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종 종로구청장, “교통대책 빠진 ‘광화문 재조성’ 안될 말”

[열린정책 소통합시다]GTX·신분당선 들어서면 ‘지하도시’ 구축… 새 청사 차근차근 준비

대담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20.03.02 09: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건축가 출신이다. 1990년 서울산업대학교(과학기술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홍익대학교 도시건축대학원 환경설계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건축가로 일하다 20년 동안 살아온 종로를 설계하기 위해 2010년 지방선거에서 종로 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금까지 3선을 역임, 10년 동안 종로 도심을 재설계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 가장 공들인 것은 ‘지하보행로 사업’이다. 1호선 종각역~그랑서울~타워8~청진공원 구간, D타워~KT~광화문역 구간의 지하 통로 연결이 완성됐다. 2021년에는 광화문역과 종각역이 완전히 연결 된다. 처음 제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은 싸늘했다. 지하 연결에 들어가는 비용이 큰 탓이다. 김 구청장은 건물 사업주들을 만나
경제 효과에 대해 설명하며 설득했다. 지하보행로에 들어가는 예산 586억원을 전부 민간 사업체에서 부담해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종로구의 가장 큰 현안은 서울시가 내놓은 ‘광화문 재조성 사업’이다. ‘박원순 표 광화문 광장 재조성안’은 세종문화회관 앞 10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축소해 보행중심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 등으로 종로구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김 구청장은 “교통체증에 대한 문제 해결 제시 없이 진행하면 안 된다”라며 “큰 사업이니만큼 제대로 계획해 착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광화문 재조성안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광화문역 추가 신설도 담겨 있다. 서울시는 GTX-A가 광화문역에 정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TX-A 노선은 삼성역에서 출발해 일산 킨텍스까지 연결된 노선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협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대한민국 광장이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 광장을 지나가면서 역을 만들지 않는 것은 승객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며 “승객 중심으로 생각할 때 정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종로청사는 개청 이래 증축된 적 없다. 지금의 청사는 1938년 지어진 수송국민학교 건물이다. 낡은 데다 비좁아 공무원과 구민들이 이용할 공간이 없어 일부 부서는 청사밖에 나가 있다. 2014년부터 논의된 신청사는 내년부터 착공된다.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신청사는 광화문역과 종각역 지하로 연결된다. 10년 동안 종로 행정을 돌본
김 구청장의 마지막 임기, 그가 구상하는 종로의 미래를 듣기 위해 지난달 18일 종로구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내년부터 신청사 착공이 시작된다

▶개청 이후 자체적으로 청사를 지어본 적 없다. 지금 우리 청사는 본래 초등학교 건물이다. 초등학교 건물을 아직까지 쓰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이 쓸 공간 없어서 몇 개의 부서는 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주민이 쓸 기회는 거의 없다. 청사는 공무원들만 쓰는 공간이 아니다. 그만큼 청사가 주민 서비스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미다. 건물이 오래돼 지진에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번 을지연습 할 때도 상황실이 없어서 조그만 지하에서 시늉만 했다. 2014년 행정안전부에서 청사 증축에 대한 투자심사 통과가 이뤄져 내년부터 증축할 예정이다. 서울시 소방본부와
구청을 동시에 짓는다. 우리 구청에서는 꽤나 큰 사업이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잘 준비하려고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 광장 재조성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
▶처음에는 찬성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사라질 정도다. 초기 광화문 광장을 재조성하겠다는 취지와 달라졌다. ‘우선 만들고 보자’는 식이면 안 된다. 광장의 기능을 찾고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 지금 서울시에서 내놓은 광화문 재조성 안에는 교통체증 문제 해결방안이 없다. 시에서는 ‘전면보행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우선 지역 주민이나 시민들의 교통불편, 소음문제 등을 해소한다’고 밝혔는데 이러니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어떻게 교통문제를 해결할지 대책이 나오고 착공돼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겉만 공사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이렇게 큰 사업을 임기응변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

-도시에서 광장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광장은 쉬는 곳이다. 지금의 광화문에서는 쉬는 곳이 없다. 만들 때 실수한 것이다. 지금은 양쪽에 차가 다녀 쉴 수 없다. 그저 데모하는 곳, 큰 행사장으로 인식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조성에 GTX-A광화문역 추가 신설을 제시했다. GTX-A가 ‘광화문역’에 정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TX가 도심을 통과하는데 광화문 정차역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광화문역에 환기구만 만든다고 한다. 속도만 생각한 꼴이다.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 광장이라는 국가적인 상징이 있는 곳이다. 이곳을 통과하지만 역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승객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철도는 승객 편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

-GTX 노선과 함께 신분당선(분당~고양 삼송) 연장선도 추진되고 있다. 완공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

▶GTX 광화문역과 신분당선이 생기면 전국 노선 중 이용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광화문역에는 5호선이 있다. 인근 시청역에 1·2호선, 경복궁역에는 3호선이 있다. 여기에 GTX와 신분당선이 들어서면 1,2,3,5
호선과 연결돼 거대한 지하광장이 생길 수 있다. 경복궁역~시청~명동~종각까지 연결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하나 생긴다. 이 지하광장을 광화문 인근 대형 빌딩들과도 연결하면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지하 도시가 잘돼 있다. 겨울 기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지하연결 통로가 아니면 다닐 수 없을 정도다. 서울 시민들도 날씨가 궂을 때나 미세먼지가 많을 때 지하를 이용해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방범이나 방화, 테러 등 국가 위기상황에 지하대피도 가능하다.

-2010년 취임한 이후부터 지하 보행로 사업을 가장 공들여 추진했다. 내년에광화문역과 종각역이 완전히 이어지게 되는데 예산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설계비까지 총 586억원 들어갔다. 여기에 구 예산이나 세금이 한 푼 들어가지 않았다. 예산은 모두 종각역과 광화문과 지하에서 이어지는 빌딩 사업주들이 냈다. 2010년 내가 취임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지하를 연결할 생각을 못했다. 또 지금 연결돼 있는 KT와 디타워, 교보빌딩 등 역 뒤에 위치해서 연결할 생각을 못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려고 보니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다. 구청장 되고 난 다음에 빌딩 사업주들을 만나 설득했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민간 사업주들을 만나 건물 지하가 연결되면 상가 가치가 올라간다고 이야기했다. 또 각자의 건물을 모두 연결하니까 공사비가 확 줄어든다. 비용대비 경제적인 가치가 클 것이라고 생각돼 건물 사업주들이 투자한 것이다. 연결이 완성된 이후 건물마다 매출이 올랐다고 한다. 구청과 광화문역, 종각역도 연결하려고 한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주겠다고 해 올해 착공한다. 완공되면 광화문역에서 종로까지 연결된다.

-민관이 협력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세금이 들어가지 않은 민관 협치사업이다. 시민은 편하게 다니고 기업체는 상권이 형성돼 매출이 상승했다. 또 지하철로 연결돼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객도 늘었다.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종로구가 한 일은 이런 정책을 제시하고 빌딩 사업주들을 서로 연결해준 것이다. 건물 사업주끼리 네트워킹해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시너지효과가 컸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경복궁과 인접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는 대한항공 소유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7성급 한옥 호텔을 짓기 위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였다. 현재 가치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이 부지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종로구에서는 정부와 시가 사들여 문화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장으로 처음 취임한 2010년에 대한항공이 호텔을 지으려고 했는데 학교 옆이라 허가가 나지 않아 소송을 하고 있었다.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전국 교육청들이 반대한 것이다. 당시 기관 중에는 종로구가 유일하게 반대했다. 교육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도시 외관상 적절하지 않았다.

-과거에 종로구청 부지와 송현동 부지를 맞바꾸자는 제안도 한 적 있다
▶대한항공 측에서 거부했다. 당시에는 송현동 부지 가격이 너무 비쌌다. 우리가 조금 더 줘야 했다. 그때 교환했더라면 대한항공도 지금까지 고생 안 했을 것이다.

-구에서는 송현동 부지를 공공 숲으로 조성하는 공론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광화문에 숲이 없다. 도심에 있으면 바로 숲으로 접근할 수 있다. 숲이 있는 문화공원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서울 시민들이 좋아할 것이다. 정부나 서울시에서 부지를 매입해 공공 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과 광화문광장, 북촌과 인사동, 창덕궁을 잇는 접점에 있다. 역사가 있는 곳이다. 현재 진행되는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 논의와 송현동의 쓰임에 대해 서울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기회가 될 때마다 종로구의 입장을 계속 전달할 예정이다.

-돈화문 지역을 제2의 인사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돈화문 지역이 그동안 낙후된 이유는 옛날에 창경원이 궁으로 바뀌면서 문화재 주변으로 지정돼 건물을 높게 못 지었기 때문이다. 건물이 낮으니까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장사가 되지 않아 빈 공간이 됐다.
이전에는 보석을 가공하는 사람들이 궁인에게 팔기 위해 그 주변에 많이 살았다. 보석을 가공하는 장인이나 예인이 살던 동네다. 궁궐이 없어져 궁궐 안에도 사람이 없어졌지만 그 동네에서 영세하게 보석을 가공하는 사람들은 남았다. 그 명맥이 유지돼 지금 종로 3가에 보석 상점이 많은 것이다. 그런 곳이 문화재로 묶여 아무 사업도 못하고 비어 있는 것이다. 우선 교통 인프라를 만들어 관광객이 많이 올 수 있게 하겠다. 문화재 앞인데도 전봇대나 시설물이 너무 많다. 그런 것들을 깨끗하게 정리할 예정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뉴욕타임스>가 종로의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 대해 ‘혁신에 대한 집착을 끝내다(End the Innovation Obsession)’라고 극찬했다

▶구청장이 되고 나서 보니 종로에 구립 도서관이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싸우면 엉엉 울기도 하고, 책을 찢기도 하는,그렇게 뒹굴면서 함께 클 수 있는 곳을 생각해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을 만들었다. 또 성균관이 있었던 명륜동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국학의 참된 정의와 정신을 알리기 위한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을 지었다. 인왕산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한옥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도 만들었다. 예전부터 많은 국악인과 국악단체들이 모여 있는 국악의 중심지인 익선동에는 우리 소리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우리소리도서관’을 건립했다. 종로만의 특색을 반영한 도서관을 꾸준히 만들 예정이다.

2월 21일 기준 종로구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0명이다. 서울 전체 확진자는 45명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우려가 많다.어떻게 방역하고 있는지

▶거주민은 15만 명인데 유동인구가 하루 200만 명이다. 관광객이 많으니까 관리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다. 우선 감염경로를 찾고 있고 방역과 함께 위생수칙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방역망이 뚫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

1953년 12월 3일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건축공학 학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환경설계학 석사과정 수료
한양대학교 지방자치대학원 지방자치학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중원종합건축사 대표 건축사
김영종건축사사무소 소장
한국수자원공사 이사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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