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스페셜] 윤태환 (주)루트에너지 대표, 알찬 열매 영그는 ‘재생에너지 뿌리’

[2020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리더를 만나다 ④]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2020.05.19 08:0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본지는 2016년부터 ‘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리더들을 연속기획으로 만나봤다. 올해에도 3월호부터 5월호까지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리더들을 만나 그들만의 아이디어와 회사설립 동기, 비전을 들어본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친환경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특별기획을 준비했다.
-투자 신뢰성과 접근 가능성에 환경까지 해결 ‘혁신 금융서비스’


  최근 전 세계는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제3차에너지기본계획안’을 공개하며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7~8% 수준을 2040년까지 30~35%로 늘릴 계획이다. 선진국에 비해 재생에너지 도입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게 다행이다. 그런 가운데 “시민들이 에너지 주권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시장 생태계를 튼실하게 만들어, 그 열매를 다시 시민과 여러 산업 생태계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본인 소개를 하자면
초등학생 때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과학자가 꿈이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뒤 덴마크 공과대학(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에서 재생가능에너지(풍력) 공학을 전공했다. 에너지·환경컨설팅기업, 스타트업, 연구소 등에서 12여 년간 에너지 기술, 금융, 정책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UNEP Risoe 센터 연구원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재생에너지 스타트업 ‘루트에너지’를 창업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 가능하다는 비전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 루트에너지 회사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루트에너지는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가속화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미션을 통해 활동하는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확산을 저해하는 높은 장벽들로 기술, 금융, 지역수용성, 정보 불균형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장벽들을 낮추고,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민참여 금융 솔루션(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며, 현재 재생에너지 확산의 가장 높은 장벽으로 볼 수 있는 ‘지역수용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 루트에너지 설립동기가 있다면
재생에너지 100% 전환은 전 세계적인 뉴 노멀(New Normal)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는 여전히 정체되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30년 전 덴마크나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확산의 가장 높은 장벽은 기술보다 ‘지역수용성’이었다.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장에서 적절한 가치를 제공해야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과거 덴마크나 독일처럼, 최근에는 미국이나 호주 등 지역수용성 향상의 성공 방정식을 찾다가, 에너지와 금융 기술(핀테크)을 융합한 솔루션을 찾았다. 이것이 지금의 루트에너지를 창업하게 된 동기라 할 수 있다.

- ‘루트에너지’는 어떤 의미인가
루트(Root)는 ‘나무의 뿌리’란 뜻이다. 나무의 열매가 풍성하게 맺기 위해선, 그 뿌리, 그 중에서도 가장 얇고 잘 보이지 않는 실뿌리가 영양분을 잘 흡수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시장 생태계를 큰 나무라고 비유하면, 실뿌리 하나하나가 바로 시민들이다. 시민들에서부터 에너지의 주권을 가지고, 재생에너지 시장 생태계를 튼튼하게 자라게 만들어야 한다. 열매는 다시 시민과 여러 산업 생태계의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 이름을 ‘루트에너지’로 정하게 됐다.

- 재생에너지의 장점과 필요성, 가치에 대해 설명하자면 
재생에너지는 명칭 그대로 ‘재생이 가능한’ 청정에너지다. 깨끗하고 고갈될 염려가 없다. 대표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많이 알려져 있다. 햇빛, 바람, 물 등에 포함된 에너지를 전기나 열로 변환시켜 이용한다. 재생에너지는 우리 생활에 매우 악영향을 끼치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또 화석 연료의 고갈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대규모 신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실질적인 대안으로 반드시 필요하고 빠르게 확대돼야 한다. 
▲ 윤태환 대표가 루트에너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나 다양한 기업들이 이미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덴마크의 에너지 전환 성공의 비결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대규모 투자가 아닌 ‘국민참여를 통한 건전한 시장 생태계 확대’를 우선시하는 정책이었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이 질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단순히 ‘에너지원’의 전환이 아닌, 국민으로부터의 ‘상향식 전환’이 필수다. 반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OECD 국가들 중 25년 동안 꼴찌였다. 루트에너지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외치며 국내 발전소 설립을 늘려나가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다.

- 루트에너지의 서비스를 소개하자면
우리 회사는 재생에너지 전문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펀딩’을 주도하고 있다. 대출/투자 상품으로 구분된다. 대출 상품의 주 고객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공공기관과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규모 민간 사업자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발전소 건설이 쉽지 않다. 공공기관들의 경우 이러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루트에너지 서비스의 ‘커뮤니티 펀딩’을 통한 주민 투자자를 모집하게 된다. 주민들이 발전소 시공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발전소의 전력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구조이다. 연 7~13%의 높은 이자율로 공공기관과의 사업들은 15~20년 만기 상품으로 나온다. 만기가 최대 20년 정도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중·소규모 민간 발전 사업자들은 금융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발전소 건설 자금 대부분은 발전소 건설 후 대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루트에너지’의 플랫폼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대출 상품 문의가 오면 발전소 설립 가능 여부와 허가 문제, 규모와 경제성 등을 검토한 후 중금리 대출이 가능하다. 이때 단기 준공자금 대출 또는 장기 운영자금 대출 상품으로 만들어지게 되고, 시민들에게 장기와 단기 상품으로 제공된다. 시민들은 누구나 소액으로도(최소 10만원부터 1억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 후 필요에 따라 타인과 채권 거래도 가능하다. 
▲ 윤태환 대표가 루트에너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든 상품은 신재생에너지로 사회·환경적 임팩트가 높은 상품이다. 환경적 가치에 투자하는 분들이 대부분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커뮤니티 펀딩으로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에너지원을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공평한 참여 기회를 얻어 마땅한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 서비스의 목적이다. 투자 신뢰성과 접근 가능성 부문의 한계점 해결, 사업의 결과가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달성시킨다. 이러한 점들이 부각돼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제1차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다. P2P금융 업계에서는 루트에너지가 유일하다.

- 서비스 운영 상황 및 성과에 대해 얘기하자면
현재까지 전국 각 지역에서 총 236억원 규모, 약 7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전국 약 20개 지역에서 3400명 이상의 시민들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재까지 진행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4인 가구 기준 약 2만1000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약 64MW 규모이다. 현재 약 8000억원 규모의 다수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과와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금까지 26억원 정도의 벤처 캐피털 투자도 유치했다. 현재 전국 모든 지역의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 기존의 비슷한 관련 서비스와 차별점이 있다면?
시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은 협동조합이 대표적이고, 증권사, 자산운용사에서도 추진사례가 있다. 저희와 유사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도 있다. 협동조합은 가장 이상적이고 민주적인 법인 조직이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엔 운영상 어려운 점이 많다. 독일의 경우 에너지 협동조합 방식의 시민참여가 전체 규모 측면 2~3% 정도로 높지 않다. 시민들의 채권형 참여 모델이 대부분이다. 외국 사례를 잘못 이해하고 국내의 협동조합에 특혜를 주는 지원정책으로 ‘무늬만’ 협동조합 사업가들이 많아질 수 있다. 

또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선 사모 혹은 공모펀드 모델로 주민참여를 이끌고 있지만, 발전소 주변 특정 지역의 수천, 수만 명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사모/공모펀드는 자본시장법상 추진하기 어렵다. 그리고 크라우드펀딩, P2P금융 등의 투자 방식은 지역제한이나 다수의 사람들이 금융감독원의 감시·감독을 통해 관리되는 신뢰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단 1인당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500만원으로 한정되어, 지역주민들에게 의미 있는 수익을 공유하기 어렵다. 
▲ 윤태환 대표가 루트에너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면 ‘루트에너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 또한 달성시키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약 240개 P2P금융 회사 중 유일하게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되어, 1인당 최대 1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지원받게 되었다. 즉, 현재까지 나온 국내의 재생에너지 이익 공유 모델 중 주민들의 지역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솔루션이라 볼 수 있다. 

- 현업에 종사함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한전’에서만 전기를 사고파는 독점적인 구조는 보기 어렵다. 한전에서 파는 전기 가격이 생산 원가보다 저렴한 것 또한 문제다. 원자재는 점점 더 비싸지고 있는데 왜 전기는 더 저렴한가?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원가보다 저렴한 전기를 쓰고 있다. 

일본은 3배, 덴마크는 4.5배 더 비싸다. 전기요금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해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 고객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려면, 요금은 현실화하고, 대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한다. 소비자들이 보다 능동적인 프로슈머로 바라보면, 에너지 산업이 통신 산업처럼 바뀔 수 있는데 현재 이런 전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 산업이 바뀌면 다양한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재생에너지 100% 전환 가속화’라는 저희의 미션은 개척 정신과도 같다. 처음 가는 길이라서 ‘안 될 거야’라는 얘기도 많이 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힘든 일이고 용기를 잃을 수 있지만, 동시에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는 과정의 희열이 있다. 지금 이대로 성과를 낸다면 적어도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10년 이상은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루트에너지’는 우리 국민들이 누구나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장기적인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일단 5년 이내 10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저희 고객이 되어, 시민에 의해, 시민들을 위한 재생에너지 시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이후에는 단순히 고객의 수가 아닌, 전국에 걸쳐 높은 신뢰자본을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 서비스에서 금융, 교통, 커머스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 플랫폼이 된 것처럼, 그 신뢰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컬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루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 윤태환 (주)루트에너지 대표
●최연소 국무총리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
●경기도 에너지 거버넌스 실행위원 등 중앙 및 지방정부 에너지 정책 자문 및 실행 도움 
●아름다운가게 선정 사회 혁신가 ‘뷰티풀팰로우’ 선정
●에너지 절약 캠페인 ‘에너지 히어로’ 및 P2P 에너지 공유 플랫폼 ‘퍼즐’ 베타 출시
●1호, 2호 공공기관 태양광 상품 론칭(서울에너지공사, 한국전력공사)
●에너지 마켓 플레이스 구축·운영을 위한 한국전력공사 - 루트에너지 MOU 
●벤처기업 인증 (기술보증기금), 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환경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및 중소기업진흥공단 인재육성형 중소기업 선정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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