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벅월터]한국인에겐 눈부신 경제발전 DNA있어

한국의 발전 모습에 매료되어 정착, 재도약하는 힘 보탤 것

편승민 기자 2017.06.07 10:1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더리더는 한국에 정착, 혹은 귀화한 외국인들 중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자 한다. 한국의 세계화 안에서 그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인종을 떠나 하나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들어보고자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한국에 와서 한국인 마인드로 비즈니스에 성공한 리더가 있다. 오티스 엘리베이터, ADT캡스 등 일상생활에서 하루에 한 번은 접하는 이 기업들의 CEO로 재직했던 브래들리 벅월터 존슨콘트롤즈 코리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1983년, 황무지였던 한국 땅에 봉사활동을 위해 왔던 18세 미국 청년은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한국에서 20년이 넘게 기업을 이끌어 왔다.
외국계 회사라도 한국지사 수장으로서 한국 문화를 모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비즈니스라도 개인 간의 관계를 우선시하고, 노사문제를 회사 대표가 아닌 노조위원장의 마음으로 해결한다는 그의 경험담에서 한국인의 정이 느껴졌다. 그가 이야기하는 한국에서의 성공 비결인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처음 한국과 인연이 시작된 계기는
▶나는 LA에서 다양한 민족을 보며 자라서 다른 나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83년에 해외국가 자원봉사를 신청해서 그때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게 됐다. 그 당시는 한국이 지금처럼 첨단기술과 핸드폰, TV등이 발달했던 때가 아니었다. 한 마디로 가난한 나라였다. 그때 한국의 경남 충무(지금의 통영)에 갔고, 이후로 18개월 동안 충무, 부산, 전주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때 정말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사람의 행복은 돈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봉사를 하러 마을에 가면 사람들은 어느 누구보다 서로 사랑하고 기쁘게 생활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게 된 시기와 그 이유는
▶그렇게 봉사활동을 마치고 미국에 갔다가 1987년도에 다시 돌아왔다. 한 학기동안 연세대 어학당에 들어가서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내가 4년 전에 왔을 때 이미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모내기도 하고, 도와주면서 한국말에 이미 익숙해져 있더라. 그래서 어학당은 일주일 참석 후 그만두고 다른 과에 들어가서 한 학기를 다녔다. 그 후에 미국에서 다시 MBA를 따고, 취업할 쯤에 나는 국제화된 기업으로 가고 싶었다. 그때 오티스 엘리베이터 만큼 전세계적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나라마다 있는 회사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오티스 엘리베이터에 입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고, 1990년도에 입사하게 됐다. 처음에는 싱가포르 지사에 자리가 있어서 거기서 처음 시작했다.
당시 승강기 산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남아시아, 중국 쪽에서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근무를 하다가 그 다음에는 일본에서 근무했고, 1994년 한국법인으로 발령이 나서 세 번째로 한국을 다시 오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계속 살고 있다.
지금까지 23년간 계속 한국에 있었던 이유라면 나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일한 지 3년 만에 오티스 사장이 됐는데 그때 한국에 IMF 위기가 닥쳤다. 오티스는 한국에서 당시 업계 3, 4위 정도의 작은 외국회사였는데 IMF로 인해 오티스와 LG가 합작회사를 만들게 됐다. 그러면서 LG오티스가 하루 만에 업계 1위가 됐고, 나는 회사의 부사장을 맡게 됐다. 그런 일이 안 터졌다면 나는 분명 다른 나라에 가거나 했을 것 같다.

-오티스 엘리베이터, ADT캡스, 타이코에서 존슨콘트롤즈 코리아까지 한국에서 오랜 기간 회사 대표 직을 맡았다. 미국과 한국의 기업문화가 많이 다르지 않은가
▶가장 기본적으로 다른 점은 한국 사람들은 엄청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생활에서 우선순위를 매기면 한국 사람은 회사 생활이 거의 1순위인 경우가 많다. 하루의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사 관련 일을 몰두해서 한다. 좋은 점은 회사실적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곧 나라 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 회사는 무조건 9 to 5 분위기이다. 회사 생활은 개인의 생활 우선순위 중에 5~6번째 정도다. 개인의 취미, 교회, 친구, 아이들, 회사 이런 순이다.
그런 한국인들의 노력으로 2017년 대한민국은 옛날에 비교하면 기적이 이뤄졌다고 할 정도로 발전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이 미국을 능가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80년대 모습에 비하면 상전벽해를 이뤘다. 하지만 미국은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경제 발전은 1~2% 대다. 지금 트럼프 정부가 이것을 바꾸자고 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것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렸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만의 문화를 더 빨리 익혀야 했을 텐데, 기억에 남는 독특한 점은 무엇이었나
▶한국에서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의 인디애나 주와 크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인디애나 주에는 300만 명이 살고, 같은 크기의 대한민국에는 5,500만 명이 있다. 어떤 방법이나 통로를 통해 알 수 있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한 마디로 5,500만 명이 사는 큰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서로 어렵지 않게 다 알 수 있다. 23년을 한국사회에서 사업을 해봤더니 웬만한 사업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 안다. 나쁜 짓 하면 다 드러나고, 거짓말하고 싶어도 다 알게 되어 있다.(웃음) 어떻게 보면 한국은 서로 알고, 신뢰하고, 믿음을 바탕으로 일하는 관계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업과 개인생활이 많이 겹치기도 한다. 미국은 5시에 끝나면 퇴근하고 회사와 완전히 분리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업하면 의무적으로 가끔 등산하기도 해야 한다.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낚시가기도 한다. 주말에 그렇게 시간을 내서 일과 관련된 관계를 맺는 것이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사업 파트너들과 엄청 친해질 수 있다. 요즘은 건강 관리도 중요시여겨서 테니스를 하는데 일석 4조다.

-한국 기업 이야기를 하면 노사관계를 빼놓을 수가 없다. 노조를 설득하는 본인만의 노하우는
▶예전에 오티스 엘리베이터에 있을 때 노조가 꼭 필요한 때였다. 재벌이 관리하면서 제대로 월급도 안 나오고 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오티스에 있으면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직원들의 급여가 10% 이상 인상 됐는데 노조가 그 역할을 했다. 그때 대표이사 업무시간 중 30~40%는 노조와 올해 급여 인상에 대해 얘기하고, 1~2%의 인상률 결정을 놓고 밤을 새우기도 했다. 만약 노조와의 관계를 잘 하지 못해서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고객들이 탈출하게 된다. 그러면 고스란히 피해는 직원과 경영진의 몫이다. 그만큼 노조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대표이사였지만 노조위원장의 역할을 했다. 사무실 임대가 만기되면 더 일하기 좋고 편한 곳을 찾았고, 작업복은 제일 싼 게 아니라 더 비싸고 좋은 것으로 바꿨다. 직원들이 일할 때 2만 원 짜리 신발을 신고했으면 그 다음에는 10만 원 짜리로 바꿨다. 직원들의 편의를 그들보다 앞서 기대 이상으로 하면 노조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존슨콘트롤즈 코리아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존슨콘트롤즈 코리아는 타이코 코리아와 존슨콘트롤즈가 작년에 전세계적으로 합병하면서 새롭게 생겼다. 타이코 코리아는 소방 설비 및 시설 공사업체로 여기서 가까운 롯데월드타워나 코엑스나 어딜 가든 반드시 들어가는 제품을 생산한다. 건물의 비상구나 소방관련 감지 제품을 잘 보면 타이코 코리아의 로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존슨콘트롤즈는 빌딩의 공정관리를 하는 회사다. 이렇게 연관이 있는 두 회사가 앞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

-존슨콘트롤즈 코리아의 FM(Facility Management)서비스 산업 시장 규모나 성장세는 어떻다고 판단하나
▶기계가 있으면 유지와 관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이 낡아서 몇 년 만에 교체할 수도 있다. 유지관리에 조금 투자하면 원래 기계의 수명 이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유지·보수에 100만 원이 든다고 하면 100만 원 아끼려다 자칫 더 큰 교체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제대로 된 FM서비스가 된다면 빌딩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다.
오티스에 있을 때 빌딩을 나가면 오른쪽에 기계식 주차장이 있었다. 빌딩을 설치할 때부터 있어서 30년 정도 된 것이었다. 그 주차장을 매월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30만 원이다. 30년이면 3,600만 원을 쓰는 것인데 새 기계로 교체하는 데는 50억 원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유지관리 하느냐에 따라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엘리베이터, 주차, 보안, 소방 등 시설의 기본은 유지와 관리다. 그래야 빌딩 가치가 올라간다. 매출 중에 유지관리 부분은 60% 정도를 차지한다. 요즘에는 FM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다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규모나 성장세는 꾸준하다.

-존슨콘트롤즈 코리아의 리더로서 갖고 있는 경영 철학은
▶다양한 제품들을 회사 직원들이 납품하면서 빌딩 안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칠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제일 먼저 안전부터 시작한다. 안전은 절대 다른 사람한테 위임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는 윤리를 중요시한다. 회사 제품에 대해서는 경쟁력 제고와 함께 무조건 투명하게 관리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고객 서비스다. 고객의 기대 이상으로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직 교육을 꾸준히 한다. 이런 철학은 오티스, ADT, 타이코, 그리고 존슨콘트롤즈에서 동일하게 실천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최근 리더의 자격으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소통 능력’이다. 회사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가
▶많이 하는 편이다. 존슨콘트롤즈와 타이코 합병에 있어서나와 직원들과의 업무적 스킨십은 자주, 꼭 필요하다. 가끔 만나서는 그런 유대관계가 생기지 않는다. 타이코와 존슨콘트롤즈는 곧 한 사무실로 가게 되는데 통합하는 이유는 이런 부분이 크다.
지난주만 해도 전국적으로 모든 영업사원들이 모였다. 그리고 “Let’s propose(제안하자)”라는 주제를 가지고 부산, 광주, 서울의 사원들이 다 모여서 제품에 대해 공부하고, 함께 밥도 먹고 대화도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앞으로 워크숍도 자주 가질 생각이다. 내가 한국에서 배운 것은 인간답게 관리하지 않으면 사업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앞으로 국가경제에 대한 정책 변화도 올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길 기대하나
▶과거 건설업계가 대한민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90년도에 10% 이상 이었고, 2000년대 넘어가면서 6~7%, 2010년을 지나서는 4~5%, 이제는 2%대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지금의 롯데타워, 송도신도시, 인천공항 등 아무것도 없었다.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성장하지 않았으면 역성장 될 수도 있다. 한국이 건설업의 중요성을 존중하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로는 우리 회사도 직접 참가하는 사업인데 해양조선사업 또한 중요하다. 자동차, 전자, 조선은 경제에 있어 건설보다 더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다. 한진해운이나 STX와 같은 회사들은 부도날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국가경제를 일으킨 이런 회사들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행복하고 싶다. 꿈이라는 게 대학생이나 스무 살에게 물어보면 많이 꿀 수도 있지만 나는 50대 중반이고 직장인으로서는 거의 마지막에 있다. 이곳을 마지막 직장으로 생각하고, 존슨콘트롤즈 코리아를 오티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훌륭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보다 몇 년 안에 두 배 더 크게 만들겠다고 했다. 이것을 혼자 할 수는 없다. 리드는 할 수 있지만 직원들이 함께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꿈을 꿔야 한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성공사례로 마무리 하고, 60세가 되면 회사 유지는 다른 이에게 맡기고, 테니스 실력을 키울 것인지 골프 타수를 줄일 것인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 브래들리 벅월터 존슨콘트롤즈코리아 대표이사
– 브링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국제관계학 학사
– 브리검영대학교 마리오트 경영대학(Marriott School of Mangerment, BYU) 재무 및 국제 비즈니스 석사
– OTIS 싱가포르 수석 재무 분석가
– OTIS 일본, 도쿄 운영분석 관리자
– ㈜한국 OTIS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
– ㈜한국 OTIS 사장
– ㈜OTIS LG 엘리베이터 수석 부사장
– ㈜OTIS 엘리베이터 코리아 대표이사
– ㈜ADT 코리아 대표이사
– ㈜ADT 코리아 회장
– Tyco 코리아 대표이사
– 現 존스콘트롤즈 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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