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2' 종횡무진 北 잠수함, 실제라면…

[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설정의 디테일, "영화속 '백두호'는 핵잠수함"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0.08.07 15:4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7월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 초청시사회에서 양우석 감독(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정우성, 양 감독, 배우 유연석, 곽도원. / 사진 = 뉴스1

지난달 개봉한 '강철비2 : 정상회담'의 잠수함 전투신이 화제다. 영화는 북한에서 회담 중이던 남북미 3국 정상을 북한군 강경파가 납치, 잠수함에 감금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독도 인근 해역에서 전쟁 직전의 위기상황을 그려내며 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잠수함 액션을 선보였다.

북한 잠수함이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면서,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예비역 해군 대령)이 시나리오 감수 작업에 참여했다. 문 교수는 영화 말미에 우리 해군 잠수함 함장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문근식의 잠수함 세계'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문 교수는 해군의 8번째 잠수함인 나대용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고 제93 잠수함 전대장 등을 역임했다.

문 교수에게 영화의 잠수함 전투신에 대한 뒷얘기를 들어봤다. 또 군사 전문가, 해군 관계자들과 잠수함전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아울러 북한과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잠수함 전력, 현대전에서 잠수함이 갖는 전략적 가치 등을 짚어본다.

◇영화 속 백두호는 핵 잠수함 = 영화의 주요 공간은 북한 잠수함 '백두호' 내부다. 군부 강경파가 장악한 이 잠수함에는 핵탄두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중국의 사주를 받은 북한 군인들은 핵미사일을 일본으로 발사하려 하지만 잠수함전의 귀재로 그려진 백두호 부함장의 기지로 발사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백두호는 당초 디젤 잠수함으로 설정이 됐지만 핵잠수함으로 변경됐다. 문 교수는 "핵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고 적의 음파탐지나 어뢰를 피할 정도의 잠항능력과 기동력을 갖추기 위해선 핵잠수함이어야 해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디젤 잠수함은 잠항능력이 200~300미터에 불과하지만 핵잠수함은 500~600미터까지 내려갈 수 있다.

디젤 잠수함은 수중에서 기동할 때 디젤·전기 추진 방식을 사용한다. 이에 반해 핵 잠수함은 함 내에 반영구적 에너지 체계인 소형 원자로가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이란 말이 정확한 표현인데 원잠에 핵무기를 탑재할 경우 핵잠수함으로 부르기도 한다. 임무에 따라 공격형 원잠, 전략형 원잠으로도 구분되며 통상 핵잠수함으로 혼용돼 사용된다. 영화속 백두호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핵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형 원잠이 되는 셈이다.

2000년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된 장보고-Ⅰ(209급) 잠수함의 모습. / 사진 = 뉴스1

◇태풍 뚫고 등장한 日 초계기, 실제라면…영화에는 일본 초계기가 등장한다. 핵 미사일 공격 계획을 눈치챈 일본이 자국 초계기를 출격시켜 백두호를 침몰시키려 한다. 일본 초계기는 2018년 12월 동해 상에서 발생했던 한·일 '레이더 마찰' 때 우리 언론에 의해 집중 조명됐었다.

영화에선 초계기에서 발사된 어뢰가 백두호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간다. 수중 소나(음파탐지기)를 먼저 떨어뜨려 백두호 위치를 확인한 뒤 어뢰를 발사했는데, 전문가들은 핵잠수함급에 어뢰를 쏴 명중될 확률은 20~30% 수준이라고 말한다. 탐지·발사체계는 바닷물의 수온, 염도, 탁도 등에 의해 크게 좌우돼 표적 탐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잠수함과 수상함 교전에서 잠수함이 탐지될 확률도 비슷한 수준이다. 물 속에 있는 잠수함을 찾아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긴데 잠수함을 겨냥하는 대잠작전은 경험과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 전력은 잠수함 수나 무기체계 성능 보다는 승조원의 역량으로 평가된다"면서 "잠수함 운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사례를 보면 승조원의 숙련도 부족과 부주의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북한 잠수함 전력은 어느정도 = 북한은 한국에 비해 크기와 성능은 많이 떨어지지만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8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장보급(1200톤) 9척, 손원일급(1800톤) 9척 등 18척 체재로 운영되고 있으며 2018년 3000톤급인 도산 안창호함이 진수돼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핵잠수함 12척을 포함해 60여척의 잠수함을, 일본은 3000톤급 이상 디젤 잠수함 2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심하고 속도가 느려 원양작전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철저히 대남 공격용인데 최근에는 3000톤급 핵잠수함을 개발 중인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보유국이다. 2016년 8월 SLBM인 북극성-1형 발사 성공에 이어 2017년 2월 북극성-1형을 개조한 북극성-2형 시험발사에 성공,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에 이어 일곱 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2019년 10월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SLBM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새롭게 공개할 전략무기는 신형 SLBM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일본 도쿄신문 등 외신은 북한이 SLBM 발사관 2~3개를 장착하고 장시간 잠행이 가능한 3000톤급 신형 잠수함을 조만간 진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설계에서부터 건조까지 우리나라의 기술로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의 항해 시운전 모습. / 사진 = 뉴시스

◇잠수함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데 있다 =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는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독일 잠수함인 U-보트(U boat)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과 중립국 선박을 무차별 침몰시키는 등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 잠수함이 개발되면서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무기로 진화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 해군 니미츠 제독은 "과거의 해전은 전함이 주도했고 현재는 항공모함이 주도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잠수함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수함의 가장 큰 장점은 보이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무기체계제에 접목되면서 수천 km 떨어진 표적이라도 미사일로 정확히 맞출 수 있지만 50m 정도의 얕은 물에 숨은 잠수함은 탐지하기 어렵다. 핵잠수함이 등장하면서 무제한의 잠항 지속성이 보장돼 잠수함의 작전 반경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SLBM은 핵 전력의 '3위 일체'로 불린다. SLBM은 폭격기에 탑재해 발사하는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 지상에서 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달리 적의 미사일 공격이나 공습으로 파괴될 가능성이 훨씬 적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 잠수함은 노무현 정부 시절 비밀리에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북한 핵위기 사태 등와 맞물려 흐지부지됐다. 한미 원자력협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 변화 등을 고려해 협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군 제독 출신의 한 인사는 "핵연료를 오로지 함정의 추진체계로 사용하고 핵무기 개발계획이 전혀 없음을 국제사회에 선포한 뒤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독자개발을 고수할 게 아니라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한 나라들과 공동개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바다에서 미국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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