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테크팩, 우리 세대에 친환경 플라스틱 상용화할 것

정현아 대표, “중소기업층 두터워지려면 국가와 기업 간 신뢰의 정책 뒷받침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11.16 09:3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4차산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강소기업들인 히든챔피언이었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 60년 이상 기업 수명, 매출액 평균 4300억 원, 연평균 성장률 8.8%, 분야별 세계 시장점유율 33% 이상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더리더>에서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나보고, 청년실업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9988’, 중소기업을 이렇게 표현한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체의 99%를, 전체 고용에서는 88%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11월호 히든챔피언 인터뷰를 위해 찾은 부산에서 만난 일성테크팩 정현아 대표 역시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나라 대부분 국민들이 종사하는 곳이 중소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건강한 자생력을 갖춰야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될 것입니다.”
일성테크팩은 공업용 플라스틱 필름 제조업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플라스틱 봉투, 포장랩 등은 일반 제조업의 생산에서 운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필요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다른 어떤 사업보다도 강점이 크다. 그러나 최근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와 제한이 강화되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히든챔피언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와 기업 간 신뢰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국가의 절대적인 지원과 정책,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층이 두꺼워져야 경제가 튼튼해진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성테크팩은 플라스틱 필름, 시트 및 판 제조업체다.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석유화학 제품은 용도가 다양하고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일성테크팩은 플라스틱 필름 가운데서도 공업용 포장필름을 제작하고 있다. 공업용 필름은 일반적으로 실생활에서 보고 쓰는 판매 포장필름을 포함해 상품이 생산, 관리, 운송, 판매되는 모든 과정에서 쓰인다. 제조업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완제품 자체를 보호하고 상품가치를 높일 때, 제품을 보관하거나 관리할 때, 제품을 운송할 때까지 필름이 필요하다. 이처럼 거의 모든 생산과정에 필요한 공업용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플라스틱은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용도가 다양하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생산-관리-운송-보관 과정에서 필요한 포장필름은 상품포장필름보다 훨씬 용도가 다양하고 방대한 수량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제조업체에서 필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필름 생산 자체는 굉장한 강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플라스틱 과다사용이 문제가 되면서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외적으로 일고 있다.
이렇게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사회적 기준과 규제가 생기다 보니 앞으로는 폐기과정에서 생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라스틱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콩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콩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플라스틱의 경우 분해가 돼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다. 하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화학제품 대체가 불가 능하다. 현재 석유화학 기업들은 폐기물 환경 부담금을 내고 있다. 규제도 필요하지만 먼저 화학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수와 수출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

▶내수와 수출 비중은 약 9:1 정도다. 작년 초부터 미국 JJ Poly Inc.에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우리 회사가 수출하고 있는 PE재생필름은 일반상품을 포장하는 필름으로 제품화되지 못한 PE제품을 재생원료화하고 신원료와 배합해 생산한다. 사용되는 재생원료 비율이 50% 이상으로 합리적인 단가를 맞출 수 있었던 것, 타 상품 대비 4배가량 높은 내구성을 가진 제품이라는 점이 수출을 시작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수출은 대부분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만 허락된 것으로 인식돼 있다. 수출에 있어서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다음은 가격 경쟁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우리 회사는 후자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지방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보다 지금까지 해온 것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공략하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 다음 자본력이 바탕이 될 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 따라 제조업도 소프트웨어화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 되는 변화가 있나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교육이나 강연이 많긴 하지만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회사를 포함해 스마트팩토리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감을 못 잡고 있다. 현장을 봐도 자동화는 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스마트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 실질적으로 구축되기까지는 시간도 걸릴 것이며 비용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것 같다.
우리가 생산하는 포장용 플라스틱의 경우 두께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플라스틱 생산 기계가 바람과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두께가 일정치 않아 기술자들이 직접 신경 써야 한다. 기술자의 업무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계를 또 달았다. 그런 정도의 변화는 하고 있지만 스마트팩토리는 전공정시스템에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대 기에는 부담이 커서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

-중소기업층이 단단해야 국가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 중소기업 생태계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독일이 히든챔피언 강국으로, 제조업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국가와 기업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 이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절대적인 지원과 정책들을 보면서 국민 한 명 한 명을 연구원으로 키우는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산학연정 컨센서스가 매우 잘 되어 있는 것 역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독일정부 주도로 설립된 응용과학 기술연구소인 프라운호퍼는 내부에 벤처캐피탈이 있어 스핀오프(spin-off, 연구인력에 대해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 기업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만 연간 40여 개의 스핀오프 기업이 창업하고 있으며, 3년 내 파산율이 4% 미만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 다. 이처럼 도전하는 사람에 대해 국가적인 지원도 많고 기를 북돋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국민들이 종사하는 곳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이 건강한 자생력을 가질 수 있어야 경제가 살아나고 현재 가장 큰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독일처럼 국가와 기업, 국민 간에 신뢰관계가 생길 때 강소기업층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지원금만 대주고 제도만 일부 바꿔서는 변화하기 힘들다. 국가와 기업, 국민까지 사회적 공감대가 생겨서 산업계의 구조 자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문제가 늘 화두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상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회사를 경영할 때 직원들을 내가 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막 대하고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을 회사를 도와주고 함께 키워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하청업체라고만 생각한다면 갑질도 하기 쉽고, 납품가를 후려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통해 대기업이 성장하는 것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 관계는 달라질 것이다. 상생을 잘할 수 있는 건 마인드의 문제라고 본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화두다
▶요즘 제일 큰 이슈다. 직접 타격이 오기도 하고 헤쳐나가야 할 문제다. 정책이기에 피할 수는 없는 문제다. 부산에 있는 조선, 자동차산업은 위기산업으로 분류됐고, 산업단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돌아가던 공장들도 요즘 불이 많이 꺼져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분위기가 되자 정부는 직원 고용시 인상된 부분에 대해서는 나라가 지원 하겠다고 했지만 그건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일 뿐이다.
주52시간 근무제에서 중소기업은 유예돼 202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제조업 특성상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기때문에 이것 역시 고민이 많다. 우리 회사의 경우 기계가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기계를 끄면 불량이 날 수 있기 때문에 3교대 형태로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인력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인력을 추가하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다. 아직 이렇다할 방안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매출신장을 통해 추가인력에 대한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52시간 근무제가 워라밸을 중시하는 국민들에게 나쁘지는 않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점진적이지 않아 타격이 있다.

-히든챔피언의 국가 독일에는 제조업 전통 강자가 많다. 이들의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독일도 분명 기술을 쌓아가는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30~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한 케이스다. 그래서 갭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급격한 발전 단계를 지나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태인데 최근 저성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만 2%대 성장률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금이야말로 더 큰 발전이나 개발을 강조하기보다는 앞으로 10~20년 후에도 산업이 꾸준하게 전통을 쌓아가기 위해서 해야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다. 
독일의 장수기업 중 필기구 브랜드 회사인 파버카스텔은 2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필’이라는 제품 하나로 그렇게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연필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파버카스텔이 가진 힘이 뭘까 궁금했다. 아주 단순하지만 연필이 구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각진 연필을 고안해내고, 연필의 주원료인 나무를 직접 심는다든지 하는 노력이 역할을 했다고 봤다. 기술, 뚝심, 전통 어떤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있는 것 같다. 사소해 보이지만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그런 경쟁력을 가지고 몇백 년을 지켜올 수 있는 힘이 히든챔피언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일성테크팩이 히든챔피언으로 도약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회적 분위기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사회규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다음 세대가 이런 화학제품이 아닌 더 좋은 품질의,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제품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반을 만들려면 지금 부터 준비해야 한다. 콩을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든다든지, 우유를 이용해 섬유를 만든다든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찾아봐야겠다. 최근 폐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하더라. 미생물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바로 상용화하지 못하는 문제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발견 내지 연구가 필요하다. 당장 현실화되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디어를 모으다 보면 그것이 쌓여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미래를 관망해볼 때 관심을 늦추지만 않는다면 우리 세대에 상용화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현아 일성테크팩 대표
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출강
1974년 4월 16일생
일본 교토대 미술사학 박사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2008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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