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생명·평화운동으로 진화 - 염홍철 새마을중앙회장의 밑그림

[the Leader 초대석]근면·자조·협동에 새로운 시대정신 반영, MZ세대 참여 이끌 다양한 사업 펼쳐

머니투데이 더리더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22.08.01 09: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세대보완을 통한 ‘영구(young&舊) 잇기’·탄소중립 문화 조성·공통제의식 회복과 지구촌 공동번영”

반세기 역사의 ‘새마을운동’이 바뀌고 있다. 1970년 시작해 대한민국 번영의 밑거름이 된 국민운동이 근면·자조·협동 정신에 생명과 평화운동의 시대정신을 더해가며 진화하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있다. 중앙회는 200만 새마을회원들과 지역공동체 운동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고, ‘살맛 나는 공동체’를 만드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지난달 18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새마을운동중앙회를 찾아 염홍철 회장을 만났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염 회장은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게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된다”며 “근면·자조·협동 정신에 생명, 평화운동의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앙회는 최근 젊은 세대에 다가서는 노력을 활발히 하고 있다. 새마을 운동이 갖는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 산뜻하고 활기찬 시민운동에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의 참여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새마을운동 주제가와 안무가 담긴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인스타그램의 짧은(숏폼) 영상 서비스 ‘릴스’를 통한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염 회장은 “새마을 마크가 담긴 굿즈를 만들거나 텐트를 만드는 등 MZ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회는 대학가에 새마을동아리를 결성해 전국 조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지난 6월 21일 기준 64개의 대학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53개 대학에서 ‘새마을동아리’가 결성됐다. 동아리연합회는 새마을운동의 올해 기본 방향인 ‘탄소중립 운동’을 주도한다. 대학 동아리 회원이 직접 환경 교육과 농촌봉사, 이웃 돌봄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 및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염 회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경제, 사회, 문화 등 일상 전반에서 ‘언택트’ 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새마을운동 역시 언택트 방식으로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기관 간 협력·연대 강화를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관’ 주도→‘민간’ 주도로…“자발적 참여 회원 많아”

새마을운동은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에 근거해 운영된다. 주민의 일상생활 무대인 마을단위부터 역량을 결집해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70년 4월 22일 새마을가꾸기 운동으로 시작해 1972년 새마을교육이 이뤄졌고, 1980년 사단법인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설립됐다.

염 회장은 1980년부터 새마을운동이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중앙회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현재 회원은 대부분 활발하게 운동을 실천한다고 밝혔다. 그는 “1970년부터 운동이 시작됐는데, 그때는 새마을지도자가 행정기관 소속이었다”며 “관 주도로 운동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은 지속하지만 민간 주도로 운영한다’고 결정했다”며 “1980년대부터 민간 주도로 전환이 됐고 지금까지 42년 동안 진행됐다”고 말했다.

2000년 새마을운동중앙회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중앙회는 국내외 새마을운동과 교육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새마을운동에 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회원과 회원단체에 대한 업무도 협조한다.

42년 동안 진행된 만큼 지역 곳곳에 새마을운동 지부가 분포돼 있다. 시군구지회는 228개가 있고 읍면동 조직으로 확대하면 3494개가 있다. 염 회장은 “중앙회 회원 수가 200만 명이 넘는다”라며 “새마을회장만 전국적으로 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형식적으로 회장이 아니라, 실제로 액티브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의 기본정신은 유지하되 기본방향은 시대에 맞게 변한다. 염 회장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극빈국 중 하나였다”며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고 그게 운동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지금의 새마을운동은 경제적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정신적·문화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생각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하는 ‘탄소중립 운동’ 진행…생활 문화 조성

중앙회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적 자본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올해부터 생명운동을 진행한다. 일환으로 일상생활부터 탄소중립 문화를 만드는 ‘탄소중립운동’을 펼치고 있다. 염 회장은 “새마을운동의 취지와 정신이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인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했다.

염 회장은 중앙회가 탄소중립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20년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이 발표된 이후 사회·경제적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중국, 일본 등 121개국이 가입한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이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래스고 기후조약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 투자에 대해 선언하는 등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회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실천 활동을 진행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지역중심 탄소중립 실천 활동을 이끌 수 있는 핵심인력 양성한다. 탄소중립 주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산림청과 협력해 내년까지 2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올봄 중앙회는 전국 곳곳에서 ‘가족나무 심기’ ‘반려나무 나눠주기’ ‘도시 속 작은 숲 가꾸기’ ‘자투리 공간 손바닥 정원 가꾸기’ 등을 진행했다. 또 화석연료 사용 상품을 30% 감축하고 자원순환 실천 등 운동과 1만 명 대상으로 탄소중립 실천 교육도 이뤄진다.

◇“공동체 정신 살리자”…지역 곳곳에서 캠페인 진행

염 회장은 우리나라 사회가 양극화가 심하고 시민 간 공동체의식이 결여돼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농촌지역 인구감소로 사회·경제적 기반 약화와 고령화 대응 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위기라고 말했다. 중앙회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 운동과 평화운동을 진행한다. 공동체운동은 ‘나’에서 ‘우리’로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중앙회는 올해 우리 사회의 다양성 확대와 존중을 위한 사회적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자체와 새터민센터, 이주민센터 다문화지원센터 등과 협력해 지역특성과 수요를 고려한 대상별 맞춤형 사업이 이뤄진다. 이를테면 다문화가정(이주노동자, 새터민) 나눔 봉사단을 운영하거나 층간소음, 생활누수 등을 방지하는 아파트 공동문화 캠페인, 우리 마을 분쟁 해결센터를 운영하는 것이다. 도·농 간 교류를 위해 농산물직거래장터를 열거나, 귀농·귀촌인의 조기 정착을 위한 읍면동별 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한다.

또 쪽방촌 집수리 등 나눔 및 돌봄운동이나 독서문화운동, 문화·예술·교육 재능기부동아리 활동으로 주민참여형 캠페인을 진행한다. 주민 참여형 마을축제 등 문화콘텐츠 축제를 진행하거나 스쿨존 지킴이 등 주민생활안전망 운동, 코로나19 방역 및 구호급식 등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주한 대사들이 7월14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 대사 초청 새마을운동 협력세미나'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지구촌에서는 ‘새마을운동’ 바람…워크숍 개최하며 연대 강화

중앙회는 새마을운동글로벌리그(SGL)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도 새마을운동을 전파해 지구촌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회원국 간 교류로 협력으로 지역개발모델을 정립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가별·마을별·사업연차별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진행된다.

올해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은 10개국 42마을에서 이뤄진다. 아시아에서는 라오스(4마을), 동티모르(4마을), 키르기즈스탄(4마을), 캄보디아(4마을)가 속해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부룬디(4마을), 우간다(4마을)가, 오세아니아에서는 파푸아뉴기니(4마을), 피지(3마을)에서 운동이 이뤄진다. 중남미에서는 온두라스(4마을)와 도미니카공화국(4마을)에서 진행된다.

중앙회는 시범사업 국가에 대한 체계적인 사업을 지원한다. 마을별 새마을운동 활동사례에 대한 경험 공유를 전파하고 확산하기 위해 시범사업국별 새마을운동 워크숍을 개최한다.

◇교육자·정치인 지내고 중앙회 회장으로…‘스승의 날’ 전국적 전파하기도

염 회장은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공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 행정학 석사과정을 거쳐 중앙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남대에서는 명예법학박사를, 배제대에서는 명예문학박사를 받았다. 경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극동문제연구소장과 북한대학원장을 지냈다. 경희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배제대 석좌교수,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한밭대 석좌교수, 한남대 석좌교수, 그리고 한밭대 총장을 역임했다. 대통령 정무비서관과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 대표도 맡았다. 대전광역시장을 임명직과 선출직을 합쳐 세 번 지냈다. 지난 2021년 2월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염 회장은 ‘스승의 날’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염 회장은 1963년 RCY(Red Cross Youth·청소년 적십자) 중앙협의회에 충남대표 학생으로 참가해 1958년부터 강경여고에서 기념해오던 ‘은사의 날’을 전국으로 확산하자는 의견을 냈다. 염 회장은 “은사의 날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의견을 냈고 중앙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돼 1964년부터 제1회 스승의 날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다음은 염 회장과의 일문일답.


-새마을운동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새마을운동은 국민운동이다. 1970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근면·자조·협동을 기본 정신으로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한 운동이다. 빈곤퇴치와 지역사회개발을 위해 진행됐고, 우리 국민이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운동이다. 당시 각 지역에 있는 새마을지도자는 행정기관에서 동원했다. 그러다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은 유지하되 민간 주도로 한다’고 결정했다. 그 뒤로 지금까지 42년 동안 회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지금, 새마을운동이 어떻게 변했나

▶1970년에는 우리나라가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때는 의식주가 변변하지 못해 절대적 빈곤이 심했다. 새마을운동의 초점은 경제에 맞춰 있었다. 점점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경제적인 것보다 정신적·문화적으로 잘 살아보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운동 성격이 바뀐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젊은 세대가 보기에 조금 낯설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어떻게 접근하는지

▶지금까지 64개의 대학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53개 대학에서 ‘새마을동아리’가 결성됐다. 동아리연합회는 새마을운동의 올해 기본 방향인 ‘탄소중립 운동’을 주도한다. 대학 동아리 회원이 직접 환경 교육과 농촌봉사, 이웃 돌봄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대학 내 새마을운동 동아리 결성 목표는

▶대학 내 새마을운동 전개로 개인의 이익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배려하는 새마을정신을 고취해 시대가 처한 기후위기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 대학 졸업 후에도 새마을운동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젊은 새마을운동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다. MZ세대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 새마을운동의 질적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중앙회 자체의 이미지 변신도 필요할 듯싶다

▶새마을 굿즈를 만든다든지, 복장을 세련되게 디자인한다든지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면서 국민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요즘에는 SNS를 통해 소식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젊은 세대가 운동을 접할 수 있도록 홍보했다. 지금은 메타버스를 통한 홍보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지역 단위로만 움직이지만 앞으로는 한곳에서 모일 수 있다. 9월 말쯤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홍보 기법을 꾸준히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새마을운동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것이다.

-해외에서도 새마을운동이 전파되고 있다

▶새마을글로벌리그(SGL)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45개 국가가 참여했고 이곳에서 새마을회의나 세미나가 개최된다. 중앙회에서는 참여하는 나라 정부에 새마을 사례를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을 의뢰한다. 또 새마을시범마을을 만들어서 직접 지도하거나 지역 협력관을 임명해 새마을 교육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물품을 지원하거나 현장 지도자들이 나가서 봉사도 하고, 지역과 결연을 맺어 진행하고 있다.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1944년 9월 6일 충청남도 논산 출생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청와대 정무비서관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 대표
한국공항공단 이사장
제4,8,10대 대전광역시 시장
한밭대학교 명예총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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