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방 창업자가 말하는 서울의 배달 성지는 '강남·관악'…그 다음은?

[공유경제人]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 “오프라인 매장 혁신의 시작점… 외식 창업자에게 시험 인프라 제공”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0.09.04 09:0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공유경제는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쓰는 협업경제를 뜻합니다. 부동산, 자동차, 빈방 등 필요할 때마다 빌려서 쓰는 공유경제는 가격 면에서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내 것으로 ‘소유’하는 것보다 ‘질’ 좋은 제품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는 2030세대가 공유경제를 지탱합니다. 한국의 공유경제 시장은 아직 태동기입니다. 정부는 공유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걷어내고 있습니다.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주방 공유가 제도권 내로 들어옵니다. 또 ‘에어비앤비’처럼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만 허용됐던 도시민박업을 내국인으로 확대합니다. <공유경제인> 코너를 통해 공유경제에서 꿈을 찾는 기업인들을 만납니다. 연재 순서는 ①공유오피스 ②공유주거 ③공유매장 ④공유주방 ⑤공유차량 순입니다.
▲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을 운영하는 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는 배달의민족(배민)의 ‘배민키친’을 기획한 인물이다. 배민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서 투자유치(IR)와 배민수산, 배민키친 등의 신사업 서비스 출시 업무를 맡았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34조5830억원이다. 치킨•피자 배달 같은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9조7365억원으로 전년(5조2731억원) 대비 84.6% 늘었다. 전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을 몸소 느낀 최 대표는 ‘오프라인 혁신’을 이루고 싶어 고스트키친을 창업했다고 밝혔다. 배달앱 같은 온라인 시스템은 발전을 이뤘지만 음식이 만들어지는 오프라인 매장은 아직 그대로라는 것이다. 카이스트 전자공학•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IT를 전공한 이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스트키친에는 다양한 업체가 들어와 있다. 소이연남, 불고기브라더스, 뚝심한우 딜리버리, 포이안, 테이스티나인(신사동덮밥), 팔도밥상 등 오프라인에서 유명한 가게들도 입점했다. 배달 음식점이 흩어져 있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약이다. 한곳에 모여 있으면 제약이 줄어들어 더 큰 수익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문하고 배달이 나가는 과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더욱 간편하게 이뤄질 수 있다. 고스트키친에서는 그들만의 시스템을 개발해 점주들에게 제공한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배달음식 시장은 라이더가 여러 곳을 방문해 배달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음식을 가져다주는 식당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더 큰 수익이 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이력은 화려하다. 19년 동안 스타트업 회사만 6번 차렸다. 그가 선택한 이번 아이템은 ‘공유주방’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단추로끓인수프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스트키친은 어떤 공간인지
큰 공간을 빌려 각각 개별 주방으로 만들어서, 다시 업주들에게 개별 주방을 빌려주는 곳이다. 공간 특성상 식사를 하고 가는 매장 장사보다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전문 매장을 희망하는 사람이 문의한다.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을 운영하는 회사 ‘단추로끓인수프’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 우화 중에 단추로끓인수프라는 게 있다. ‘마법단추’를 솥에 넣고 끓이면 맛있는 수프가 된다고 이야기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인다. 모인 사람들이 ‘소금이 들어가면 더 맛있다’, ‘야채가 들어가면 더 맛있다’고 이야기해서 맛있는 수프가 만들어진다. 사실 ‘마법단추’라는 것은 없다. 그 단추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 쓰이는 것이다. 맛있는 식재료가 모여 맛있는 수프가 되는 것이다. 배민을 퇴사하고 외식업 관련 오프라인 사업을 창업한다고 했더니 오래 알던 지인이 ‘단추를 끓인 수프’와 비슷하다고 했다. 나의 아이디어는 마법단추다.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끌어올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 여러 사람들의 재능을 끌어올려서 외식업계의 혁신을 이끌어보자는 게 회사 창업 계기여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고스트키친 현황은 어떻게 되나
강남역점, 삼성중앙역점, 서초점, 송파점, 관악점이 있다. 다섯 개 지점에 98개 키친이 운영된다. 10월 말에서 11월 초쯤에 관악 2호점을 오픈한다.

-지점 선점 기준은 어떻게 되나
배달음식 수요는 그 동네 1인가구, 2인가구 숫자와 비례한다. 고스트키친은 핵심상권이지만 약간 떨어져 있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임대료가 낮은 곳을 정한다. 진출한 네 개 지점은 모두 배달음식 상위권에 있는 지역이다. 강남이나 관악은 수요가 많은 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배달음식 경험이 없어도 강남이나 관악에서 입점하려고 하는 이유다. 송파와 노원에 지점을 오픈한다고 했을 때 ‘거기서 배달음식이 되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았다. 사실 서울은 종로구와 중구를 제외하고 23개구가 모두 배달이 잘된다. 어느 지점에 내도 잘될 것이다. 배달음식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강남과 관악을 우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 송파와 노원에 오픈했다. 
 
-강남구와 관악구의 동네 특성은 어떤가
관악구는 1인가구가 많다. 강남구는 1~2인가구로 봤을 때는 2위지만 오피스가 많다. 1~2인 가구와 오피스에 있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관악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몇 년 사이 배달시장 규모가 커졌다
5년 전 배달의민족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치킨이었다. 앱에서 카테고리별로 노출이 되는데 가장 앞이 치킨이었다. 그 뒤가 한식, 양식 순이었다. 최근 메뉴 카테고리 순서를 보면 첫 번째가 한식이다. 예전에는 특별한 날에 배달음식을 먹었다. 지금은 일상식도 배달음식으로 시켜 먹는다. 일상식에 대한 수요가 배달음식 시장을 빨리 키웠다고 본다. 거기에는 배달앱 플랫폼이 기여한 바가 분명히 있다. 

또 내가 보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불안감 때문에 TV나 홍보가 많은 브랜드, 프랜차이즈 위주로 주문했다. 배민이 사진리뷰를 도입하면서 실제로 먹은 고객 의견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 가게에 대한 신뢰가 생겨 주문하는 문화도 시장 변화 판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에는 다양한 업체가 입정해있다./사진=고스트키친 제공

-배달음식 시장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 알았나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은 했지만 100% 확신까지는 하지 못했다. 우선 객관적인 수치를 내는 게 어려웠다. 올해 배달음식 시장이 20조원 된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배달음식 시장이 얼마인지 통계 내기가 어렵다. 여러 가지 숫자를 조합해서, 두세 가지 방법을 추산했을 때 20조원이라는 것이다.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이용한 사용자들을 ‘액티브 유저(월간 순 이용자•MAU)’라고 부른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월 액티브유저가 500만 명 정도였다. 그 당시 쿠팡이 1000만 명이었다. 쿠팡은 그 안에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카테고리가 다양하다. 2015년에 배달음식으로만 ‘MAU 1000만 명 돌파’를 2021년의 모습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9년 기준 배민 MAU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예상한 것보다 더 빨리 성장했다. 

-코로나 사태가 배달음식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했을 듯싶다
코로나 사태는 배달음식 공급과 수요에 많은 변화를 줬다. 공급 측면에서는 일반식당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졌다. 배달로 전향하기도 했고, 올해 부쩍 공유주방 입점 문의가 늘었다. 수요 측면에서 가족단위는 배달음식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내가 가서 먹는 걸 테이크아웃하는 정도였다.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하지 못하니까 가족단위에서도 음식을 시켜 먹는다. 변화를 수치적으로 보여주기는 아직 어려운데, 가족은 1~2인 가구보다 단가가 조금 더 높고 비싼 걸 지불할 의향이 있는 고객이다. 그런 새로운 고객층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1인가구 배달 중심이었다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수요 대상이 가족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공유주방 공실률은 어느 정도인지
자연 공실률 5%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공실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강남점을 예로 들면 만실이 된 지 10개월인데 주인이 바뀐 경우가 절반 이상이다. 

-퇴점 이유는 무엇인지
잘 안 돼서다. 배달음식은 음식에 대한 평가가 더 냉정하다. 일반음식점은 상권이 중요하다.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가 있다면 거기 근처 가게를 가기도 한다. 주요 상권 근처에 있는 가게를 선택하고 그 집의 분위기, 음악, 인테리어 등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배달음식은 철저하게 맛이 우선이다. 음식만으로 승부해야 하니까 냉정하다. 고객들이 한두 번은 마케팅에 의해서 선택할 수도 있지만 먹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가게로 마음을 돌린다. 

-공유주방에 입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어떤지
30대 후반~40대가 제일 많다. 청년창업은 말리고 싶다.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외식업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으면 생각보다 노동 강도가 세서 많이 힘들어한다. 외식업은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폐업하기 쉽다. 적어도 외식업장에서 경험해본 다음에 꾸준히 잘해볼 생각이 있다면 창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유주방은 어떤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외식업의 가장 큰 문제는 테스트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음식이 잘될지, 잘되지 않을지를 테스트할 공간이 없다. 창업하려면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필요하다. 잘 안 됐을 때의 투자금은 모두 손실금이 된다. 공유주방은 짧게 쓸 수도 있고, 또 만약 잘되지 않아 계약을 해지하면 다음 사람이 보증금을 갖고 들어오면 된다. 외식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볍게 시험해보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왜 공유주방 관련 분야를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배달음식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성장했다. 주문하고 배달하는 온라인은 많이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오프라인 매장은 아직 혁신이 덜 됐다고 느꼈다. 배민에서의 경험이었고 내가 IT 출신이다. 이걸 잘 접목하면 오프라인 시장에서 어마어마한 변화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스트키친을 운영하면서 이룬 혁신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배달음식 시장은 라이더가 여러 곳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같은 시간에 많은 일을 수행할수록 수익이 좋다. 음식을 가져다주는 식당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더 큰 수익이 나지 않을까. 음식점이 산재해 있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약이다. 한곳에 모여 있으면 제약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주문하고 배달이 나가는 과정을 IT로 더욱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고스트키친에서는 우리만의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가 직접 개발한 시스템은 클라우드에서 돌아간다. 지점마다 주문받는 인력이 없어도 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태블릿으로 확인해 조리해서 배달원에게 전달한다. 

-공유주방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공유주방을 부르는 이름도 다르고, 운영하는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지만 공유경제와 IT를 접목해서 혁신을 이루는 것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공유경제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일시적 현상은 아니다. 큰 변화의 시작점이다. 공유주방은 다양한 시도가 있을 것이다. 각 나라 문화에 맞게 앞으로도 더 발전할 수 있는 시장이다. 

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
1975년 출생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학사•석사
버드랜드소프트웨어 대표
우아한형제들 이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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