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대 대선, 시대의 화두 달라도 ‘민심’ 파고들었다

[정국 주도권을 잡아라, 이슈정치②]공약 통한 정책 지향점 제시, 강점 앞세운 차별화로 표심 공략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0.11.06 13:5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여당과 야당의 이슈 대결은 역대 대선에서도 치열하게 맞붙었다. 대권주자들은 대선공약을 통해 정책의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내면서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핵심이슈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16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 후보들이 꺼내든 이슈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16대 대선(2002년 12월 19일)] 21세기 ‘새로운 정치’



31년 만에 양강 대결로 치러진 16대 대선에서는 ‘부패정권 심판’과 ‘정권교체’를 내세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낡은 정치 청산’과 ‘정치 세대교체’를 내세운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는 김대중 정권 5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며, 급진 부패세력과 중도개혁 세력의 대결”이라며 “부패한 민주당 정권에서 5년 동안 타락한 사람들은 새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이 후보는 ‘부패정권 심판 출정식’에서 “노무현 후보는 아무리 포장해도 부패정권 2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정권교체의 성스러운 재단에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 후보는 2002 한일월드컵 유치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선주자로 떠올랐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노풍(盧風)을 몰고 왔다. 노 후보는 “구시대의 낡은 정치를 확실히 청산하라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내 국민단일후보가 됐다”며 “모든 지역, 계층이 화합하고 단결하는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반드시 승리해 제왕적 지배와 특권주의, 지역분열과 남북대결의 낡은 정치를 끝내겠으며, 독선과 아집과 반칙의 늙은 정치를 청산하고 젊은 정치,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결과, 노 후보는 이 후보를 약 57만980표차라는 근소한 차이로 앞서 16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노 당선자는 5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로서 세대교체의 의미가 부각됐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노 당선자는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20~30대 젊은층의 참여와 참여민주주의 확산을 주도했다고 평가됐으며, 이를 통해 ‘영파워’가 정치의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17대 대선(2007년 12월 19일)] 경제 살리기



17대 대선의 가장 중요한 정책 이슈로는 ‘경제성장’이 꼽혔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지역주의를 등에 업은 ‘색깔론’이 대선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이르면서 이는 크게 퇴색했다. 민주화가 충분히 달성됐다고 체감하는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성장’이 됐다. 17대 대선에서는 경제 이슈를 먼저 선점한 이명박 후보와 남북경협을 통한 평화경제론을 펼친 정동영 후보가 맞붙었다.

통일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낸 정동영은 ‘평화경제론’을 들고 나왔다. ‘평화경제론’은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남북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정책비전이다.

그는 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민주화 진영과 호남 표심을 응집시키는 전략을 택하면서 간판 정책으로 기존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킨 한반도 평화경제를 택한 것이다. 정 후보는 ‘평화가 곧 경제’라는 남북공동번영정책을 주장하면서 대북정책이 ‘일방적인 퍼주기’라는 비난도 피했다. 

정 후보는 “평화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상징이 바로 개성공단과 파주LCD단지다. 이런 걸 10개, 20개 만들면 남북 경제통합으로 간다”며 “지금 남한은 ‘섬 경제’다. 평화경제론은 이를 대륙경제로 연결할 수 있다. GDP 1조 달러 시대에는 대륙철도를 타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유럽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하는 경제지도자’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이명박은 참여정부 5년의 경제성적을 ‘파탄’으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연 7% 성장률 달성’을 장담하면서 대표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내놨다. 

이 후보가 ‘제1공약’으로 내놓은 한반도 대운하는 한반도의 물길을 이어 모두 17개의 운하를 건설하자는 안으로, 총 길이가 3100km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경부운하로 공사기간만 4년으로 예상했으며 공사비는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후보는 대운하 건설을 통해 물류비용을 현재의 1/3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내륙개발, 관광산업 육성, 수자원 문제 해결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서는 트럭운송 물량을 선박으로 대체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며, 건설과정에서 하상을 정리해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7대 대선을 100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등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독주가 계속됐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기업 CEO 출신 후보의 실물경제 운영 능력에 국민들은 강한 신뢰를 보였다. 서민들은 서민대로, 사회부유층 역시도 체감 경기가 어렵다보니 경제를 살릴 수 있을 만한 후보로 이 후보를 꼽았다. 

대선 결과 1년여를 지지율 1위로 독주한 끝에 이명박이 과반이 넘는 득표로 17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다. 국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 당선자를 향해 ‘경제 살리기’를 주문했다.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경제민주화



18대 대선은 19대 총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면서 총선 결과가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강했다. 대선 전초전인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차지하면서 승리했고,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대선가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007년 대선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뒤 와신상담한 지 5년 만에 박근혜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후보는 국민행복을 위한 3대 과제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한국형 복지 확립을 꼽았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일은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고용률 중심의 국정운영 체제를 구축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제도를 확립해 복지가 국민 개개인 역량을 뒷받침하고 끌어내 자립ㆍ자활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 맞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사람이 먼저인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제거, 자본이 먼저가 아닌 사람이 먼저인 건강한 경제를 촉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재벌개혁과 관련해 재벌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및 순환 출자 금지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후보는 또한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성장의 고용효과는 날로 떨어지고 세계불황 속에서 수출확대도 쉽지 않다”며 “재벌체제를 강화하고, 4대강 토목 공사를 일으키고, 부자 감세를 단행한 이명박 정부가 그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기업이 앞서나가고 중소기업이 튼튼하게 뒤를 받치는 경제, 제조업과 창의적인 첨단 산업, 문화 산업이 나란히 발전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로도 불렸던 18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박근혜 당선으로 우리나라는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박근혜도 대통령이 되어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 됐다. 

박 당선자의 승리 요인 중에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있었다. 경제 성장과 근대화라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50대 이상 유권자층과 영남권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19대 대선(2017년 5월 9일)] 통합, 정의



2017년 3월 10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면서 19대 대선은 조기대선이 확정되어 ‘장미대선’으로 치러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인해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폭락했고, 반대급부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는 급상승했다.

또한 반칙과 특권, 차별로 불공정한 사회라는 오명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꿀 대통령 후보들에게 단연 키워드는 ‘통합’과 ‘정의’였다. 

문재인 후보는 2017년 3월 24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상식이 상식이 되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그런 나라, 정의가 눈으로 보이고 소리로 들리며 피부로 느껴지는 사회가 돼야한다”며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고 성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고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에 비해 ‘정권교체를 통해 세상을 바꿔야겠다’는 절박함이 훨씬 더 강렬해졌고, 훨씬 더 준비됐다”며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의다. 대기업이나 부자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국민성장, 이것이 정의가 구현돼야 할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였던 홍준표 후보는 ‘당당한 서민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밑바닥부터 출발한 흙수저 출신임을 강조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 분열한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이 땅을 지켜온 보수우파들이 하나가 돼 홍준표를 찍으면 좌파정권을 막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좌파정권 10년의 햇볕정책이 핵공포를 초래했고 국가 안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조속한 사드배치와 전술핵 무기 재배치 등을 촉구하며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검찰 개혁, 청와대 혁신,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도 공약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햇수로 10년, 만 9년 2개월여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문 당선자는 9일 밤 당선이 확정되자 자정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나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정의가 바로선 나라, 국민이 이기는 나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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