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행 '유보통합' 3단계로 추진, 해결과제도 산적

[심층리포트-주춧돌 놓은 유보통합]예산배정 등 곳곳 걸림돌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2024.03.04 09:4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공교육의 보육 역할을 확대하는 ‘늘봄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 정책이 올해부터 시행된다. 저출생과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개혁 작업의 일환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2학기 전국 확대를 앞둔 늘봄학교는 교원 반발을 줄이기 위한 인력·공간 확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보통합 역시 교사의 자격 기준과 처우 등 통합모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행을 코앞에 둔 두 정책을 자세히 짚어봤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3년 7월 12일 오전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유보통합) 추진과 관련, 서울 성동구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 워터파크 안전요원 역할놀이 중인 어린이와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6월부터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이하 유보통합)이 시행된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 체계를 통합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담당했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나뉘어 있던 영유아 보육·교육 관련 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현재 어린이집은 만0~5세가, 유치원은 만3~5세가 이용한다. 유아가 3세가 되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다닐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다른 시설이다. 법적으로 어린이집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사회복지시설’로 규정돼 있다. 반면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다. 취학 전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과 교육이라는 공통된 역할을 수행하지만, 각각 다른 근거법과 관리기관에 소속돼 있다.

위탁 운영의 형태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유치원은 △국립 △공립 △사립으로, 어린이집은 △가정형 △민간 △국공립으로 나뉜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과정은 동일하다. 2012년 3월부터 시행된 누리과정에 따라 3~5세 유아는 동일한 교육을 받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통해 예산을 지원받아 누리과정을 시행한다. 올해 기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지급되는 유아 1인당 교육비 지원금액은 28만원이다. 유치원은 방과후 과정 지원비로 1인당 7만원을, 어린이집도 추가 보육시간을 위한 기관지원비·교사 처우 개선비 등으로 1인당 7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렇듯 동일한 교육과정과 재정이 적용되지만 기관과 소속은 달라 교육격차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졌다. 취학 전 아동에 대한 통합적인 교육체계가 정립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원화된 행정으로 예산과 행정절차 등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아동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유아 중심의 질 높은 돌봄·교육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유보통합은 2025년 시행을 목표로 3단계로 추진된다. 우선 복지부의 영유아보육 예산을 포함한 업무 전반을 교육부로 이관하고, 시도와 시군구의 예산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한다. 이후 유보통합모델을 적용, 추가 예산 규모나 재원 조달방안을 협의해 2025년까지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 2023년 1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정부조직법 개정안 행안위 통과 환영 및 본회의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역대 정부 실패한 유보통합…자격기준·처우 등 ‘걸림돌’

유보통합은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됐지만 매번 무산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보육 업무를 여성가족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했고 ‘누리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일부를 통합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3단계로 유보통합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1~2단계의 일부 과제를 실행하는 것에 그쳤다.

관리부처를 일원화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교사 자격과 양성체제, 처우 등 다른 점이 걸림돌로 작용됐다. 유아교육법에 따라 일반유치원은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교사가 될 수 있다. 국공립유치원은 임용 고시까지 합격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학점은행, 기타 교육원을 통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치원교사와 어린이집 교사 간의 급여 격차가 발생한다. 국공립 유치원교사는 지난해 기준 9호봉 교원 봉급 215만원부터 시작해 40호봉을 채우면 월 567만원을 받는다. 반면 보육교사의 경우 최대 30호봉(월 357만원)을 받을 수 있다.

운영 형태마다 급여체계는 천차만별이다. 같은 유치원 교사여도 국공립 유치원 소속인지, 사립 유치원 소속인지에 따라 받는 급여체계가 다르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은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른 호봉을 토대로 공무원 수당 등을 지급받는다. 사립 유치원 교사들은 교육부의 교육청 수당 또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정한 호봉인 사립호봉으로 지급받는다. 학부모연합이 2023년 3월 14일~4월 16일 사립유치원 교사 6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공립학교 교사와 동일한 호봉을 적용받고 있다’고 답한 교사는 23.0%에 불과했다. 월 수령 금액으로는 ‘151만원~200만원(47.4%)’과 ‘201만원~250만원(41.1%)’이 가장 많았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경우도 그렇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2021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의 월평균 임금은 288.4만원인데 비해 민간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250.2만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유보통합에 대해 일선 유치원 교사들은 반대하는 반면 어린이집 교사들은 대체로 찬성하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22년 12월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교직원 67.9%가 유보통합에 반대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비율은 28.2%였다. 어린이집 교직원의 경우 79.9%가 찬성으로 응답한 반면, 반대는 11.8%였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인 A씨는 “어렵게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유치원 교사가 됐는데, 사립유치원 교사나 어린이집 교사와 자격이 같아진다면 내 처우가 오히려 나빠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제주지부, 전교조제주지부 유치원위원회, 제주교사노조로 구성된 제주유아학교연대가 2023년 12월 7일 오후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조직운영·예산배정 계획 無…“유보통합 시행 2년 늦춰야”

앞으로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던 보육 예산이 교육부와 교육청 등으로 이관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영유아 교육 예산은 5조6000억원, 보육 예산은 10조원이다. 지자체가 보육 관련 예산으로 투자했던 지방비 3조1000억원도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한 후 교육청이 집행하게 된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4일 ‘2024년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공모를 거쳐 유보통합 시범운영기관 역할을 하는 모델학교 30곳과 시범지역 3곳을 3월 중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기관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장점을 합쳐 운영될 예정이다. 5세 아동의 유치원 학비·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규모는 월 35만원에서 40만원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아직 조직운영과 예산 배정 방안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또 유보통합을 둘러싼 관리부처 일원화와 교사 자격 및 양성체제 통합 논란, 유보 통합에 따른 교사들의 처우, 재정 확보 및 전문인력 문제 등에 대해서도 확실한 해법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보통합 시행에 따라 보육 예산이 교육재정으로 분명히 편입될 수 있도록 증액 교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공립유치원의 교육여건 제고를 위한 개선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월 22일 세종특별자치시 코트야드호텔에서 제95회 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서울·인천·경기 교육청은 우선 정부 안대로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를 위해 보육 업무의 세부 기준부터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인천·경기 교육청은 시도교육청에서 사무 수행체계가 구축되고, 교육 지원청의 업무 실행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교육 돌봄 책임 특별회계’를 신설,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긴 법령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식 경상북도교육감은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적절한 지방교육재정의 투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유초중등 교육의 발전을 위해 올해도 전국의 교육감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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