운전이 적발될 때까지는 평균 650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번째 음주운전 위반으로 적발되기까지는 536일, 세 번째는 420일, 네 번째는 129일로 점차 주기가 짧아졌다. 음주운전을 습관처럼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임재경 센터장은 “알코올 중독 등 음주운전이 습관화된 사람들이, 그동안 낮은 처벌 및 사회의 낮은 경각심 등으로 인해 음주운전 습관을 근절하지 못한 것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관련 법안, 어떤 것이 효과 있을까


을왕리 음주운전 사고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5명 중 4명 이상은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7일 리얼미터가 음주운전 동승자 처벌 강화 주장에 대한 공감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공감’ 응답은 83.4%로 14.8%로 집계된 ‘비공감’ 응답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음주운전 동승자를 방조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입법 보완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에 국민 분노가 높다”며 “음주운전 동승자 역시 사고 방조나 다름없다. 음주운전을 방조하거나 부추긴 동승자 처벌 강화법도 조속히 만들겠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에 대해 임 센터장은 “동승자 처벌은 음주운전을 상호 억제하고 견제하는 작용을 해 음주운전 사고 절감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음주운전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IID)’가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취소된 사람의 자동차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다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잠금장치는 술을 마신 경우 차에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잠금장치 원리는 차에 시동을 걸고 입으로 노즐을 불어 혈중 알코올 농도를 체크해 문제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는 것이다. 몇 차례 실패하면 시동 장치가 아예 잠겨버리는 시스템이다. 대리 측정을 막기 위해 얼굴 인식기능과 주행 중 재측정 기능도 있다. 임 센터장은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는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으나 사고 감소에는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알코올 중독 등의 근본 치료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면허가 취소되거나 5회 이상 면허가 취소 또는 정지된 경우 운전면허를 영구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도 1~5년 경과 후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임 센터장은 “영구면허 취소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법제화 여부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음주운전 사전 억제를 위한 방법은?


임 센터장은 “개인의 삶과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운전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음주운전이 습관화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또 많은 시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용 차량의 운전자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임 센터장은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임 센터장은 “먼저, 음주운전 사전억제 방안으로 초보운전자, 사업용 차량 운전자에 대한 음주단속 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 0.00%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도로교통법 제 44조에 단서조항 추가)”고 했다. 초보운전자의 경우는 운전 초기 단계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음주운전이 습관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업용 차량 운전자의 경우에는 시민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역시 음주단속 기준을 0.00%를 적용해 ‘운전을 할 때는 단 한 잔의 음주도 안 된다’는 인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음주운전자가 면허를 재취득할 때 알코올 중독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도로교통법 제 82조 개정)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2018년 3년간 음주운전 사고(총 63,685건) 중 44%가 재범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 센터장은 “음주운전이 1회성의 실수가 아니고 알코올 중독 성향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음주운전의 습관화로 인한 무고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자가 면허를 재취득할 때는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완쾌됐다는 증명서를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센터장은 “세 번째로 보험제도를 개선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가해자의 부담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자동차보험약관 제11조 개정)”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 보험약관하에서는 음주운전 가해자는 자기부담금으로 대인사고 300만원, 대물사고 10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가해자는 음주운전 사고를 냈더라고 자기부담금 100~ 300만원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보험회사가 부담하고 가해자는 추가적인 책임이 없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자기부담금을 현행보다 2배 이상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저승사자와 처녀귀신 등으로 분장한 모델들이 음주 교통사고 차량 앞에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사진=뉴스1


다른 나라의 음주운전 처벌법


미국은 주마다 음주운전 처벌규정이 다르지만 대부분 엄격한 처벌이 내려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워싱턴 주의 경우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1급 살인혐의가 적용돼 최소 징역 50년에서 최대 종신형을 선고한다. 

호주는 음주운전자의 이름, 연령, 자동차 번호판, 혈중 알코올 농도 등을 신문에 상세하게 게재해 신상을 공개한다. 초보운전자의 경우에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여야만 운전할 수 있는 제로 용인법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음주운전 적발 시 즉시 연행된다. 뿐만 아니라 기혼자의 경우에는 배우자까지 수감한 뒤 다음 날 훈방시킨다. 음주운전자로 하여금 ‘나 때문에 배우자가 힘든 일을 당했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처벌이다. 

핀란드는 음주운전을 하면 한 달 동안 번 월급을 몰수하는 처벌을 가한다. 음주운전을 하면 면허정지와 함께 경제적인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과 더불어 술주정을 한 사람도 처벌한다. 술주정을 하다 3회 적발되면 병원에서 강제 입원 치료를 받도록 한다. 

태국은 음주운전 사고 발생률이 매우 높다. 태국정부는 이에 심각성 인지를 위해 2016년부터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대방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사고 피해자의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에 보내 봉사하게 한다. 피해자 시신을 직접 보고, 닦고, 옮겨야 하며 영안실을 청소하는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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