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SLBM 공개…북한 미사일능력 실체는

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0.11.04 14:3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가 공개됐다. / 사진 = 뉴스1

북한이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동시에 공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들 미사일이 '다탄두' 형태로 개발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러 개의 탄을 미사일 한 발에 탑재·발사하는 다탄두 미사일은 다른 차원의 방어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번 열병식에선 초대형 방사포와 새로운 장갑차 등 다양한 신무기도 등장했다. 북한 매체들은 열병식 행사를 상세히 보도하면서,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신무기를 고화질 사진으로 공개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능력 어디까지 왔나 = 외교가에선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ICBM을 비롯한 '전략무기'를 시험 발사하거나 공개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춰선 상태다. 북한이 진전된 핵 능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되는 미 행정부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분명히 한 것이다. 일각에선 시험 발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완성도와 실전 배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ICBM은 길이와 직경이 커졌고 이동식발사차량(TEL)의 바퀴가 기존보다 증가한 11축 22륜(바퀴 22개)으로 식별되면서 새로운 종류의 발사체란 해석이 많다.

신형 ICBM은 길이 24m, 직경 2.5m 크기로 추정됐다. 최대사거리 1만3000㎞의 화성 15형보다 길이는 2m 길어지고, 너비는 0.1m 굵어졌다. 2017년 11월 발사한 ICBM '화성-15형'의 TEL은 9축 18륜이었다. 바퀴가 2축이 늘어난 것인데 미사일 전문가들은 화성-15형보다 진화한 '화성-16형'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형 ICBM의 직경이 커진 것은 추진 엔진에 큰 변화를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다탄두 미사일은 후추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기술이 핵심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에서 PBV가 확인된 것으로 분석한다.

핵 능력은 보유량 자체도 문제지만 탄도미사일 능력이 중요하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사거리로 하는 미사일은 이미 오래전에 개발했다. 사거리 300~1000km인 스커드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SRBM)과 1000~3000km의 북극성 계열의 준중거리미사일(MRBM), 3000~5500km의 무수단급 중거리 미사일(IRBM), 5500km 이상인 화성급 대륙간미사일(ICBM)을 개발 또는 전력화했다. 이를 통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괌, 하와이를 포함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내 민간 안보기관 관계자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전과정은 지연과 반전의 과정이 있었지만 결코 퇴보한 적이 없었다"며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수사'를 단지 위협용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가 공개됐다. / 사진 = 뉴스1

◇SLBM도 다탄두로 진화 = 열병식에서 함께 공개된 신형 SLBM도 다탄두 형태로 분석됐다. 신형 SLBM 동체에는 '북극성-4A'로 추정되는 글씨가 찍혀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북극성-4A'도 '다탄두' 형태로 개발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에 공개된 SLBM은 북한이 현재 건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3000톤급 잠수함이나 4000∼5000톤급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한 것인데, 우리 정보 당국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건조 중인 SLBM 탑재용 잠수함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수년째 SLBM을 개발해왔다. 2016년 8월 최초로 북극성-1형 수중발사 시험을 했고 2017년 2월에는 지상 이동발사대에서 북극성-2형을 발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북극성-3형을 발사했는데 이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약 910㎞, 비행거리는 약 450㎞로 파악됐다. 고도를 낮추면 약 1300㎞를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다. SLBM이 위협적인 이유는 단연 '은밀성'이다.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북한은 한국에 비해 크기와 성능은 많이 떨어지지만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8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열병식에서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가 공개됐다. / 사진 = 뉴스1

◇초대형 방사포, 대남 화력 세대교체 = 열병식에선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대남 전략 무기도 대거 등장했다. 방사포는 북한군 무기체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우리 군의 '다연장 로켓포'에 해당한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4~6개의 발사관을 갖춘 초대형 방사포를 공개했다. 최대 600㎜ 구경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이들 초대형 방사포는 북한이 기존에 보유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400km까지 날아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방사포 전력만으로 남한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방사포는 차륜형 또는 궤도형 차량에 탑재·운용하는 만큼 일반 야포보다 기동성과 정확도가 뛰어나다. 북한은 240mm 방사포, 300mm 방사포를 현재 전력화 해 군사분계선(MLD) 일대에 배치한 상태다. 북한은 육군 전력의 약 70%를 평양~원산 이남 지역에 주둔시켜놓았는데 240mm 방사포는 수도권 전역을, 300mm 방사포는 중부권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400mm급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와 이번에 공개된 초대형방사포가 개발을 완료했거나 일부는 실전 배치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문제는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다. 미사일에 비해 방사포는 방어에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사일의 경우 '3축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방어 체계가 있어 원점 타격, 공중 요격 등의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방사포는 발사 징후를 포착, 선제타격하는 개념이 주가 된다. 요격미사일을 통한 공중 요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한미가 현재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 체계와 추가로 전력화할 예정인 지대공 미사일(M-SAM)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사분계선과 40여km 떨어진 수도권에 동시다발적으로 방사포가 날아올 경우 이를 완전히 막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군은 한국형 아이언돔(Iron Dome)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아이언돔은 원래 팔레스타인 로켓 등을 요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개발한 무기 방어체계다. 추적·감시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구성된다. 국방부는 지난 8월 향후 5년의 군사력 건설과 전력운영 계획을 담은 '21~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며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과 핵심 중요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한국형 아이언돔인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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