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카버 서울글로벌센터장 “외국인 불편 없는 한국 만들어요”

센터가 필요없는 게 나의 성공… 외국인 인권개선 기대

편승민 기자 2017.08.04 10:2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더리더는 한국에 정착, 혹은 귀화한 외국인들 중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자 한다. 한국의 세계화 안에서 그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인종을 떠나 하나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들어보고자 한다.
서울은 외국인이 살기 좋은 도시일까? 외국인 국내 거주 200만 명 시대다. 많은 외국인들이 유학, 취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정착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학이든 거주든 해본 사람들이라면 외국에 살면서 겪는 불편과 어려움에 공감할 것이다. 점차 늘어나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 역시 한국 생활에서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서울살이에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까. 그 답은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글로벌센터의 센터장은 영국 출신의 폴 카버다. 카버 센터장은 한국에서 유학생, 직장인, 다문화 아빠, 그리고 지금의 공무원까지 경험한 자칭 ‘한국살이 전문가’이다. 같은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서울글로벌센터장으로서 목표를 묻자, 그는 “글로벌 센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된다면 내 업무는 성공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과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1992년 내 나이가 16살이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 여름방학 때 가족 여행을 했다. 그때 아버지 친구가 주한 호주대사관으로 파견됐는데 가족들과 먼저 유럽을 여행하고, 아버지 친구가 있는 한국을 방문하면서 처음 왔다.
나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서 1년 동안 북경에서 유학했는데 유학 당시 여름방학 때 한국에 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두 번째로 왔다. 지금은 없지만 당시에 코리아 리서치 재단이라는 곳에서 한국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외국인 30명 정도를 한국에 초대해서 한국어와 태권도를 가르쳐 주고 한반도 주요 관광지인 불국사, 설악산 등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외대에서 언어 프로그램을 4주 정도 듣고, 여행은 2주 정도 했다.

-한국에 정착하게 됐던 이야기를 해준다면
▶대학교에는 전공 수업도 있지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교양 수업도 있다. 마침 그때 새롭게 한국어 수업이 신설됐다. 그래서 수업을 신청하고 한국어 배우면서 관심이 점차 생겼다. 졸업할 시기가 됐을 때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청하라는 포스터를 보게 됐다. 영국 참전용사협회에서 매해마다 한 명씩 선발해서 한국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걸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 내가 돼서 2000년부터 연대 국제학대학원에서 2년 동안 국제경영학 석사 과정을 했다. 졸업하고 나서 한국에 더 있고 싶었지만 그 당시 쉽게 할 수 있는 건 영어강사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 회계 법인에 입사해 5년 일하다가 한국 지사로 파견돼서 다시 오게 됐다. 그때가 2007년이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계속 한국에 있게 됐다.

-서울글로벌센터에 대한 소개해준다면
▶서울글로벌센터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지원 시설이다. 서울시 전체에 32개 지원시설이 있고, 그 중에 글로벌 센터, 빌리지 센터, 비즈니스 센터 11개가 있다. 서울글로벌센터는 메인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글로벌센터는 종각 서울글로벌센터빌딩에 있으며 4, 5, 6층을 사용하고 있다. 4층은 교육장으로써 한국어 수업, 비즈니스 세미나, 운전면허 교육, 외국인 단체 모임, 회의 등을 한다. 5층에서는 생활 상담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살다가 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거나 행정적으로 힘든 점이 있으면 이곳에서 10개 국어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6층은 비즈니스 지원 공간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창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창업 후 세금 관련, 상표등록 관련 업무를 도와주고 있다. 또한, 창업보육센터도 있어서 외국인 창업자 13명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하여 6개월에서 1년 동안 월세는 신경 쓰지 않고 공짜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창업 선배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성공적 창업과 지속 성장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센터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나는 서울글로벌센터 운영팀장 겸 센터장이다. 운영팀장으로서는 5층과 6층에 민간 위탁업체를 운영하는데 그것을 총괄하고, 여기뿐만 아니라 서남권과 동대문 글로벌 센터, 빌리지 센터 7개와 강남 비즈니스 센터까지 다 총괄하고 있다. 센터장의 업무는 주로 국제교류를 담당한다. 서울글로벌센터가 10개 국어로 상담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10개 국가 대사관이랑 교류하고 협력한다. 국가 기념행사가 있을 때 내가 서울글로벌센터 대표로 참여하기도 한다. 얼마 전 주말에는 청계천 광장에서 태국 송크란 축제가 열려서 참석하여 축사하기도 했다.

-외국인 고충도 시대에 따라 많이 달라지고 있을 것 같은데, 요즘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이라면
▶제일 많이 받는 민원은 노무 관련이다. 산업 재해,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의 일이 있을 때 전문 상담을 해준다. 그 다음으로 자주 받는 민원은 각종 출입국 관련 문의이다. 글로벌 센터 5층에는 변호사, 공인노무사, 공인중개사, 심리상담사로 구성된 전문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혼하려고 하는 사람은 변호사 상담을, 한국 생활에 잘 적응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문 심리 상담을, 집주인과 갈등이 생긴 사람은 공인중개사 상담을 받는다.

-올해 서울글로벌센터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올해 좀 새롭게 하려고 하는 것은 도시 텃밭 만들기다. 외국인 중에 자기 나라에서는 일반 주택에 살며 마당이 있어서 취미로 채소나 꽃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아파트나 마당 없는 집에 살다보니 텃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올해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서울에는 다문화 가족이 굉장히 많다. 다문화 아이들의 경우 서울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조부모, 사촌들이 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외국에 있는 친척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다른 문화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주말에 몽골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몽골학교에는 몽골 다문화 가족 아이들이 와서 기초 몽골어와 몽골 문화에 대해서 배운다.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내년부터는 나라 수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담은 10개 국어로 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아랍어 상담 요청이 많아져서 아랍어랑 한 가지 언어를 더 추가할 생각이다. 아마 9월부터 3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아랍어와 스페인어 혹은 인도네시아어 서비스를 할 것 같은데 아직 미확정이다. 이런 서비스의 경우 출입국 관리사무소 통계 분석을 통해 어느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많이 왔는지 분석해서 서비스 지원 언어를 결정한다.
그리고 1년에 2~3번 정도 진행하는 서울 타운미팅이 있다. 서울 타운미팅은 서울시장과 외국인 주민들이 모여서 1시간 반 정도 의사소통하는 토론의 장이다. 거기에서 외국인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하기도 하고, 좋은 사업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온다. 외국인 주민들이 불편한 점을 시장한테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자리다.

-외국 출신 한국 공무원으로서 느끼는 공무원의 고충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서울글로벌센터장은 5급 공무원이다. 나는 글로벌센터 운영팀장이고 내 위에 외국인 다문화 담당 과장이 있다. 오래 일하다 보면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도 해봤는데 일단은 언어 문제가 있어서 거기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웃음) 그리고 글로벌센터장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8년 정도 회계 법인에서 근무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마인드가 외국인이라 직원들이 나 때문에 힘든 부분도 분명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처음부터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15~20년 근무하면서 팀장이 된 사람과 나 같은 외부 영입 인력은 지식이나 경험 면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직원들이 예상하는 팀장의 태도나 반응이 있을 텐데 내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하면 당황할 때도 있다. 우리 직원들한테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경우도 많다.

-FC서울의 축구 광팬으로도 유명하다. K리그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다면
▶어제도 경기를 보러갔다. 나 같은 경우 어렸을 때부터 항상 직관(직접 경기장에 가서 보는 것)을 해서 그런 분위기를 포기할 수가 없다. 물론 K리그가 EPL(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에 비해서는 객관적으로 수준이 조금 떨어지지만 직접 가보면 분위기에 빠진다. 수많은 한국 축구팬은 K리그를 무시하고 국가대표 팀만 관심을 갖고 좋아한다. 하지만 집에서 TV로 축구 보는 것보다 거리 응원이 재밌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도 집에서 EPL 보는 것보다 상암에 직접 가서 K리그 보는 것이 훨씬 재밌다. 그리고 한국인들한테 물어보면 K리그 재미없다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FC서울이 좋아서 최근까지도 원정 경기의 90% 정도는 따라가서 봤다. 해외 원정도 가서 일본 2번, 호주 2번, 중국도 한 번 가봤다.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제주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서울 박주영이 슛을 하고 있다.2017.7.16/ 사진=뉴스1
-FC서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FC서울은 내 한국 고향 팀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다니면서 처음 한국에서 살았을 때는 FC서울이 없었다. 그때는 부천SK 경기를 몇 번 보러갔다. 이렇게 K리그와 FC서울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 EPL의 경우 모든 경기 중계를 한국에서 보기가 힘들다. 보통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 같은 빅 경기만 중계를 한다. 내가 영국에서 응원했던 팀은 2부 리그에 속해 있어서 한국에서 TV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FC서울 경기를 보러 다니다 보니 열성팬이 됐다. 아들과 둘이 주말마다 많이 갔는데 한 1년 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새 우리가 엄청난 FC서울 팬이 되어 있더라. 아들 하나, 딸 하나 있는데 축구장은 아들하고 더 많이 가는 편이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도 한국에 있었는데 그때 붉은악마를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나는 2002월드컵 경기 중 두 경기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직관했다. 하나는 터키랑 중국 경기였고, 하나는 독일과 한국의 4강 경기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시청 광장에서 응원하면서 봤다. 시청에서 이탈리아 전을 봤는데 안정환 선수가 연장전 추가골을 넣었을 때 동시에 백만 명 정도가 일어나서 뛰는 것을 보고 나도 무척 감동했다.
그때는 그랬는데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도 K리그 인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게 아쉬웠다.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K리그에서 뛰고 있고, 어느 정도 잘 되면 해외로 가기도 한다. EPL에서 뛰는 기성용, 박지성 선수한테만 엄청 관심이 많은 것을 보면 안타깝다. 그 사람들도 대부분 K리그에서 시작하고 해외에 갔다. 지금 K리그를 보러 가면 미래의 빅 스타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2002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은 강렬했다. 본인도 현재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나는 직원들을 잘 배려하고 좋은 리더의 사례로 보여 지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FC서울의 전 감독인 최용수 감독의 리더십이 좋았다. 최용수 전 감독의 리더십 스타일은 형님 리더십이라고 많이 얘기한다.

【전주=뉴시스】고범준 기자 = 2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대한민국과 기니의 개막전 경기, 한국 응원단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17.05.20./사진=뉴시스
-새로운 정부와 함께 한국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기대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는 10년 넘게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살면서 유학생, 직장인, 공무원, 다문화 아빠의 역할을 경험했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안다. 문 대통령은 인권 쪽으로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외국인 인권 문제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들을 많이 듣고 개선해 나아가길 기대하고 믿고 있다.

-임기가 올해까지라고 알고 있다. 내년에 어떤 계획이 있나
▶아마 좀 있으면 과장이 날 찾아와서 연장할 생각 있는지 물어볼 것 같다. 일단 이 업무에 대해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느끼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면 할 생각이다. 서울글로벌센터는 외국인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센터다. 내가 이 업무에서 성공한다는 의미는 센터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아직 되게 멀었다.(웃음)

-마지막으로 지금 꾸고 있는 꿈이 있다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센터를 찾고, 센터장으로서 여러 국가의 행사를 참석하다 보니 생각해보지 못한 나라에 대해 알게 됐고, 가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1년 쉬고,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그리고 얼마 전 내 친구 중 하나가 한국에서 몇 년 살다 다시 영국으로 귀국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9개월 동안 한국-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를 넘어 영국까지 갔다. 나의 취미 중 하나도 자전거 타기다. 5월초 황금연휴 때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를 타고 국토 종단을 했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라이딩하고 싶은 꿈이 있다. 

△ 폴 카버(Paul Carver) 서울글로벌센터장
1976년 6월 30일생
영국 더럼대학교(University of Durham) 중국어과 졸업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제경영학 석사
영국 삼일회계법인 근무
한국 삼일회계법인 글로벌 1본부 부장
現 서울시 외국인 다문화 담당관 글로벌센터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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