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버스 빈좌석 공유해 '코로나 특수' 누렸다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 “신사업 제도적 뒷받침 필요, 이동 취약계층에 탈것 제공하고파”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10.08 11:0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공유경제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쓰는 협업경제를 뜻합니다. 부동산, 자동차, 빈방 등 필요할 때마다 빌려서 쓰는 공유경제는 가격 면에서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 것으로 ‘소유’하는 것보다 ‘질’ 좋은 제품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는 2030세대가 공유경제를 지탱합니다. 한국의 공유경제 시장은 아직 태동기입니다. 정부는 공유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걷어내고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주방 공유가 제도권 내로 들어옵니다. 또 ‘에어비앤비’처럼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만 허용됐던 도시민박업을 내국인으로 확대합니다. <공유경제인> 코너를 통해 공유경제에서 꿈을 찾는 기업인들을 만납니다. 연재 순서는 ①공유오피스 ②공유주거 ③공유매장 ④공유주방 ⑤공유차량 순입니다.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아빠도 무릎으로 운전할 수 있어?”

첫째 딸아이가 운전하면서 묘기를 부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서늘함을 느꼈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 운전 기사는 무릎으로 운전을 한다고 했다. 운전하면서 핸드폰 보기는 일쑤였다. 걱정스러웠지만 아이를 아침마다 차에 태워야 했다. 학원버스 안전문제에 스트레스를 받아 시장에 대해 조사했다. 기본적으로 관리하는 부처, 책임지는 곳도 없는 기이한 시장이었다. 학원버스 시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옐로우버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옐로우버스는 학원버스를 운영 대행하는 업체다. 학원버스의 기사관리, 노선표 작성 등 차량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옐로우버스는 학원버스의 빈 좌석을 주변 학원들과 공유한다. 학생들에게 버스 승하차 시 출입구에 설치된 리더기에 카드를 터치하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카드를 발급했다. 그 카드에 찍힌 데이터로 노선을 짜고, 애플리케이션에서 실시간 예약을 할 수 있다. 옐로우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학생이면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발생한 수익은 학원과 기사, 그리고 옐로우버스가 나눠 갖는다. 학원 입장에서는 버스 관리도 맡기고 추가적인 수익도 들어오는 셈이다.

학원버스 시장은 전세버스 관련 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 대표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움직이는 학원버스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했다. 제도가 현장을 반영하지 못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옐로우버스에서는 버스마다 동승자를 배석해 아이들이 학원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돌본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철저하게 지킨다. 코로나19로 공유경제가 위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옐로우버스는 8월 60대 수준이던 버스를 지난달 100대로 늘렸다. 계약은 700대 정도 체결했다. 한 대표는 “안전과 방역을 철저하게 지킨 덕분”이라고 말했다.

옐로우버스의 ‘사업자 코드’는 없다. 버스마다 배치한 동승자의 취업 코드는 ‘기타 서비스업’이다. 동승자와 기사를 직접 채용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사업이 갖는 제약이다. 제도가 시장을 따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정부는 신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해줘야 한다”며 “신사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 같은 회사들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문과 출신에, 디자인을 전공했고, IT회사에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광고회사에 다니다 IT에 흥미가 생겨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올라웍스에 입사했다. 2012년 올라웍스가 인텔에 매각된 이후 그곳에서 3년 동안 근무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 눈에 들어온 건 학원버스 시장이었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아 창업을 결심했다. 

옐로우버스는 이동 취약계층의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나아간다. 다음 대상은 장애인과 노인이다. 한 대표는 “이동 취약계층이라고 여겨졌던 아이들에 대한 프로젝트를 우선 성공시키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한 프로젝트를 또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하는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리버스랩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제대로 된 가치를 받지 못하는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우리들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옐로우버스’다. 옐로우버스는 아이들의 이동하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학원버스 기사와 동승자의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아이들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런 부분을 바꿔보기 위해 옐로우버스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수익은 어떻게 발생하나

우선은 학원버스 운영 대행 수수료로 수익이 나온다. 또 버스의 잔여 좌석에 다른 학원 학생이 탈 수 있는 앱을 개발했다. 차량 관리할 때 모든 시간의 좌석 점유율을 데이터로 모은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앱에는 시간대별 빈 좌석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난다. 다른 학원 학생도 앱을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승차권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들로 수익이 발생하면 학원, 버스기사 그리고 우리 회사가 나눠 갖는다.

-옐로우버스를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딸이 7살 때 아빠도 ‘무릎으로 운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게 묘기 부릴 수 있냐고 하더라. 전화도 받으면서 운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 질문을 듣고 화가 났다. 아이를 놀이시설에 보내고 싶은데 안전을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다. 차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게 싫었다. 맞벌이여서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다. 또 살고 있는 동네가 학원가인데 학원버스가 많아 교통문제가 발생했고, 보면 빈좌석이 많았다. 차량을 공유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 학원버스에 대해 알아봤더니 이상한 부분이 많았다. 이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원에서도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원버스 시장의 문제는 무엇인가

법이 잘못됐다. 어린이 버스 시장은 기존의 전세버스법이 적용되면 안 된다. 어린이들만을 위한 법조항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기존의 전세버스 사업, 여객운수 조항이 이 시장에 그대로 들어와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 기형적이다. 학원버스 시장은 국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체부, 행안부 등 유관부서가 많다. 유치원인지 어린이집인지 스포스센터인지에 따라 소관 부서가 다르다. 많은 부처가 연결돼 있는 만큼 책임지고 관리하는 주체가 없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나

9인승 이상 차량에는 13세 미만만 태워야 한다. 중학생은 탈 수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때문이다. 초중고까지 모집하는 학원이 꽤 많다. 그 학원의 차량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태울 수 없는 것이다. 법대로 하면 그렇다. 그걸 지키는 학원은 많지 않다. 그러니 불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 산남동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개정된 도로교통법인 ‘세림이법’은 2017년 1월부터 적용됐다. 어린이나 유아를 태울 때는 승·하차를 돕는 성인 보호자 탑승을 의무화하는 게 법의 골자다.


-어린이를 태울 때 꼭 동승자를 배석해야 하는 ‘세림이법’이 발의된 이후에는 학원버스 시장이 바뀌었나

법이 2017년도 1월부터 의무화됐다. 사실 이 법이 발의되면서 학원에서는 불만이 많아졌다. 차량을 움직이는 것도 비용이 드는데 동승자 인건비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보조교사가 같이 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쪽은 부담이 덜 되는데 학원 같은 경우에는 부담이 된다. 법이 만들어지고 난 뒤 초기만 하더라도 법을 따르는 학원은 거의 없었다.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세 번 걸려야 벌금을 내는데 학원 입장에서는 벌금 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우리도 영업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쉽지는 않다.

-동승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회사 운영팀 내에 교육팀이 있다. 운영팀은 두 달에 한 번씩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도로교통 안전교육과 어린이 차량 안전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사실 이것도 현장과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많다. 자체적으로 핸즈북을 만들었다. 고객대응지침과 방역부분까지 포함돼 있다. 우리가 가끔 불시에 나가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보고 있다. ‘리아웃 제도’를 동비해 동승자가 불친절하다는 불만이 들어오면 경고를 해서 질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동승자는 대부분 누가 지원하나

아무래도 40~50대, 많게는 60대 후반까지도 계신다. 이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가 되는 것이다. 아쉬운 건 동승자의 취업코드가 없다. 동승자는 전문성을 지닌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차에서 돌볼 동승자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취업코드가 없다. 또 올해 버스 700대와 계약했는데 더 늘어날 것이다. 동승자를 각 버스마다 배치하면 1000명이 넘는 회사가 된다. 대기업이 되는 것이다. 직접 채용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우리 회사도 사업자 코드가 없다. 제도가 신사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기존 산업의 기준으로 신사업을 보고 있다. 정부는 신사업의 특수성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신사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 같은 회사들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옐로우버스의 사업 현황은 어떤가

경기남부 쪽에 많이 진출했다. 광교, 수지, 분당, 위례, 의왕, 평촌, 김포에서 운영한다. 서울에서는 지금 성동구와 왕십리 쪽에서 운영하고 있고 다른 학원가에도 갈 예정이다. 지역에는 세종시, 목포, 부산 등의 학원에서 계약했다.

-다음 리버스랩 프로젝트는 무엇인지

아직은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지만 ‘이동 취약계층’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싶다. 또 물류창고가 외진 데 있다. 그곳의 근로자들을 위한 통근차량도 생각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