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지금은 도시 고밀화가 필요한 때”

재개발 막혀 구도심 슬럼화… 부동산가격 산정 ‘체적’으로 바꿔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2019.09.19 17: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사진=더리더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지역을 바꾸는 건축’이라는 주제로 건축가들과 대담을 펼친다. 장 대표는 특색 있고 자연스러운 도시 건축으로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건축가다. 국내 건축가 중 ‘세계건축상’을 수상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장 대표는 변화하는 지역의 모습을 건축을 통해 재조명한다. 

이번 대담의 주인공은 유현준 건축가다.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과 교수로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7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건축계 대표로 출연해 지성미를 뽐내 대중을 사로잡은 그의 언어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MIT대학원에서 건축 설계석사,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건축 설계석사 학위를 받았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건축가의 영역을 넓히다
장윤규: 건축가들이 보통 건축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면 사회와 만나는 접점이 줄어든다. 그런데 유 교수는 다양한 책을 내고, 방송과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활동을 통해 건축가의 영역을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고 더 확장시킨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유현준: 예전부터 전공이 다른 사람 만나는 걸 더 좋아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거 같다.

장윤규: 책을 많이 냈다. 베스트셀러였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면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다. 건축적 측면보다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간과한 부분에 대해 깨우치게 하고 도시를 일반론의 관점으로 바라본 느낌이다.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유현준: 딱히 의도라고 할 것은 없다.(웃음) 다른 건축가들의 생각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서 전통적 건축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책은 빼고 봤던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인이 공감하는 글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인간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는 데 관심이 있다.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1층에 위치한 공간에 앉아 두 건축가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더리더

#당연했던 것들 비틀어보기
장윤규: 서양의 경우 건축사에 관심이 많은 데 반해 한국은 한국사에서 건축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나? 건축에 대한 게 문화적으로 소외된 거 같다.

유현준: 의식적 소외라기보단 개인적으로 온돌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좋은 시스템이지만 이층집을 지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다 보니 고밀화된 도시를 계획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상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화폐도 부족했기 때문에 아마 5일장이 활성화됐을 것이다. 화폐 통화량만 보더라도 날마다 장이 서는 환경과 5배 차이가 난다. 지금은 21세기지만 세상 보는 시각이 과거 전통적인 삶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농경사회가 바탕이다. 집단, 한 덩어리로 하는 일은 잘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과 타협은 어렵다. 전통적으로 입면 설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빗물 배수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그런 거만 2000년 봐오다가 갑자기 10층짜리 파사트가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장윤규: 요즘 어린 세대를 보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마치 과거사와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 세대는 동양적 베이스에 서양적 교육이 끼워져 있는 데 반해 어린 아이들은 발상 자체가 다른 차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유현준: 가능성으로 본다. 우리의 사고만 하더라도 동양과 서양을 분리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하다. 젊은이들은 무형의 정보에 더 노출된 세대다. 우리가 게임이나 통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아마 도시의 공간 개념 역시 다르게 느낄 것이다. 나쁘다 좋다를 떠나서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다를 것이라고 본다.
힌트는 이미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는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술적 혁신이 150년간 없었던 건축분야에서도 다른 기술이 나올 때가 됐다.

장윤규: 공감한다. 현대건축으로 넘어오면서 갑자기 미니멀한 건축을 보여줬을 때 받은 충격처럼 큰 변화가 또 올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사회가 전통적 방식이 기반이었다면 완전히 다른 것이 나타날 것이다. 이런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교육인 거 같다. 유 교수께서도 교육과 학교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방송이나 저서에서도 자주 언급하시는 것 같다.
유현준: 교육에서 중요한 건 다양성과 융합인데, 교육부라는 컨트롤타워에서 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방식은 말이 안 된다. 우리 사회에 규제가 많다고 하지만 교육 분야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거 같다.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하는데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에 비해 하드웨어적인 학교 건축공간은 변화가 쉽다.

장윤규: 건축이라는 공간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는 말처럼 느껴진다. 학교 건축에 어떤 방식을 제안하나.
유현준: 저층화해서 휴먼 스케일에 압도당하지 않게 주택만 한 사이즈로 쪼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실을 만들어 사람처럼 이름도 짓고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다른 공간, 다른 추억을 제공해야 한다. 요즘은 학생수가 적어서 활용 가능한 공간이 많아졌다. 빈 교실을 활용해 테라스를 만들어주고 교무실을 꼭대기로 옮기고, 창틀을 부수고 폴딩 도어를 만드는 식으로 공간구조를 바꾸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적인 접근이 아니라 건축가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 기본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려 하는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20세기 선생이 21세기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방법은 ‘덜 가르치는 거’라고 본다. 유튜브로 모든 지식을 습득하는 요즘 세대에 20세기 선생의 가르침으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게 말이 되나?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사진=더리더

장윤규: 책을 보니 도시를 이루는 전형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다른 방식으로 정리하는 재주가 있으신 거 같다. 우리가 인터뷰하고 있는 공간인 사무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유현준: 일단 우리 회사는 정시에 퇴근하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전 방식으로 하면 다 그만둔다. 최근엔 건축 업무에서 프리랜서와 외주의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가구 만드는 일로 빠지거나 프리랜서로 빠지거나 부동산 소개업으로 가든가…그런 친구들을 보면 회사라는 그룹에 모아놓고 컴퍼니라는 우산 안에서 한 정신으로 움직이는 집단은 해체될 것으로 본다. 개별로 움직이고 그루핑을 시간별로 한다든가. 몇몇 프리랜서가 하던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50년 지나면 아마 사옥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위-워크나 공유 오피스로 인해 오피스의 전형이 바뀌고 있지 않나.

장윤규: 하나의 이념을 가지고 모이는 것이 종교였고, 기업에선 자본을 중심으로 모인다. 그런데 앞으로는 또 다른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본다. 국회는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나 가볍게 답해준다면.
유현준: 의원 수가 줄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직까지 옛날에 필지로 구획된 것을 바탕으로 의원 수가 유지되는 건 말이 안 된다. 여야 통합해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장윤규: 국회의사당 자체를 글라스 박스로 만드는 아이디어는 어떤가? 시민들이 들여다보고 다 참여하고 바꿀 수 있는 그런 형태.
유현준: 국회를 건축적으로 바꾸는 것도 재미있겠다. 독일처럼 자연채광도 하고 그럼 좋겠다. 지금은 폐쇄된 공간에서 회의를 하기 때문에 더 단절되는 측면도 있다. 그런 건축이라면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장윤규: <알쓸신잡>이란 방송에서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콘셉트가 굉장히 좋았다. 그런 프로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본다. 건축가가 단순한 집 디자이너를 넘어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역할이란 걸 보여줬다. 개인적으로는 유 대표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더 커져서 사회를 바꾸는 촉매제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유현준: 잘난 사람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말할 때 열심히 들어주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의미 있었다. 잘 듣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이런 게 우리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장윤규: 좋은 말이다. 방송 계획이 또 있나?
유현준: 가을에 방송되는 프로가 하나 있다. 밥 먹고 다니면서 떠드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 8개를 토픽으로 연예인, 건축가, 베스트셀러 작가, 교수가 먹고 이야기하는 것이 콘셉트다.

#건축정책, 면적 중심에서 체적 중심으로
장윤규: 건축 정책이나 제도의 범위도 넓은데, 가장 문제가 있는 정책은 어떤 것이라고 보나.
유현준: 집단지성을 맹신하는 풍조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보여주는 전형이 심의제도다. 의사 앞에 가면 그 사람의 처방을 따르는 게 너무 당연한데 요즘은 속된말로 댓글이 최고인 세상이다.
건축에서도 그런 집단지성이 새로운 시도를 사라지게 한다. 여러 사람의 검증을 받는 제도가 장점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비슷한 도시가 만들어진다. 하나의 유일한 정답만 찾는 사회인 거 같다. 답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이 모여서 한 가지를 도출한다. 심의제도는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장윤규: 같은 생각이다. 만약에 이 제도가 있어야 한다면 최대한 간소화시켜야 한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건축적 아이덴티티가 사라져버린다. 공공건축일수록 자유롭게 건축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현상설계에 스케치 업으로 내는 게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느낌이다. 모형으로 하는 건축가도 있고, 다른 형식으로도 할 수 있는데 스케치로만 설계를 하는 획일화를 강요하고 있다.
유현준: 심의를 많이 다녀본 입장에서 심의를 하는 사람들이 성심성의껏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대충 쓱 보고 내뱉는 말을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그런 상황은 지양해야 한다. 이 사회는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무책임한 말이 난무하는 사회다. 깊은 고민이 없는 심의와 자문은 그냥 내뱉은 무심한 댓글과 다를 바 없다. 현상설계의 경우에도 심사위원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공정함이 바탕이 되어 결과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장윤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총괄건축가 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또 하나의 관료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도시를 바꾸려고 기획하는 게 아니라 중간단계의 심의 제도 같은 걸 또 한 단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하다.
유현준: 지금 같은 보수적 제도로는 총괄건축가 제도가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적은 돈을 주고 인력을 쓰는 방식은 좋은 건축가들이 버티기 힘든 구조다.
우리 선배 건축가들에게 아쉬운 건 많은 사회 봉사를 했지만 보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거다. 이 때문에 존경받는 건축가 한 명은 나올 수 있지만 제2의, 제3의 건축가가 나오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총괄건축가가 되면 그에 맞는 권한을 주든가 아니면 대우를 해줘야 좋은 건축가들이 총괄건축가가 되려고 할 것이다. 실력도 있고 봉사정신도 있는 사람만 원하는 이상한 제도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시스템을 만드는 분들이 사람의 욕심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고 만들었으면 좋겠다. 나도 총괄건축가에 대한 제의를 받았는데 거절했다. 재능기부만 하라는 거다. 사회가 모순적이다. 한쪽은 자본주의에 발을 디디고 유교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투명한 사회로 가는 걸림돌이 된다.

장윤규: 건축정책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면.
유현준: 건축정책에 대해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첫째 도시를 고밀화해야 한다고 본다. 재건축, 재개발이 막혀 구도심이 슬럼화되고 있는데 지금은 고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둘째로는 부동산 가격 책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면적 중심을 체적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실내 면적만 카운트하는 방식보단 야외 테라스를 분양 면적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바꾸면 마당이나 테라스 있는 다양한 형태가 더 많아진다. 또 공원은 면적보다 분포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고, 책이 100만 권 있는 도서관 한 개보다 만권 있는 도서관 100개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

장윤규: 지방에 만든 혁신도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유현준: 혁신도시가 지역별, 성격별로 다 달라야 하는데 세종이나 송도나 모두 똑같이 생겼다. 누가 봐도 강남 짝퉁처럼 만들어놓고 혁신이라고 말하는 건 혁신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유사한 모델을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정책은 앞으로는 더욱 위험하다. 앞으로 교통수단이 발달할수록 공간은 압축된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 특색이 없는 도시는 다 망하게 생겼다. 10분만 기차 타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되겠나. 꼭 거기에 머물 이유가 있어야 도시의 존재 가치가 생긴다. 서울과 차별화된 모습의 도시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야 한다.

장윤규: 어떤 이유로 도시가 획일화된다고 보나. 도시기획자나 공간기획자가 없어서가 아닐까? “어디처럼 해줘” 이러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유현준: 그게 도시 설계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인문학자나 상인이나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토론해서 공간화시켜야 한다. 그 지역의 성격에 맞춰 지혜를 모아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 무작정 공무원 탓만 할 수 없는 게 실패를 하면 안 되는 세상이 아닌가? 실패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공무원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사진=더리더

#기존 건축의 전형을 바꾸는 유현준’s 건축
장윤규: 대표작이 많지만 최근엔 거제도의 ‘머그학동’과 ‘세종산성교회’를 가장 먼저 꼽았다. 머그학동에 대해 먼저 소개해달라.
유현준: 머그학동은 거제도 몽돌해수욕장 앞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조용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대지가 아니다. 오히려 지방 중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다한 스타일의 펜션이 들어찬 동네이고 그중에서도 한가운데 위치한 버스정류장 앞이다.
이 건물에 대해 의뢰를 받았을 때는 산세와 어우러지는 곡선형의 건축물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거제도를 방문했다. 하지만 대지에 도착한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지러운 색상과 재료의 주변 건물 컨텍스트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산이라는 대지의 조건에 따라 디자인 방향은 미니멀한 백색 건축과 담장으로 둘러싸인 내부 지향적인 건축으로 정했다.
중규모 판매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주는 본인 회사의 사원들을 교육하는 시설과 펜션을 동시에 요구했다. 사원들의 교육장으로 사용될 시설은 연수시설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카페로 운영하기를 원했다. 이 복잡한 요구 조건을 더 어렵게 했던 건 연수를 받으러 오는 사원의 수와 목적이 때때로 변화하기 때문에 연수교육시설의 면적과 카페 사용면적의 비율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데 있었다.
서양의 기하학적인 공간 구성과 동양에서 사용했던 공간의 레이어와 가변성이라는 특징을 하나의 건축물에 담아내는 것이 이번 머그학동 프로젝트의 주요 디자인 개념이다. 머그학동의 평면을 살펴보면 우선 방들의 나누어짐이 가능하면 기하학적인 규칙 안에서 움직이도록 했다. 이는 방들의 면적을 나누거나 방끼리의 조합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 나눠진 방들은 시리즈로 연속되는 벽들에 의해서 공간이 분리된다. 그리고 이 레이어들은 회전하거나 접히는 방식으로 개폐성이 변화되면서 공간의 중첩과 단절이 필요에 의해서 구성된다.

장윤규: 첫 번째 교회 설계 작이기도 한 산성교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유현준: 목사님의 마인드가 기억에 남는다. 교회가 시민들에게 개방돼 지역민들에게 리빙룸처럼 쓰이길 원했다. 그래서 1층을 카페로 전부 오픈했다. 2층부터 교회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1층 카페의 모습이다. 앞부분에 마당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모이게 했다. 차가운 현대도시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 입면에 커브를 주어 품는 듯한 느낌을 극대화했다. 성령을 상징하는 십자가는 바람이 불면 움직이는 요소를 가미했다.

장윤규: 유 교수의 작품 두 건 모두 프로토타입(본격적인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ㆍ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을 건드리는 거 같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과거 교회의 커뮤니티성을 되살리는 열린 공간으로의 역할을 강조한 작품 같다.
또 기업 연수원이 보통 폐쇄적인 공간인 데 반해 머그학동은 일반인들이 점유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는 거 같다. 건축의 전형을 바꾸어야 한다는 어떤 전형을 제시하는 재미난 작업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유현준: 지금 하는 큰 프로젝트 중에 테마파크와 유사한 CJ라이브시티를 일단 잘 만들고 싶고, 책도 이미 반 이상 써놓은 것을 완성해야 할 것 같다.

유현준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아크 랩
리차드 마이어 아키텍츠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스페이스컨설팅그룹 대표

@대담│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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