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보지 말고 코스는 뒤돌아봐라, 셀카 생각나는 '세라지오CC'

[임윤희의 골프픽]'골린이'라면 꼭 가봐야할 골프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20.11.04 10:4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세라지오CC 아름다운 가을 풍경/사진=임윤희 기자
골프를 럭셔리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2030세대가 대거 입문하면서 골프 부흥기를 견인하고 있다. 트렌트를 이끄는 ‘골린이(골프+어린이를 뜻하는 신조어)’들은 SNS나 유튜브에 라운딩 경함담을 포스팅하고 자신들만의 패션을 공유한다. 골프장이 골린이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활용된다. 

과거에는 골프장을 선정할 때 구장 컨디션과 가격이 중요했지만 요즘은 경치가 좋고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많은 곳이 인기다. 이를 반영해 '포토존'을 개발해 랜드마크화 하는 골프장도 생겼다. 
  
11월엔 골린이들이 좋아할만한 골프장을 찾아봤다. 사진찍기 좋은 스팟이 많으면서 명문 골프장으로 불릴만한 곳, 또 초보자들이 무난하게 플레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세라지오CC가 눈에 들어왔다. 한라그룹이 소유한 18홀 구장이다. 회원제였다가 올해 초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된 구장은 대부분 그린이나 페어웨이 컨디션이 좋은편이다. 조경도 훌륭하다. 

세라지오CC는 잘 가꿔진 산림욕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풍광이 좋다. 그 덕에 사진찍기 좋은 곳이 많다. 골프장을 포함해 약 30만평에 달하는 부지가 숲 속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연림 사이의 연못들은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소나무 숲과 야생화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홀을 걷다보면 마주하는 8개의 호수는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코스 자체는 웅장한데 이런 모습들들 보노라면 캐나다의 한 호숫가에 와 있는 듯하다. 여성 골퍼들을 배려해 레이디 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티샷이 좋았다면 덤으로 사진 한장 찍고 싶은 곳이 많다. 
▲세라지오CC 클럽하우스에서 나오면 세라지오의 코스 가이드가 있다.

여성스러운 세라코스, 독립적 지오코스…페어웨이, 그린 난이도 중
세라지오는 도자기를 의미하는 세리막의 '세라'와 땅을 의미하는 '지오'의 합성어다.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는 좋은토질의 아름다운 땅에 터 잡은 골프장이라는 뜻이다. 18개의 코스는 9개의 세라코스와 9개의 지오코스로 구성돼 있다. 18홀 전장이 7372야드(약 6741m)에 달해 웬만한 PGA 대회 코스 전장과 맞먹는다. 코스는 전략과 도전, 인내와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전체적으로 블라인드 홀이 없이 시야가 트여있다. 그런데 페어웨이에 워터 해저드가 많아 티샷이 정교하지 않으면 세컨샷이 어려운 홀들이 있다. 페어웨이 거리와 넓이 구성이 홀마다 달라 전략적 플레이가 요구된다.
코스설계는 ㈜오렌지엔지니어링이 했다. 설계자는 자연에 내제한 아름다움과 잠재력을 코스에 녹여냈다. 부지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홀이 자연과 하나되는 친화적인 코스를 구성했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은 18홀 코스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자연을 벗삼아 골프를 즐기며 기량을 테스트하고 때로는 전략을, 때로는 자연에 대한 순응과 도전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골프를 알고 즐기는 진정한 골퍼라면 반드시 정복하고 싶은 코스임을 확신합니다.”

세라코스(9홀)는 호수와 계곡이 어우러져 있다. 계절을 알려주는 활엽수들이 곳곳에 식재돼 있다.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지오 코스(9홀)는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과 곧게 뻗은 낙락장송이 보기 좋다. 암벽과 계곡을 타고 흐르는 폭포에 남성미가 느껴진다.

#골린이들 #사진맛집
그린에 올라 티샷지점을 바라봤을 때 좋은 풍경과 마주할 때가
 많다.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뒤돌아보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선 자주 뒤돌아 보길 권한다.
골프요금을 '그린피'라고 부른다. 그린이 골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린에서 둘러보는 풍경도 요금에 포함된건 아닐까. 

세라 5번. 오르막 경사 페어웨이 넓어 
5번 홀은 대부분 내리막이나 평지인 세라지오CC에서 유일하게 오르막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동반자들은 이 홀에서 두 명이나 더블을 기록할 만큼 난이도가 높다.
세컨샷 지점에서 티샷지점을 내려다보면 우측에 보이는 호수와 나무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세라지오CC의 아름다운 가을풍경

세라 7번. 홀 우측에 큰 호수, 가장 긴 PAR5 코스 
7번홀은 긴 호수를 끼고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을 앞에 두고 티샷을 하게 된다. 넓은 페어웨이를 향해 롱샷을 날리는 동영상을 찍어보면 어떨까. 세라지오CC에서 티샷 모습이 가장 잘 나오는 지점이다.

지오 4번. 이 홀은 세라지오에서 가장 아름다운 홀
호수 안에 있는 아일랜드 그린과 암벽이 조성된 두 개의 그린으로 구성돼 있는 이벤트 홀이다. 그린 뒤편이 트여있어 시원하며 연못과 암석이 잘 어울린다. 
▲세라지오CC 지오 4번홀

Today’s score 93타
미국 스포츠 기자이자 골프 평론가인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골프의 가장 중요한 철칙이면서도 가장 지켜지지 않는 철칙은 '볼에서 눈을 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팩트 이후까지도 볼을 쳐다보리라는 각오로 티잉그라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클럽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이 철칙은 샷이 끝난 뒤에야 떠오른다. 한 두번의 샷을 빼고는 공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드라이버 샷은 괜찮은 편이었다. 페어웨이 우드는 초반엔 괜찮았는데 후반 들어 힘이들어가면서 구질이 나빠졌다. 페이드 성으로 끝이 오른쪽으로 휘는 볼이 많았다. 세라지오에는 그린 오른쪽에 벙커가 많았다. 덕분에 이날도 벙커샷을 많이 했다. 한번에 탈출이 어려운 긴 벙커들이 대부분이어서 원 없이 벙커연습을 했다.

최근에 교체한 퍼터의 감이 괜찮아 스코어는 선방했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 '말렛(반달형)퍼터'를 추천 받아 사용했다. 직진성은 좋았지만 거리감이 세밀하게 느껴지지 않아 '블레이드(일자)' 형으로 교체했다. 퍼터 모양에 따른 선호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직진성을 보완한 좋은 블레이드형 퍼터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최종 스코어는 93타를 기록했다. 동반자들이 실력자라서 긴장되는 자리였다. 초반 집중력이 좋았지만 후반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최근 몇 번의 라운딩에서 샷이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81타라는 '라베'를 기록했던 지난 여름 이후 긴 장마를 보내면서 라운딩과 연습을 게을리했는데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끝으로 재미로 보는 '골프홀릭' 판별법을 소개한다. 
아래 문항 중 7개 이상이면 골프홀릭이다. 조용히 체크해보길 추천한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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