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쪽방촌 개발은 영등포 재성장 기반”

[열린정책! 소통합시다]"주거권 보장·역세권 개발…‘제2 르네상스’ 시작"

대담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송민수 기자 2020.04.30 09:1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영등포의 구정 슬로건은 ‘탁트인’이다. 2018년 7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채현일 구청장은 ‘탁트인’ 영등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변화의 시작은 영등포역 앞 노점 정비다. 영등포앞 노점은 6.25전쟁 이후부터 50년 동안 영중로를 차지했다. 노점이 즐비한 탓에 보행로가 좁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구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노점을 2시간 만에 충돌 없이 정비했다. 또 영등포로터리 고가차도를 철거하고 평면교차로 전환, 시야를 확보했다. 이곳에 영등포와 여의도 지역을 잇는 보행로를 설치해 주민 편의가 높아졌다.

앞으로 서울광장 크기의 녹지공간과 랜드마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영등포 쪽방촌을 정비해 새로운 주거환경을 만드는 사업도 진행했다. 구와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LH·SH의 합작 사업이다. 지난 1월 ‘쪽방촌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발표하고 360여 명이 살고 있는 쪽방촌 일대에 공공주택을 만든다. 쪽방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마련해줘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노점과 고가도로 철거, 쪽방촌 개발. 언뜻 생각하면 간단하게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천한 기초단체장은 많지 않다. 주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을 진행할 때면 어김없이 반발에 부딪힌다. ‘강제 철거는 없다’가 채 구청장이 갈등을 최소화한 전략이다. 우선 개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부서 관계자와 주민들을 모아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채 구청장은 “자본주의 식대로, 강제적으로 정책을 진행하지 않았다”라며 “끊임없는 소통으로 구와 주민 모두에게 좋은 길을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채 구청장은 서울시 구청장 중 가장 젊다. 많지 않은 나이에 이종걸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의 보좌관,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을 거쳐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채 구청장은 지난 4.15 총선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사태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국민이 혼연일치돼 모범 방역 국가가 된 것을 평가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 구청장은 서울 25곳 구청장 가운데 재산이 가장 적다. 여의도 아파트(135.8 ㎡) 전세가 2억5000만원(반전세) 포함, 2억 6302만원을 신고했다. 채 구청장은 ‘왜 소득이 가장 적은가’라는 질문에 “청렴해서 그렇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성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는 지금, 그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 있다. 그가 그리는 영등포구의 미래를 듣기 위해 지난달 21일 영등포구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영등포역 앞 노점이 정비되면서 도로가 넓어졌다. 노점 정비 사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영등포구의 관문은 영등포역이다. 영등포역 앞 70여 개의 노점이 50년 동안 길을 막았다. 6.25전쟁 이후 노점이 생겼는데 당시에는 다 같이 어려운 시절이니까 노점과 상생하는 분위기였지만 그 이후에는 노점이 상권을 막는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영등포역 앞을 지날 때 주민들은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도로에 두 명이 나란히 걷지 못하는 정도였다. 버스정류장도 노점이 가로막고 있어 사고 날 가능성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노점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기존 노점의 생존권과 주민들의 보행권, 생활권이 충돌한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담당 부서와 관계자, 주민들을 만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노점을 하는 분들 중 재산이 3억 이상 되는 분들을 중심으로 철거를 시작하는 것으로 입장이 좁혀졌다. 그렇게 8개월 동안 노점 정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했다. 6개월 동안 도로 확장 공사를 마치니 거리가 넓어졌다. 지금 영중로에 가면 그전에 봤던 분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변했다. 노점이 즐비하던 곳에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 영등포구가 바뀌는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상인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상당히 어렵긴 했지만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노점하는 분들의 생존권을 존중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재산이 많은 분들은 노점을 할 필요가 없다. 재산이 3억 미만인 분들은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노점을 하게 했다. 구에서 상하수도를 관리해주면서 장사하기 편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분들도 세금과 소액의 임대료를 내면서 장사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주어진다.

-영등포 쪽방촌도 개발에 들어간다

▶쪽방촌이 있는 곳을 보면 위치가 좋다. 역세권이나 교통 중심인 곳이 많다. 지방에 있던 사람들이 올라오면서 형성한 지역이라 그런 듯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쪽방촌을 개발하는 것은 영등포가 다시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쪽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집은 1평 남짓이다. 임대료는 20만원 수준이다. 1평에 20만원이라고 쳤을 때 30평이면 월세 600만원인 것이다. 이렇게 비싼 곳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임대료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던 것이다. 구 입장에서도 좋은 위치인 곳을 개발하지 못하고, 거주하는 사람들도 열악한 거주환경에 비싼 값을 내고 사는 것은 서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 게 쪽방촌 개발을 생각한 계기였다.

-쪽방촌 거주자들의 반발이 심했을텐데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보통은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을 지역에서 내쫓아 문제가 발생한다. 갈 곳이 없어져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시골로 내려간다. 영등포에서는 별도로 영구임대주택을 마련해 그분들이 살 수 있는 거처를 마련했다. 그분들도 소량의 임대료를 내면서 전보다 쾌적한 곳에서 거주할 수 있다. 사업성도 잡고 민원도 없는 방법이다. 국토교통부·서울시·영등포구·LH·SH가 TF를 구성해 ‘쪽방촌 정비 계획’을 구체화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LH와 SH가 협력한 사례다. 쉬워 보이지만 사실 이런 모델이 없다. 시민단체에서는 쪽방촌 개발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판하지만 영등포 모델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칭찬하더라. 이번 사례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가장 잘한 주거정책이라고 소개된다.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쪽방촌 개발이 복지행정이라고 말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전년 대비 청년정책 예산을 3배 늘렸다

▶지난해는 청년 예산이 8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22억1000만원으로 세 배가량 늘렸다. 우리 구에 어르신 인구도 많지만 청년도 상당히 많다. 특히 당산역과 여의도, 문래동 주변에 청년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여의도 금융업계 수요를 반영한 자산운용업 운용 인력지원 사업과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실시한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과 엠지신용정보 등 지역 내 기관과 일자리 창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4월 22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인터뷰는 그 전날인 21일 진행됐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재원은 한정돼 있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활용할지는 참 어려운 문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보편적 복지로 흘러가는 추세다. 일본같은 경우에는 10만 엔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에 대해 국민과 시민이 접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중앙정부에서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면 지방정부와 잘 조율해서 정하면 좋을 듯싶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 자립이다. 막상 구청장이 돼보니 이 문제를 어떻게 느끼나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지방정부는 더욱 힘들다. 해야 할 사업이 참 많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반 주민, 일자리, 복지 문제가 얽혀 있다. 기초단체의 정책은 일반주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을 맡는다. 큰 틀의 정책은 중앙정부가 추진하지만 결론은 기초단체에서 마무리한다. 가정으로 말하면 살림을 맡은 역할인 것이다. 그만큼 기초단체가 지역 현안도 잘 알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3인 것을 6:4 정도로 맞춰야 한다. 바로 쓸 수 있는 재정이 마련된다면 주민이 피부로 와 닿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 지방재정분권이야말로 민주주의의완성이다. 지방자치시대도 30년이 지났다. 재정분권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어떻게 임기를 수행하고 싶은지

▶이전에는 한강이남이 모두 영등포구였다. 영동대교는 영등포 동쪽이라는 의미다. 서초, 강남까지 영등포였다. 그러다 인구가 늘고, 한강이 개발돼 분구가 된 것이다. 영등포구는 한강의 기적, 강남의 시작이다. 이제 새 도약이 필요하다. 영등포구의 변화, 발전의 분기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노점 정비, 쪽방촌 개발은 영등포의 제2의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다. 조만간 발표할 사업도 있다. 영등포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놓겠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국회와 청와대 그리고 구청장까지, 정치인과 행정가를 두루 지냈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참모 역할을 했다. 감히 어떻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행정을 해보니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된다.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주민을 잇는 가교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가 리더십인 것 같다. 청와대와 국회, 지방정부가 기본 역할을 다하면서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게 정치력이자 행정력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서울시 구청장 중에서 제일 젊다. 민선 7기,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잘 수행하고 있다는 반증인 듯하다. 정치나 행정 모두 국민이 바라는 시대 정신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바람을 잘 알아채서 적재적소에 비전을 제시하는 게 역할이다.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성공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순간의 과정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좌절하지 않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것을 딛고 도약했다. 이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한정된 임기 내에서 주어진 일, 구민들의 삶,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성공을 했는지는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주변인물과 후배들,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가 판단할 문제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1970년 7월 26일, 광주광역시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국회의원 보좌관
서울특별시 시장 정무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구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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