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쏘아올린 공, ‘병역법’ 바꿀까

반백년 되어가는 예술·체육인 특례, 기준과 국민 공감대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0.11.04 09:2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9월 22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그룹 방탄소년단(BTS)으로 인해 한국이 거두고 있는 경제적 효과가 한 해에 6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는 한국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차지했다.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최근 이러한 현상과 함께 “대중문화예술 분야도 병역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병역특례가 적용되는 예술·체육 분야 특기에는 BTS와 같은 대중문화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11월 ‘법으로 보는 세상’에서는 병역법과 병역특례제도가 대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바꾸자고 하는 것인지 살펴봤다.



병역특례 이슈 불러일으킨 BTS


지난 2018년 BTS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로 미국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두 번째 1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2018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례를 위해 선수들이 선발됐다는 논란과 함께, 국위선양 대중문화예술인인 BTS의 병역 면제도 고려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며 “방탄소년단 군 면제를 해달라는 얘기가 있어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병무청은 병역특례를 전체 재검토하겠다며 국방부와 병무청 합동으로 병역특례 태스크포스를 꾸렸지만, 예술·체육요원은 기존 틀을 유지하고 BTS 등 대중예술인에 대한 혜택은 신설하지 않았다. 대중예술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지난 9월 1일, BTS는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다음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BTS에게 병역면제의 길을 열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방송작가 구자형 씨는 “이제 한국 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준 BTS의 쾌거와 기여에 답해야 한다”며 “빌보드 200 앨범 1위를 이미 네 차례나 했으며 2020년 9월 1일 빌보드 핫100 1위 등 숱한 신기록으로 오래전에 이미 ‘신기록소년단’으로 불리는 BTS에게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에 BTS의 광고판 앞으로 한 시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스1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였다고 인정해 추천한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도 징집, 소집 연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편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7일 BTS 병역 특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BTS 병역문제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자 “여러 가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현재 판단으로는 병역 특례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다만, 활동 기간을 고려해서 연기 정도는 검토를 같이 해나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병무청은 국감에서 대중문화예술 우수자를 대상으로 입영 연기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가장 높은 수준의 추천 기준을 만들고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상한선까지는 연기를 고려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문체부, 국방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병역법(兵役法), 언제 생겼나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병역법은 우리나라 정부가 수립된 후 1949년 8월 6일 처음 제정됐다. 그러나 이듬해 6·25전쟁의 발발로 의무병역제도 실현이 요구되면서 1957년 8월 전면 개정됐다.

병역법은 1962년 10월 국방부장관 소속하에 서울특별시와 각 도에 병무청을 두는 내용으로 2차 전면 개정됐다. 3차 개정은 1970년 8월 병무청이 국방부 외청으로 창설돼 병무행정을 전담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졌고, 1983년 12월 4차 개정 후에 부분 개정을 거쳐왔다.



병역법에 따른 병역특례, 입영 연기 기준은?


병역법 제33조의7 1항에 의거하면, 병무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줄 수 있다. 현역 군 복무 대신 해당 특기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국위 선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술·체육 병역특례 제도는 유신체제 시절인 1973년 3월 도입됐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은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 11에 따르면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내 △국내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대회만 해당) 1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야에서 5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은 사람 △올림픽대회 3위 이내 △아시아 경기대회 1위 등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면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2년 10개월 동안 자신의 특기 종목에서 활동하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인정한다. 

현행법에 따르는 입영 연기 대상은 △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한 벤처창업가 △5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와 고졸 취업자(만 24세까지) △회계사·변리사 등 수련 중인 전문직 △의사·한의사 시험 응시 예정자 △공무원 채용시험 응시자 등이 있다.
지난 9월 22일 경기도 이천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제72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병역법 개정되면 어떤 변화 생길까


전용기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은 입영 연기 대상자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 또는 e스포츠 분야로서 문체부 장관이 국위 선양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추천한 사람’을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전 의원은 “이 법은 BTS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20대에만 할 수 있는 직업에 한해서는 (만 30세 전까지) 입영을 연기시키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업을 위해 대학원을 입학하는 사람과 입영 연기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사람이 있다”며 “오히려 대학원 진학을 통한 편법 입영 연기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전 의원은 “병역법상 입영 연기 대상에 새로운 기준을 추가하자는 것”이라며 “이번에 발의할 법안은 입영 연기지, 면제가 아니다. 면제로 추진됐다면 오히려 제가 나서서 반대했다”고 밝혔다.

병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BTS뿐만 아니라 한국 e스포츠 위상을 높인 선수로 평가받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인 페이커(이상혁)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7일 문체부 국감에서 “국위선양이 뭐라고 보나”라는 전 의원 질의에 “사람마다 생각하는 개념이 다르지만 국위선양은 예술, 체육 못지않게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e스포츠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박 장관은 “종주국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있었던 병역특례 논란…‘그때그때 달라요’


병역특례제도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전 야구선수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얻으면서 병역특례 대상이 됐다. 이승엽과 임창용 선수 역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며 병역특례를 받았다. 

특례제도 예외의 경우도 있었다. 월드컵의 경우 병역법 시행령에 포함되지 않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자 “국위를 선양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이탈리아와의 8강전 전날 병역특례가 결정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스타 손흥민은 ‘병역 특례혜택’ 대상자가 됐다. 미국 폭스 스포츠는 “손흥민이 금메달을 얻지 못했다면, 그의 커리어는 재앙이 됐을 것”이라며 “수백만 달러를 버는 축구선수가 운동복이 아니라 군복으로 갈아입었을 수도 있었다”고 전했다. 

축구스타 손흥민(28·토트넘)이 지난 5월 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해병대 9여단 92대대에서 열린 기초군사훈련 수료식에서 해병대 상징인 빨간 명찰을 부여 받고 있다.손흥민은 이날 약 3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퇴소했다./사진=해병대 제공
반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병역특례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의 일부 선수가 실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논란 때문이었다. 이들은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에 입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루고 아시안게임 선수단에 포함됐다. 그러자 “병역특례를 주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는 이런 논란으로 국정감사 증인에 불려나갔으며, 선 감독은 이후 자진사퇴까지 했다.



지금 여론은? 병역법 개정 찬성 59% > 반대 31%


현재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 이상은 정부의 병역법 개정 검토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병역법 개정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가 58.8%, ‘반대한다’는 응답이 31.4%로 나왔다. 찬성이 반대보다 무려 27.4%포인트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8%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찬성 54.4% vs 반대 35.1%), 30대(64.2% vs 30.4%), 40대(61.1% vs 32.5%), 50대(63.6% vs 31.3%), 60대(61.3% vs 31.4%)에서 모두 찬성 응답이 반대 응답 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병역에 민감한 20대에서도 찬성 응답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4일 전국 18세 이상 1만528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을 완료했다(응답률 2.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앞으로의 쟁점은?


현재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예술은 기본적으로 영리활동이며 ‘국위 선양’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순수예술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 한 가지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역특례제도는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하며, 앞서 아시안게임 야구팀에서 볼 수 있듯이 ‘꼼수’ 혹은 ‘회피’가 목적이 되면 병역에 민감한 정서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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