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화·지방소멸’ 두 토끼 잡아라

[창간 6주년 특집]행정수도 이전 방법론 다양한 셈법… 균형발전 핵심은 지방소멸 방지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20.09.07 09:23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행정수도 이전 논란 재점화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사진=사진공동취재단
2004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8:1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결정 이유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 헌법이며, 수도이전은 헌법개정 사안인데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6년,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다시 불이 지펴졌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공론화하면서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과업이지만 수도가 바뀌는 일인 만큼 반발 정서도 적지 않다.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띄운 가운데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특별법 제정, ’‘개헌’, ‘국민투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드라이브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7월 27일 민주당 태스크포스(TF)인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꾸리면서 행정수도 이전 본격 행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민주당 내 균형발전 정책을 담당하는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인 김두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의 골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발의된 정부 입법 내용과 같으며 구체적인 문언은 현시점에 맞게 수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추진단은 지난달 18일 TF 제3차 회의를 갖고 ‘여야 특위를 구성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식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내대표단 차원에서 국가균형발전특위 형태로 제안했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야당에서 에너지특위와 탈원전특위를 제안했고, 서로 안들을 주고받는 선에서 끝났다. 원내대표단이 재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단독으로 특별법 제정을 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추진 방식, 이전 대상 등에 대해서는 다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국회 특위를 만들어 협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에는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대토론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서울이 과밀화로 전 세계 최저 출산 대도시가 될 때 전국의 97개 지자체는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영양 불균형 상태”라며 “행정수도 완성은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100년을 위한 대전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이 8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토론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우 의원은 “행정수도 완성에 있어서는 여야도 없고 당리당략이 있어서도 안 된다. 여야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추진단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여야 특위를 만들어서 논의를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동주 전 국토연구원장은 “서울 집값 상승, 저금리와 유동성 문제, 주택공급 부족, 각종 규제와 수요의 억제, 투기수요 증가 등의 근본적 이유는 불균형 발전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43개의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세종시 소재 중앙행정 기관의 관외 출장비 및 출장 횟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온라인 화상회의, 데이터 공유 등 비대면 방식 확대로 서울-세종 간 이원화 문제의 일부 보완이 가능하나 근본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며 행정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월 정기국회 때 특위를 출범시킨 뒤 12월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통과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 개헌된 지 33년, 이번에는?

반면 미래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개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에서 ‘국회와 청와대 등 헌법기관이 위치한 장소가 수도’임을 명시했기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2/3(200석)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이 176석이므로 20여 석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통합당은 개헌 저지선(101석)을 넘는 103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개헌은 쉽지 않다.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행정수도뿐 아니라 대통령 5년 단임제와 관련한 권력 구조 개편문제도 함께 얘기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이 8월18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시당에서 열린 지방의회의원 비대면 온라인 연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대해 지난 7월 23일 “위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수도 이전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합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청와대와 국회 등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에 있는 외국 공관까지 많이 이전해야 하는 큰 문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한 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위헌 문제 해결을 위해 ‘개헌’과 ‘국민투표’를 언급했다. 그는 “절차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국회 특위를 통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자신들(민주당) 편이 많으니 누군가 위헌신청을 하더라도 위헌 판정을 안 할 것이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투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정권 재신임’ 투표가 될 수도?

헌법 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투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측은 행정수도 이전이 외교·통일 등은 물론 국가 안위에 중요한 문제기 때문에 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특별법과 개헌 모두 여야 합의를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청와대 전경/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7월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께 큰 영향을 미칠 행정수도 이전 여부에 대해 직접 의사를 물어 결정하는 것이 대의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헌법의 취지를 살리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같은 의견을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원내 제 정당이 ‘행정수도 이전 및 국가균형발전 특별 위원회’를 함께 구성하고 이곳에서 나온 합의안을 대통령께서 ‘국민투표’에 부의하는 방안을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 헌법소원을 내고 위헌 결정을 이끌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국민투표를 언급했다. 이 전 처장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문제는 결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헌법 제72조에 의한 국민투표에 회부하면 바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국민투표의 경우 찬반으로 갈리는 투표이기에 2022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 정권 재신임’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소멸 방지 위한 입법 이어져…실효 거둘까?


마스다 히로야 <지방소멸>
지방소멸의 핵심은 인구 감소이다. 그중에서도 젊은 층 인구 감소가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방소멸>이라는 책을 통해 이 말을 처음 거론했던 일본의 전직 관료 마스다 히로야가 일본에서 본 현상도 젊은 층의 이동이었다. 그는 도쿄를 ‘인구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묘사했으며, 지방에서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지방소멸은 필연적이라는 논리를 폈다.

우리나라 역시 인구의 수도권·대도시 쏠림 현상과 저출산·고령화로 대부분의 지방 기초자치단체들은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7년 65세 고령인구 수와 20~39세 여성인구 수 비율을 지수로 하는 ‘소멸위험지수’를 만들었다. 소멸위험지수가 1.0이하면 고령인구 수보다 20~39세 여성인구 수가 적다는 것이다. 전국 3483개 읍면동 중 2242곳(64.4%)이 해당된다.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지자체와 국회가 일제히 관련 법안 제정에 나서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별개로 지방의 소멸방지 역시 국토균형발전의 핵심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소멸위기지역 특별법 제정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보면 전남이 0.44, 경북이 0.5로 전국 1,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도 두 지역이 23.2%, 21.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는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회의실에서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개최됐다.

김형동(경북 안동·예천) 미래통합당 의원은 “20대 국회와 같은 그런 반복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지방소멸을 막고 지방을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서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소멸 문제의 핵심원인으로 ‘인구 고령화’와 ‘청년인구 유출’을 지목했다. 그는 “한때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했던 출산지원금이나 주민등록 옮기기는 초점을 잘못 맞췄다”며 “20~30대가 지방대도시를 거쳐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억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청년인구 유출은 결국 학업과 직장 문제 때문”이라며 “청년들의 삶의 질과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별법(안)은 지방소멸위기 지역 주민 삶의 질 제고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소멸방지시책 수립과 시행으로 돼 있다. 주요 내용은 △대통령 소속 지방소멸방지 중앙·지방위원회 설치 △청년일자리 지원, 중소기업 조세특례 강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등 특례 신설 △국고보조율 우대를 비롯한 교부세 확충, 특별회계 설치를 담은 재정 지원이다.

경북도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전문가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법안에 반영하는 한편, 전남도와 비수도권 시도와 연대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특별법 제정 건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다시 시작된 ‘고향세 신설’ 논란?

고향세는 도시민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하고 소득공제를 받는 제도다. 법안의 핵심은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지자체 기부금품 모집 및 접수를 일정 요건하에서 허용해주자는 것이다. 법안의 취지는 지방 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원을 확충해 지역의 균형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지자체 재정자립도는 평균 50.4%에 그치고 있다.

고향세는 2008년부터 일본에서 ‘고향납세제’라는 명칭으로 시행됐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지방소멸의 극복 방안 중 하나로 고향세가 부각됐다. 일본에서는 기부자가 지자체에 기부하면 일정 부분의 소득공제 혜택을 기부자에게 주고, 지자체가 답례품을기부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답례품은 주로지역 농특산물로 제도 도입 시 지방재정 확보와 함께 농산물 수요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고향세는 20대 국회 전반기에 관련 법안이 대거 발의됐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제도에 대한 찬반 논쟁부터 제도의 실효성, 대도시와 지방 지자체 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용두사미로 끝났던 ‘고향세 신설’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지난 6월 3일 대도시와 지방 간의 재정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남 특별재난지역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 의원의 발의안은 도시민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하고 소득공제를 받는 제도로 기부금을 재원으로 주민복리 증진 등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부자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감면 혜택은 물론, 지역특산품과 관광지 무료입장 혜택을 답례품으로 추가 제공하는 등 농촌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된다. 특히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으로 애향심을 고취시키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를 증대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의원은 “지방침체는 중앙의 쇠퇴를 동반하고 국가의 지속가능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법안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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