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또 하나의 힘겨루기…‘전투기 패권’

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2020.06.27 06:3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코로나19 사태 책임론에 이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양국의 ‘신냉전’이 공식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대만해협에서의 긴장감도 나날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대만해협 또는 대만의 공역을 꼽는다. 두 핵 강국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시적인 물리적 마찰, 우발적인 군사 충돌이 바다 혹은 공중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16년 한반도에 전개됐던 F-22 전투기가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전투기 간 대치 상황은 ‘의도치 않은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수송기가 이례적으로 대만 영공을 지났다. 이에 맞대응해 중국 전투기 여러 대가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하는 무력시위를 벌였고, 대만 전투기들이 발진해 ‘퇴거 작전’에 나서면서 한때 군사적 긴장감이 급속히 고조됐다. 6월 17일에도 중국 전투기가 대만 주변 상공에 진입하는 등 중국 군용기는 6월 한 달에만 세 차례나 대만 공역을 침범했다. 미국과 중국 군용기들은 2001년 한 차례 충돌한 바 있다. 당시 하이난(海南)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충돌해 중국 전투기 1대가 추락했고 미국 정찰기는 하이난에 불시착했다. 군사 분야에서 미‧중 힘겨루기의 핵심 분야 중 하나는 첨단전투기 운용능력이다. 전투기는 전쟁 승리를 위한 필수 전력으로 미래 전장에서도 전투기가 갖는 상징성은 그 어떤 무기체계보다 강력하다. 첨단 전투기를 놓고 미‧중 양국의 소리 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넘사벽 미국 전투기…4세대 전투기도 5세대로 교체 = 현대의 전투기는 비약적인 과학기술 발전으로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전자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질적 위주의 전력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전투기 성능만큼은 미국과의 격차가 크다. 미국은 항공분야 최고 선진국으로 고정익기에 적용되는 스텔스,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 전자전 기술 등을 적용한 F-22, F-35 전투기를 개발, 운용 중이다. 두 기종 모두 5세대급 전투기다. 전투기의 세대구분은 등장 시기와 주요 탑재무장, 항공전자장비 특성 등으로 구분한다. F-22는 현존 최강 전투기로 1997년 첫 비행을 했다. 스텔스성능, 항속거리, 레이더성능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F-35는 ‘과할 정도의’ 성능을 가진 F-22를 대체해 개발된 전투기다. F-22의 저가형 모델이라고 하지만 공중전에서 F-35를 능가할 전투기는 F-22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4세대 전투기인 F-16, F-15, F-18 기종도 다수 운용하고 있는데 4세대 전투기 대부분을 F-35로 교체할 계획이다. F-35는 A형(공군용), B형(해병대용), C형(해군 함재기용) 3가지 모델이 있다. 공군의 F-16은 F-35A로, 해군과 해병대의 F-18 기종은 F-35 B, C형으로 대체된다. 

2019년 10월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9)' 야외 전시장에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전시돼 있는 모습

◇중국, 물량·성능 미국에 역부족 = 중국의 주력 전투기는 자국산 J계열로 4대급인 J-10, J-11, J-16 등이 있다. J-10은 2008년부터 전력화했다. J-11은 러시아 전투기(SU-27) 기종을 직도입 및 면허 생산한 기종이다. J-16은 4세대 급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로 자체 개발한 능동위상배열레이더와 정밀 유도탄 등을 장착하고 있다. 이 전투기는 표면에 특수도료를 코팅해 스텔스와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2010년 5세대 전투기인 J-20을 공개한 바 있으며 2017년부터 이 전투기를 전력화했다. 중국은 또 J-20보다 경량화된 J-31을 2014년에 처음 공개했는데 이 전투기는 미국의 F-35를 겨냥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첨단 전투기 분야에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물량과 기술력 모두 중국이 미국에 크게 뒤져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전투기 숫자는 2085대, 중국은 1232대다. 전투기 외에 폭격기, 수송기, 특수임무기 등에서는 2~4배가량 차이가 벌어진다. 성능 면에서도 중국 전투기는 동급 미국 전투기의 60~70% 수준이란 평가도 있다. 중국은 J-20의 연구개발을 스스로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의 항공우주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중국의 전투기 개발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엔진인데, 지금껏 나온 시제기 중 상당수는 러시아제 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 공대공미사일 등을 탑재한 공군 F-15K 전투기가 임무를 마치고 대구 공군기지로 귀환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스1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 치열 = 미‧중을 비롯한 군사 강국들은 2030년대 이후를 대비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6세대 전투기에 대한 명확한 개념은 현재 정립돼 있지 않지만 음속 5배 이상의 극초음속 비행이 가능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독자적 상황판단을 할 수 있으며 레이저 무기체계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로 정의된다. 미 공군은 PCA(Penentration Counter Air), 미 해군은 NGAD(Next Generation Air Dominance)로 알려진 6세대 전투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6세대 전투기를 2035년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해 초 "중국이 차세대 전투기(6세대)를 2035년 또는 그 이전에 개발할 것"이라며 "이 차세대 전투기에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드론 운용 능력, 고성능 스텔스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중 외에도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항공기술 강국들은 6세대 전투기에 대한 개념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6세대 전투기가 어떤 성능을 갖느냐에 따라 미‧중 전투기 패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 분야에서 기술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가 전투기"라며 "군사 강국들이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미국의 압도적 기술력을 중국이 어느 정도 따라갈지가 전투기 패권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dw70@mt.co.kr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