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집행부 감시보다 한마음으로 나아갈 때”

‘박원순 사업’ 표류 않도록 노력…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꼭 통과시킬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송민수 기자 2020.09.01 09:4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서울시의회 제공
“의회 본연의 업무는 집행부 감시와 견제이지만, 비상 국면에서는 집행부와 한마음으로 나아가겠다.”

서울시장 유고 상황 속 제10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김인호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사항을 최종적으로 심의하고 결정하는 의결기관이다.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사업에 쓰일 예산을 책정하며 바르게 쓰였는지를 조사하는 견제 역할도 한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년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권한대행체제 상황인 만큼, 시정 운영에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협력에 더 힘쓰겠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와 지방의회를 강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통과와 정책지원전문인력 배정도 반드시 임기 내에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지만 지방자치법은 그대로”라며 “지자체에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즉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제8·9·10대 3선 서울시의원으로 10년간 의정활동을 이어온 중진의원이다. 지난 10년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냐고 묻자 2012년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등 민간사업자 특혜의혹 관련 조사특위 활동을 꼽았다. 김 의장은 “시민 혈세가 새어나가지 않게 감시역할을 함으로써 의회의 가치가 빛났다”고 회고했다.

시장의 부재와 코로나19 정국의 장기화 등으로 민생 안정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김 의장은 서울시정의 공동책임자로서 의회와 시청이 적극 소통하고, ‘감시’와 ‘견제’보다는 일관된 시정 운영을 위한 ‘지원’과 ‘협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유고 상황에서 후반기 의장으로 취임했다. 시장 부재로 시정에 차질은 없는지 궁금하다


▶시장 유고로 서울시정에 공백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시민들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안다. 시의회는 서울의 공동책임자로서 시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고 있다. 내년에 새로운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권한대행체제의 집행부가 기존처럼 일관성 있는 시정 운영을 할 수 있게 적극 협조하고자 한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에서 종전처럼 강력하게 할 수 있도록 돕겠다.
이를 위해 시청과 시의회가 정례간담회를 만들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다. 의회 본연의 업무는 집행부 감시와 견제이지만, 당분간 비상 국면에서는 시민의 일상성 유지를 위해 집행부와 한마음으로 나아가겠다.



지난 7월 3일 국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제출됐는데,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지만 지방자치법은 그대로다. 지금은 지방의회의 역할과 가치가 커진 만큼 보강된 법안이 시급하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지자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즉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의미가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폐기돼 아쉬웠다. 다행히 지난 7월 정부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다시 발의했고, 현재 21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이다.
개정안에는 △지자체의 조직운영 자율성 확대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충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신설 △주민자치회 신설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대도시 특례 지정 요건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통과돼 의회 인사권이 독립되고 지원인력이 확충되면 지방의회도 ‘집행부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지방의회에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도 의무화되는데, 이 방안을 통해 의회의
청렴도도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7월 16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 토론회’에서 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시의회 제공



의회가 강화되기 위해 정책지원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정책지원 전문 인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산 심의 액수 등을 살펴보면 서울시의원의 역할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원 300명이 총 513조 예산을 다루는데, 1인당 약 1조7000억원을 심의하는 꼴이다. 서울시의원 110명은 추경을 포함해 50조를 넘는 예산을 심의하는데, 1인당 약 5000억원을 심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9명의 보좌 인력이 지원되지만 서울시의원은 의정활동을 지원할 보좌 인력이 0이다. 때문에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지방의회 의원들은 자치법규 발의 및 심사,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민원처리, 지역관리 등을 혼자 수행하고 있어 효과적인 의정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방의회의 높아진 위상만큼 의정활동의 효율성과 전문성 또한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의원 한 명당 정책지원전문인력을 적어도 1명씩은 배정해야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의원 한 명이 과도한 예산이나 방만한 사업을 잘라내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정책지원 전문 인력 제도는 굉장히 가성비가 높은 인력 투자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의석 110석 중 102석이 더불어민주당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과의 균형잡힌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갈 것인가


▶거대여당으로 구성된 10대 서울시의회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야당 입장에서는 분명 고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기를 돌아보면 소수야당 의원들에 대한 배려도 많았다. 예결특위에도 당적 구성 비율보다 야당 의원들의 배치를 더 많이 고려해 결과적으로 야당이 예산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후반기에도 예결위, 정책위 등 핵심 의정활동에 야당 의원들의 적절한 분산 배치를 고민하겠다.
거대여당의 서울시의회가 시정에 대해 감시와 견제를 못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10대 전반기를 돌아볼 때 집행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협조 또한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집행부 사업과 의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부결을 내렸던 사례도 있었다.* 결국 그 사안은 통과되긴 했지만, 상임위에서 여당이 만장일치로 부결을 내리며 서울시에 일침을 가했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감시와 견제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시민의 대변자라는 소명을 잊지 않고 의회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작년 6월 18일,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부결됨. 서울시는 조례안 내용을 수정해 다시 안건을 제출했고, 7월 1일 임시회에서 결국 통과된 바 있음. 하지만 임시회 안건 표결에서도 여당 반대표가 다수 나온 바 있음.


국정과 시정 모두 코로나19를 극복해나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시 의회 차원에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우선 지금까지 코로나 대응 명목으로 편성된 추경 예산이 잘 집행됐는지 살펴봤다. 올해 본예산 대비 1회 추경은 7348억원을 증액해 ‘서울시 긴급생활비’ 등을 편성했다. 2회 추경은 1회 추경보다 2조1262억원을 증액해 ‘자영업자 생존자금’ 지급에 중점을 뒀다. 앞서 집행된 추경 예산은 코로나 초기에 급속도로 얼어붙었던 경제상황을 조금씩 녹여나간 마중물이 됐다.
지난 6월 통과된 3회 추경도 차질 없이 집행되고 있는지 계속 살피겠다. 2회 추경보다 2조2848억원 증액된 3회 추경은 서울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경제·문화 분야 그린 뉴딜, 스타트업 투자,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조만간 4회 추경을 통해 민생안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4회 추경은 2600억원 규모로 방역 강화, 포스트 코로나 대비, 취약계층 지원까지 계획돼 있다. 의회 차원에서 추경이 적기에 집행되는 것은 물론, 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 할지 신중을 기해 고민하겠다.

김인호 의장이 지난 7월 16일 코로나19 대응 현장을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서울시의회 제공


‘현장의장실’ 등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인가


▶10년 동안 3선을 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현장에 가야 문제점을 바로 짚고, 올바른 해결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현장형 의장,’ ‘현장에서 답을 찾는 의장’이 되려고 한다.
실제로 취임 이후 현장 방문을 발빠르게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취임 후 첫 현장은 코로나19 현장점검이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남산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앞으로도 최선의 대응을 부탁드렸다.
여름철 풍수해로 안전이 우려되는 현장에도 앞서 다녀왔다. ‘신월 빗물저류 배수시설’과 ‘반포천 유역 분리터널 공사현장’을 찾아 예측할 수 없는 기상상황 속에 현장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부탁했다. 앞으로도 서울에 긴급 현안이 있으면 의장인 저부터 현장을 찾으며 발빠르게 대응하겠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의장이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나


▶어렸을 때 저는 신문팔이 소년이었다. 식당에서 잡지를 팔고, 겨울에는 옥수수차, 보리차도 팔러 다녔다. 그만큼 열악하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동시에 내 손으로 이 사회를 더 아름답게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정치입문의 계기는 어린 시절 읽었던 <백범일지>다. 김구 선생은 어린 시절 빈곤을 겪으면서도 내면 수양, 인격 수양에 힘을 쏟았고, 결국 조국을 위해 인생도 몸도 바쳤다. 특히 사람에게 의리를 지키며, 모두를 한마음 한뜻으로 모았던 과정이 마음에 와닿았고, 나의 정치철학이 됐다.
지금까지 3선을 하며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정치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구 선생처럼 우리 사회와 사람에 대해 늘 진심을 다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시의회 10대 의원 110명 가운데 3선 이상 중진은 12명뿐이다. 초선 때부터 누구보다 의정활동에 열정을 쏟아왔다고 자부한다. 저를 뽑아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이 빚을 갚을지 항상 책임감을 느끼고, 더 힘차게 뛰고 싶은 마음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서울시의회 제공



10년의 의정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2012년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등 민간투자사업 협약 과정에서 ‘맥쿼리한국인프라’ ‘우면산인프라웨이’ 등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9호선은 일방적인 요금인상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맥쿼리한국은 높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었다. 당시 저는 의장 초선 2년 차였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사 특위를 만들고, 위원장을 맡았다.
특위활동을 통해 불공정 계약체결, 특혜제공 의혹, 교통량 과다 예측 등 문제점을 찾아 집중 추궁했다. 결국 서울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재정보조금을 5조2000억원에서 2조원대로 줄여냈고, 3조2000억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냈다.
그 후 3년 뒤, 고 박원순 시장에게 진상규명 노력을 인정받아 특위 위원 모두가 감사장을 받았다. 또한 조사특위 활동과정과 맥쿼리인프라의 정경유착 내용을 담은 독립영화 <맥코리아>(2012)가 개봉되기도 했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본분을 다할 때 의회의 가치가 빛난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민혈세가 새어나가지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후반기 의회를 이끌게 됐다. 앞으로 의장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현재 우리는 여러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아래 코로나19로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변하고 있다. 의장이기에 앞서 서울시민으로서 시민이 느끼는 두려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우선 후반기 서울시의회는 민생안정과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4차 추경을 통해 하반기 민생안정과 코로나 대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내년 4월까지 권한대행체제의 집행부가 일관성 있는 시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그 방향과 취지를 잃지 않도록 촘촘히 살펴보겠다. 이를테면, 청년청과 서울청년시민회의는 정책 의사결정에 청년세대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고 박원순 시장이 만든 조직이자 사업이다. 사업이 표류하지 않도록 관련 조례를 만들어 서울시정에 젊은 세대들의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서울시 청년참여 활성화 지원조례」가 제정될 수 있도록 현재 서울시의회에서 토론회 등 활발한 논의의 장이 열리고 있다.

진난 7월 14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96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김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서울시의회 제공



지역구 이야기도 궁금하다. 동대문구 제3선거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데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어떤 사업이 예정돼 있나


▶앞으로는 동대문구 청량리역이 수도권 광역교통의 허브가 될 것이다. 기존에도 청량리역은 1호선, 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강릉선 등 6개 노선이 지나고 있다. 여기에 GTX 2개 노선과 면목선, 강북횡단선 등 신규 철도노선이 생길 예정이다. 청량리가 사통팔달 지역이 되면 서울 동북권의 가치가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노선과 복잡한 환승 경로는 오히려 시민의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에 국토부가 현재 청량리역에 복합환승센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신규 노선과 기존 교통수단과의 환승동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어질 계획이다. 환승센터 지상에는 창업지원센터, 스타트업 오피스 등이 마련될 예정으로 지역일자리 창출의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2025년에는 동대문에 서울 대표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부터 예비타당성조사와 투자심사 등의 절차가 이뤄지고, 절차대로 진행된다면 2023년에는 첫 삽을 뜨게될 것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지는 만큼 누구에게나 문화향유의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민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서울시장의 유고로 임기 초반부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의회의 수장으로서 천만 서울시민의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서울시의회는 서울시정의 공동책임자로서 위기 속에 천만 시민 여러분이 안정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110명의 의원과 최선을 다하겠다. 위기 속에 기회를 찾는 서울, 시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서울을 서울시의회가 만들어가겠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제10대 후반기 의장
●1967년 출생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 지방자치법학과 졸업
●제8, 9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現 제10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現 중국 상해대학교 법학원(법과대학) 객좌교수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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