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으로 주거지원…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의 희망 플랜

"대출 금리 낮추고 상환 늦추고…ESG채권 발행 사회적 가치 실현"

머니투데이 더리더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21.12.01 10: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전국적인 집값 상승과 대출규제 등의 여파로 내 집 마련이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그나마 서민들이 안심하고 기댈 만한 곳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이하 주금공)와 같은 정책금융기관이다. 주금공은 2004년 3월 설립된 공기업으로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이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무주택자 등 실수요층이 금리 변동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대출을 공급한다. 전세자금이나 아파트 중도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하는 ‘주택금융신용보증’ 역할도 맡는다.

국민에게 직접 체감되는 상품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정책 상품 하나를 만드는 데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최준우 주금공 사장은 지난달 18일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금융 정책은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정책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부분이 많다”며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때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의 금융상품도 오른 집값에 맞춰 변하고 있다. 주금공에서는 지난 7월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40년 만기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고 보금자리론 대출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3억6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또 9월에는 부부합산 연소득 4500만원 이하면서 주택가격 5억원(수도권 기준) 이하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보금자리론 대비 0.1%p 금리우대를 제공하는 ‘서민우대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포용금융’ 기조로 서민 주거환경 개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최 사장이 지난 2월 주금공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포용금융’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최 사장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주거와 생활 안정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기관에서는 국민의 아픔을 공감하고 새로운 희망을 나누기 위해 원금상환유예 등 정책모기지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주금공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 근로자 등의 보금자리론·적격대출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코로나19 맞춤형 원금상환 유예 특례’를 진행했다.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방문판매원과 학습지 교사,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근로자들도 원금상환유예 지원을 신속하고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주금공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중도상환수수료를 12월 31일까지 70% 낮추기로 했다. 보금자리론 이용고객 중 여력이 있는 차주의 상환을 유도하고, 상환된 보금자리론 재원으로 다시 저소득과 실수요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최 사장은 “꼭 필요한 분을 지원해주기 위한 조치”이라며 “공사가 금융기관 중 가장 먼저 중도상환수수료 지원정책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국내 ESG채권 최다 발행기관…“지속가능성 높일 것”

ESG경영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줄임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속가능한 경영과 친환경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져 ESG를 정부정책과 경영에 반영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금공은 지난 8월 말 기준, 89조6000억원의 ESG채권 잔액을 보유했다. 이는 국내 ESG채권시장 전체 중 약 64.3%를 차지, 국내 ESG채권 최다 발행기관이 됐다. 최 사장은 “공사는 ESG 경영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며 “국내 ESG채권 최다 발행기관으로 시장의 성장을 견인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창출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ESG 비전과 분야별 3대 전략을 수립했다. 공사 ESG비전은 ‘따뜻한 HF주택금융이 만들어가는 희망찬(Hopeful) 미래(Future)’로 이름을 정했다. 분야별 3대 전략은 친환경 인프라 확대(E), 사회적 책임경영고도화(S),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G)으로 세웠다.

◇고객 수요 반영…발전하는 주택연금

만 55세 이상 고령자가 본인 소유 주택에 평생 거주하면서 이를 담보로 매월 연금형식으로 생활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연금 중도해지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해지비율(유지건수 대비 전체해지 건수 비율)과 중도해지비율(유지건수 대비 중도해지 건수 비율)은 각각 5.79%, 4.43%로 최근 5년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 사장은 “그럼에도 주택연금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라며 “가입 고객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택연금을 개선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주금공은 지난 8월 경제활동이나 자금 사정에 따라 수령방식을 선택하는 상품인 ‘초기증액형’과 ‘정기증가형’ 상품을 내놨다. 기존 상품인 정액형은 평생 동안 동일한 연금액을 받는 것이다. 초기증액형은 가입 초기 일정 기간 동안은 정액형보다 많이, 이후에는 정액형보다 적게 수령하는 것이다. 정기증가형은 3년마다 4.5%씩 일정하게 증가한 금액을 수령하는 것이다. 최 사장은 “주택연금 수령방식에 대한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본인의 노후준비 상황 또는 지출계획을 고려해 가입 시 결정된 총 연금액을 평생 동일하게 나눠 받을지, 가입 초기에 많이 받을지,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증가된 연금액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연금수령방식을 다양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부산으로 이전한 주금공, 자자체와 주택마련 돕는다

주금공은 2014년 부산광역시로 본사를 이전했다. 공사는 시와 함께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리는 등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내 주거, 안전, 친환경 등의 분야에서 어르신 일자리를 발굴했다. 특히 공사는 부산시를 시작으로 올해 울산·성남시 등 18개의 지자체와 함께 ‘지자체 협약전세보증’을 진행했다. 협약의 내용은 지자체별로 상이하지만, 공사는 보증료를 인하하고 지자체는 대출금리를 지원해 무주택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연간 2만3313가구를 지원했다. 최 사장은 “부산시 협약을 예로 들면, 공사는 보증료를 0.1%p 인하하고 부산시는 대출이자 전액을 지원해 무주택 청년이 1억원의 전세대출을 이용하면 주거 금융비용은 연간 약 2만원(보증료0.0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행정고시 거쳐 금융위 사장까지…“HF 혁신할 것”

최 사장은 ‘여유’와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1992년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이후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구조개선과장, 공정시장과장을 거쳐 중소서민금융정책관과 금융소비자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으며 줄곧 일에 매진했다. 최 사장은 금융위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공사 상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중소서민금융정책관과 금융소비자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쌓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 업무를 빠르게 이해하고 큰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현장 중심의 새로운 HF혁신’을 경영 철학으로 정하고 공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사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그리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응원을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직원이 행복한 직장’을 꿈꾼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CEO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고 청년이사회를 활성화해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최 사장은 “직원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기관은 국민에게도 행복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이지만 임직원이 힘을 합친다면 어떤 어려운 위기라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사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5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서민의 주택금융 파트너로서 집값 상승에 대한 견해도 남다를 것 같다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무주택 가구의 주택구입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 공사는 서민과 실수요층의 내 집 마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주택금융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사에서 어떤 금융 상품을 마련했는지

▶지난 7월에는 40년 만기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했고, 보금자리론 대출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3억6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또 9월에는 부부합산 연소득 4500만원 이하면서, 수도권 기준 주택가격 5억원 이하에 해당되는 경우 보금자리론 대비 0.1%p 금리우대를 제공하는 ‘서민우대 프로그램’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민과 무주택 실수요층의 주거부담을 줄이고,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12월 31일까지 보금자리론의 중도상환수수료를 70% 낮추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무엇이고 지원 대상은 어떻게 되나

▶보금자리론 이용고객 중 상환여력 있는 차주의 상환을 유도하고, 상환된 보금자리론 재원을 다시 저소득층과 실수요층에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수수료 지원대상은 보금자리론 이용고객 중 대출실행일로부터 3년 이내이고, 대출취급기관에서 공사로 보금자리론을 양도한 이후 여유자금으로 조기상환하는 고객이다. 해당 고객이 올해 연말까지 조기상환수수료를 납부한 경우 공사는 소정의 확인절차를 거쳐 고객이 납부한 조기상환수수료의 70%를 환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취임 당시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려워져 국민들의 주거와 생활안정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국민의 아픔을 공감하고 새로운 희망을 나누기 위해 원금상환유예 등 정책모기지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이 감소한 사람을 위한 상품은 무엇이 있는지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특수고용 근로자 등의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상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코로나19 맞춤형 원금상환 유예 특례’를 실시했다. 이 조치를 통해 코로나19로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방문판매원, 학습지교사,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근로자들도 원금상환유예 지원을 신속하고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올해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공사 보증상품을 이용하다 은행에 원리금을 제때 갚지못하여 공사가 대신 갚아준 채무자 대상으로 기존 원금 감면율에서 10%p를 추가 감면하고, 최장 2년간 분할상환을 유예하면서 긴급재난 피해 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 특례를 개선했다.

-올해 약 40조원의 ESG채권을 국내외에서 발행한다고 밝혔다. 채권 발행 현황은 어떻게 되나

▶지난 10월까지 약 33조원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연말까지 약 37조원을 발행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주택저당증권(MBS)의 경우 현재까지 월평균 약 3조원 규모로 꾸준히 발행하면서 사회적 책임투자 확대와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ESG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SG경영은 시대적 요구이자 의무이다. 특히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ESG를 정부정책과 경영에 반영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공사는 지난 9월 사회적가치연구원과 ‘국민 주거복지 안정을 위한 ESG 경영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ESG 경영을 시작하고 있다. 또 새로운 ESG비전, ‘희망찬(Hopeful) 미래(Future)’를 지었고 분야별 3대전략으로 친환경 인프라 확대(E), 사회적 책임경영고도화(S),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G)을 세웠다.

-‘현장 중심의 새로운 HF혁신’을 경영 철학으로 삼았는데…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불편한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응원을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공사는 앞으로도 국민의 주거복지 증진과 사회적가치 실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국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공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최준우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1968년 출생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경제학 석사
제35회 행정고시
금융위원회 행정인사과 과장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경제민생팀장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 국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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